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숲

2012. 4. 24. 08:30여행/포토에세이





시간의 숲.


오늘 너를 만날 수 있었던 건 단순히 내가 그곳으로 갔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거야.

수억 시간의 비밀을 간직한 채 너는 그대로 있었으니까. 나는 그렇게 그곳으로 가서 너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이지.

얼마나 많은 비밀을 간직하고 있었을까? 네가 가진 시간의 숲을 보는 나는 모든 것이 감동으로 다가왔어.

속속들이 네가 간직한 비밀. 시간의 숲을 다 둘러볼 순 없었어. 

아주 일부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내가 너를 만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했을 뿐이었어.

너는 고스란히 말하지 않아도 네 존재만으로 너는 솔직하게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지.


'순간의 찰나들이 모여 영원을 이루어 간다.' 나는 이 말을 늘 생각하며 살아왔거든. 

영원이라는 것은 어떤 순간도 어떤 찰나도 모이지 않으면 마치 잘 맞춰진 퍼즐이 되지 않는 듯

그렇게 하나의 편린 되어버린 순간과 찰나도 끌어안고 있었던 거야.


나는 이 삶에서 불리는 사람이라는 존재로 지금 이 시간을 살아가고 있고 언젠가는 또 흔적도 없이 사라지겠지.

하지만 너는 삶이라는 단어를 뛰어넘어 오묘한 신비를 간직한 자연으로 존재하고 있었기에 고스란히 시간을 품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어.

삶은 그 영원을 이루어가는 과정 일부이며, 

억겁의 시간 앞에 한없이 부족하고 작은 존재로 전락해버리는 현실을 받아들여 하는 숙명을 스스로 인정하기로 한 거야.

그래 바로 보편적인 존재. 그것이 내게 내려진 인간으로서의 평범함이었어.

시간에 치이고 시간에 버림받고 시간을 버리고, 그렇게 아주 짧은 삶을 살아가다가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질 보통의 사람인거야.

그렇게 자신을 인정하고 너를 대하니 조금은 편안해진 것 같아. 나 뿐만 아닌 보편적인 존재들이 얼마나 너를 보고 감동을 하였을까?

또 다른 누군가가 너를 대면했을 때 더 큰 감동으로 짧은 삶의 감동을 간직할 수 있게 해주길 바라.


너는 결국 그렇게 존재하고 나도 나로서 존재하는 그래서 우리는 다르지만, 존재라는 이유로 함께 이 삶을 살아가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어.

나는 네가 만들어 놓은 시간의 숲에서 한 발 한 발 걸었고, 또 네가 보여준 솔직한 네 비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서 다행이야.

또 너의 시간의 숲을 여행할 그 날을 기원하며...


시간의 숲에서 평범했던 어느 날이 큰 감동으로 다가오던 그 순간을 기억하며.


@그랜드 캐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