한마디 위로가 필요했던 너에게

2012. 2. 22. 04:24나를 위한 위로







화창함이 지차다 싶을 정도의 지난 일요일. 오랜만에 서점을 들렀어.
인도를 다녀왔고, 그 후 나름 바쁜 일상들을 보내야만 했어.
이런 저런 핑계로 미뤄왔던 책들을 구입하기 위해 서점을 들렀던 것이지.
필요하고 읽고 싶었던 책을 두툼하게 구입하고 계산대로 발걸음을 옮기던 찰나.
부동의 베스트셀러로 각인 되던, 600쇄가 넘게 팔린 책의 내용이 궁금해서 그 한 권을 더 손에 넣었어.
집에 구입해 온 책들을 보다가 먼저 평소 읽던 책을 벌써 2권을 읽어내려 갔지.
그러다가 다음 책을 읽으려고 손에 잡았는데,
그 책이 바로 부동의 베스트셀러였던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었어.
내가 책을 한 번 손에 잡으면 만사를 제쳐두고 빠져 읽게 되는 탓에 그 책을 몇 시간 만에 읽어내려 갔지.
참 공감되고 아픈 청춘을 위로 하는 말이 가슴에 많이 와 닿았단다.
그런데 책에 구절들이 네가 써놓은 SNS서 몇 개의 단어들이 그 책에 있는 내용과 일치하는 것을 발견했단다.
그러니 머리에 섬광처럼 스치더구나.
누구보다 너를 잘 안다고 생각했고, 누구보다 너를 위로해줬어야 했는데, 내 자신이 부끄러워 짐을 느꼈어.
단어 하나, 문장 한 줄이 네 아픔을 다 이해하고 보듬어 줄 수 있겠냐만은
스스로가 그렇게 아픈 내면을 치유하고자 했던 노력으로 관점을 돌리니 미안하기 짝이 없더라.
그렇게 믿고 의지했던 나에게 한마디 위로가 아닌 질책으로 쏘아부쳤으니 네가 가질 상실감은 말로 표현하기 쉽지 않았겠지.
그리고 19살의 너의 모습을 떠올렸어.
얼마나 간절하게 위로가 필요했다면, 처음 본 내게 내 마음을 그렇게 열어두었는지 다시 고민했지.
많이 힘들었을테지. 기억을 더듬어 보면
나의 20대도 말 하지 못하게 방황하고 흔들렸거든. 서른이 훌쩍 넘은 지금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어.

하지만 말이야. 누구나 아픔은 간직하며 살아가는 것이야. 누구의 아픔이 크다 작다라고 양적으로 표현 될 수는 없지만,
누구나 겪어야 하고 누구나 해결해야할 만큼의 아픔과 시련을 주는 거라고 생각해.
주어진 문제에 회피를 하려고 하면 영원히 너는 너의 온전한 현실과는 마주할 수 없게 되는거야.

인도를 여행하던 어느 날, 오리샤주의 어느 바닷가에서 한 아저씨가 명상을 하고 있는 것 처럼 보였어. 
이 곳은 외국인 여행객보다 인도 내국인이 많이 여행하는 곳이고 가끔 명상을 즐기기 위해 오는 기도 순례자가 많았어.
순례자 처럼 수염을 길게 기른 한 아저씨가 바다에 마주하고 있으며 한 없이 바다를 노려보고 있는 모습을 먼 발치에서 보았단다.
꽤 나이가 많아 보였는데, 꼼짝도 움직이지 않고 끝까지 바다만 노려보고 있었지.
멀리서 한 장을 찍은 후 아저씨가 궁금해서 다가가보았어.
하지만 아저씨의 한 쪽 발은 불구가 되어있 었어. 걸음걸이도 쉽지 않을 만큼.
한 참을 지켜보다가 아저씨가 어렵사리 해변가에 자리를 잡고 앉아 계시더라구. 그래서 쫓아가서 넌지시 인사를 건냈지.
좀전에 바다를 무섭게 노려보던 아저씨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환한 웃음으로 나를 반겨주시더구나.
그리고 가까이서 아저씨의 발을 보았지. 발가락의 형체는 보이지도 않았고 발등의 반이 없었어.
너털 웃음을 지으시면서 

"허 허... 30년 전으로 기억하지. 꼴까타 인근에서 어린 나이에 잡부로 일했는데, 일이 서툴다 보니 이렇게 됐지.
 막 사고가 났을때는 희망이 없었어. 하지만 나는 다른 한 다리가 있고 두 팔이 있고 지금 바다를 노려볼 수 있는 눈이 멀쩡했지.
 세월이 흘러 그때 이렇게 세상을 강하게 노려보지 못했다면, 지금도 어딘가에서 구걸하고 있겠지..."

라고 말씀하시더구나. 아저씨가 가진 그때의 절망은 지금의 너와 많이 다르겠지? 하지만, 적어도 아저씨 현실에 좌절하거나 도피하지 않았어. 어떤 문제를 해결 하려고 노력했던 아저씨의 젊은 시절을 보니 내 자신이 많이 반성이 되더구나.
그리고 아저씨는 지갑을 꺼내 가족의 사진을 보여주었어. 잘 생긴 아들 둘과 예쁜 딸 둘의 화목해보이는 가정이었지.
인도에서 장애인이 돈을 벌고 가정을 꾸리기란 참 힘들단다. 평범한 서민도 살아가기 힘든 현실이 난무한 곳이지.
그런데 아저씨는 주어진 현실에 포기하지 않고 아저씨는 나름의 최선을 삶을 살았을테지. 그리고 돌아갈 따뜻한 가정을 가질 수도 있었던 걸꺼야.
다시 아저씨는 내게 한 마디를 던졌어. 대게 외국인을 보면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 따위가 관례적으로 물어보는 것이었는데 아저씨는 달랐어.

"몇 살이야? 학생? 네 꿈이 뭐야?"
라고 물어왔던 거였지.

난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어. 겨우 '33입니다.' 정도.
한 참을 머뭇머뭇 거리며 아저씨는 내게 한마디 더 던지시며 신발을 신고 절름 걸음으로 자리를 떠나셨단다.

"젊은이. 난 그때 밥 굶지 않고 아들 하나 가지는게 꿈이었다우. 꿈을 가지고 살아. 저 바다가 보이지? 바다 끝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 몰라. 나도 당신도. 그게 인생이야. 아무도 알 수 없어. 하지만 꿈이 없으면 지금 자네는 저 바다를 마주하지도 못할꺼야. 그러니 말하지 않아도 마음 속에 있다고 믿을께. 포기한다면 아무것도..."



아저씨의 마지막 말을 몇번이고 머리에서 되새겼단다. 아무도 알 수 없는 바다 저 편. 그리고 미래.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갈 너에게 어떤 위로의 말을 전할까 생각하다가 이 아저씨의 일화를 들려주고 싶었단다.
그래 좌절하고 포기한다면 딱 그만큼의 주어진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겠지.

원하는 방향의 키를 잘 잡고 놓지 않기를...
포기하지 말자. 네 꿈도 내 꿈도... 



비록 따뜻한 위로의 말이 되지 못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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