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 설명서

2012. 4. 27. 15:25나를 위한 위로






두번째 여행이었어.

그 후로 가이드북을 보지 않고 여행을 다녔던거지.

늘 지도만 참고하기 위해 구입을 해왔던 가이드북이었지. 그 책에는 수 많은 정보들이 들어있었어.

지도 뿐만아니라 관광지 안내, 식당, 숙박업소 더하여 역사적 이야기까지 포함하고 있었어.

이보다 더 훌륭한 여행의 메뉴얼, 여행자의 사용 설명서는 없었지. 하지만 그것을 보지 않고 떠돌았던 거로 기억해.

그저 그 책은 내 배낭 한 구석에 존재하고 있었어. 일종의 보험과 같은 존재였던 것이지. 절박한 상황과 위기가 도래했을대

무언가 팁을 줄 수 있을거란 기대감이외에는 아무것도 활용하지 않았어.

그래서 내 가이드북들은 늘 새것과 같은 상태로 여행이 끝나면 책창 한 켠에 장식되곤 했어.


두 발이 다다랐던 그 곳에서 물었고, 헤멨고, 같은 길을 수번 돌아다녀야 했었던 이유였을지도 몰라.

'아니 가이드북에 나와있는대로 그냥 가면 될 것이지 왜 그런 번잡한 행동을 해?'

라고 묻는 사람들이 하나둘 씩 생기더라구.

'난 가이드북에 나와 있는 곳을 반도 가보지 못했어. 다른 곳을 향했지. 같은 곳을 가더라도 다르게 느끼듯 

시간과 돈을 투자해 여행을 왔으면 조금은 다른 것을 가지고 떠나고 싶은건 욕심이었을까?'


그 참 좋은 책에 나와있는 맛집, 멋진 호텔, 심지어 필수 관광코스까지 가보지 않고 돌아온 곳이 많았지.

하지만 후회하지 않아. 맛있다는 음식점보다 조금 지저분하고 어떻게 그들이 살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볼 수 있는 뒷골목 시장이 좋았고,

마치 서울의 내 집보다 더 편한 호텔도 그리 비싼 값에 이용할 수 있던 호텔들 보다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에 그들의 시세에 맞는 허름한 숙소들을 사랑했기 때문이었을꺼야. 함께하는 것이 중요한거지. 그들이 살고 있는 땅에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며 그들과 함께이고 싶은 여행자의 소소한 욕심이라고 해두고 싶었어.


그렇게 해왔던 여행은 여권이라는 곳에 몇개의 사증들이 난무하게 되었고, 벌써 시간이 꽤 흘러버린거 같았어.

어떤 날 다시 책장 한 켠에 당장 서점에서 구입해온 것 같은 가이드북을 꺼내들고 책을 읽듯이 정독해보았어.

너무 잘쓰여져 이대로 갔었더라면...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지만 내 여행에 후회는 없었어.


카메라를 처음 샀을때 고수?라고 하는 사람들이 초보에게 늘 하는 말이 있더군 '설명서를 3번 정독해라'

전기 제품을 샀을때도 설명서는 늘 포함하고 있고, 자동차를 구입해도 설명서는 꼭 첨부되어 있지.

언제부턴가 나는 그 설명서들을 읽지 않았어. 왜냐하면 설명서에 나와 있는대로 그 물건을 사용하고 싶지 않아서였지.

내 방식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사용하다가 문제가 생기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 그때 참고하면 되는 것이 사용자 설명서의 역할이라고 생각해.


태어날때부터 부모에게 잘쓰여진 인생 사용자 설명서를 받은 적이 있는지? 아마 극히 드물거야.

그런거지. 여행을 흔히 우리의 인생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그곳에 답이 있었던거야.

60억의 지구 인구가 모두 획일화 된 삶을 살고 있을까? 우리는 늘 획일화하고 줄을 세우려고 해.

획일화, 설명서화 되어버린 선에서 타인과 비교하며 

'누구보다 자신이 낫다.' 혹은 '난 그보다 왜 떨어지는 삶을 살고 있어야 하나?'

이런 생각들로 스스로가 상처를 주고 받으며 살아가고 있어. 그 획일화의 정점이 설명서라고 생각했거든.

그렇게 자신이 생각하는 길에 책임감을 가지고 걷다보면 자신의 인생설명서를 갖추며 살아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거야.


메뉴얼대로 살아가는 일도 나쁘다고 하는 것은 정말 틀린 설명이지.

하지만 말야 그 메뉴얼을 과감히 던져버려봐. 그럼 당신의 진짜 인생이 눈앞에 펼쳐질 거야. 

그리고 즐기는거야. 그것이 자신만의 인생 사용자 설명서 저자가 되는 길이야.

우리가 보는 바닷가의 수평선. 정말 그것이 수평선이라고 생각해? 

우리는 알고 있어. 지구는 둥글다는 것을.


적어도 한 번뿐인 당신 인생. 당신이 주인공이어야 하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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