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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한 일상들

결혼할까요? 본문

 2009년 란주가 결혼을 위한 간택 절차를 위해 앉아있었다.





I. 나도 당신도 모르던 인도 시골, 아코르

4. 결혼할까요? 

아코르의 문화는 오래 전 한국의 문화와 비슷한 점이 많다. 
남성들은 가부장적이고, 여성은 언제는 가정주부로서의 역할만 강요되고 있었다. 
그리고 딸은 언제나 아들보다 결혼 비용이 많이 소비되기 때문에 일반 가정에서 우대를 받기가 쉽지 않았다. 
아코르에도 결혼 지참금이 있었던 것이다. 지참금은 남자의 능력에 따라 액수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남자가 대학을 나오고 대도시의 샐러리맨으로 일하는 사람이라면 자동차 한대 정도의 지참금이 필요하다고 한다. 
또한 아코르는 카스트 문화가 아직 모두 사라지지 않은 곳이기 때문에 브라만은 브라만끼리만 결혼을 하고, 
각 카스트는 같은 카스트만 결혼 할 수 있었다. 즉 같은 카스트끼리만 결혼 하는 것이었다. 
물론 자유연애를 공개적으로 할 수 없었지만 마을이 다르다면 얼마든지 연애는 가능하나, 결혼은 집안의 반대라면 힘들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자유연애가 보장되기란 쉽지 않은 환경이었다. 결혼이 성사되면 상당히 큰 잔치로 이어진다. 
화려한 형형색색이 결혼식장으로 사용할 곳이 장식되고, 하루 종일 마을 확성기로 음악이 흘러나오며, 결혼식 당일은 밤새 잔치로 이어진다. 
두 집안의 사람이 모여 함께 어울리다보니 꽤 큰 규모가 형성되었고, 새로운 시작을 축복하는 의미가 짙게 베여있었다. 
우리의 상견례와 비슷한 의식이 진행되던 날이 었다. 아직 그녀에게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이 자리에서 결정이 나면, 신랑의 얼굴도 보지 못한 채 결혼을 하는 것이다. 
즉, 신부에게는 아무 결정권이 없는 셈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신랑도 결혼식까지 신부의 얼굴을 전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신랑측의 어른들은 신부측 집으로 왔을때 거의 최고의 대우를 받는다. 먼 길을 온 이유도 있겠지만, 
남자측에서 간택을 하는 문화이기 때문에 신부측 집안 사람들은 분주할 수 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간이 의자, 짜이, 빤, 담배, 식사등의 환대를 받고, 신부가 나고 자라왔던 마을을 둘러보고 최종적으로 신부의 얼굴을 대면 후 
결혼이 성사되는지 안되는지 결정한다. 사실 결정되기 전 분위기는 상당히 엄숙하다. 
표정들이 모두 굳어있었고, 몹시 근엄한 분위기가 흘러나왔다. 
한 켠에서 빼꼼히 구경을 하고 있으니, 한 친구가 신랑측 사람들에게 나를 소개했다. 
"나마스떼" 
라고 두손을 모아 공손히 그들 앞에 인사를 했더니, 
어른들이 자리에 일어나 나에게 환영의 인사를 건냈다. 
텔레비젼등 시각적으로 문화를 접할 수 없었던, 외부문화와 단절된 곳의 노인들은 내가 가지고 있던 카메라가 무슨 물건인지 몰랐다. 
그래서 역시 셔터를 누를땐, 표정들이 굳어졌다. 옆에 있던 한 친구가 내게 말해주길, 
내가 들고 있던 큼지막한 검은색 물체가 뭐하는 물건이냐고 물었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주기도 했었다. 
카메라 셔터소리가 들리자 비로소 카메라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여행자들이 찾지 않는 곳에서 나고 자랐으며,
 도시로 나가본 적이 없는 노인들은 커다란 카메라를 본적이 없으니 신기하게 생각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만큼 외부와 차단되어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현실을 엿볼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젊었던 한 친구는 ‘저것도 모르냐’며 마냥 웃고 싶은데, 어른들이 앞에 계시니 함부로 웃을 수 없어 억지로 참는 모습도 유쾌했다. 

큰 카메라로 인해 한바탕 소동이 이어진 후 다시 긴장감은 찾아왔다. 
길지 않은 시간이 흐른 후, 자리에 앉은 신랑측 사람들은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그리고 신부측 사람들은 그들이 떠나고 난 자리를 치우며 결혼에 관한 이야기를 나는 결코 알아들을 수 없는 그들만의 대화로 다시 이어갔다. 
친구 K가 내게 다가와 살짝 귀뜸을 해줬다.

"사실 이 결혼은 좀 전 식사 시간에 결정났었어!!" 

"그럼 나 혼자 모르고 있었단 말이야?" 

"아니, 너와 여자들과 아이들만...남자들은 다 알고 있었지!!" 

최종 선택을 앞두고, 한 쪽 방에선 남자 측 어른들이 점심식사를 했었다. 
음식솜씨도 결혼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평가중 하나라고 하니, 당연히 신부가 될 처자에게 점심을 대접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점심을 먹으며, 사실 그 분들은 이미 결정을 했다고 하니, 
그 사실을 모르는 여자들과 아이들, 특히 신부 당사자가 얼마나 가슴을 조리고 있었을까... 
짧은 시간, 한사람의 전부를 알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예비신부가 나고 자라난 집과 환경을 둘러보고, 만든 음식을 그 사람의 방에서 먹어보는 것, 
신체 조건을 보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참급의 합의로 혼사의 성패 여부가 결정되는 상견례 자리였다. 
그녀에게는 아무 결정권이 없었고, 지참금 문제와 그녀의 가정환경을 보고 선택을 강요당하는 것이 
신부의 입장으로 불합리하고 불평등하다고 느낀 나완 다르게 그들은 당연한 문화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요즘 같이 결혼이 조건으로 판단되는 세상. 애틋한 사랑의 감정만으로 함께 하는 약속을 하기엔 너무 이상적인 망상이 되어버린 것 같아 
마음이 스산하게 아려온다. 

그래도 그녀의 새로운 출발에 무한한 축복을 빌면서...





 2009년 그들의 대화가 란주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2009년 카메라가 신기했던 것일까? 낯선이에 대한 경계였을까?



 2011년 우연히도 아코르 마을에 결혼식이 열렸다. 물론 란주는 이미 결혼해 있었다.




 2011년 결혼식 준비로 분주하던 일가 친척들. 인도 아코르의 결혼식은 야밤에 거행된다.



 2009년 란주가 결혼을 했으니 다음은 이 아이들 차례일테지. 너희에겐 어떤 희망과 사랑이 다가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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