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자가 당신의 가슴을 위로 할 수 있다면…

2012. 8. 13. 18:24사소함으로부터의 행복/1. 나도 당신도 모르던 인도 시골, 아코르


 다왈리 축제 기간 어린 아이들만의 매일 기도의 시식이 진행된다. @2011, Akaunr아코르



I. 나도 당신도 모르던 인도 시골, 아코르


7. 뿌자가 당신의 가슴을 위로 할 수 있다면… 


힌두의 나라 인도. 천국으로 가는 길이 있는 바라나시 강가(갠지스)에서 관광객들을 위한 뿌자의식을 본적이 있다. 

뿌자란 우리말로 옮기면 기도와 같은 뜻이다. 신을 위해 기도한다는 의미는 무수히 많이 있겠지만, 인도 사람들에겐 생활의 일부분이었다. 

독특하면서 화려했던 뿌자 의식은 인도인들의 신앙심을 충분히 엿볼 수 있는 것이다. 

11월초의 인도는 디왈리 축제라는 가장 큰 규모의 축제로 사람들이 들떠있다. 

평상시의 뿌자와는 다르게 크리쉬나의 달에 펼쳐지는 축젱 인도의 수도 델리, 힌두 문화의 성지 바라나시, 비하르 제2의 도시 럭나우등 약 5일간 펼쳐지는 디왈리 축제는 온통 폭죽음과 화약냄새로 뒤덮힌다. 아코르에도 10월 말부터 11월은 축제 준비로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디왈리 축제기간 아코르와 같은 촌락에서는 하누만을 위한 뿌자와 축제가 펼쳐졌다. 

원숭이 신을 의미하는 하누만은 대부분 마을 사람들에게는 수호의 신으로 받들어지고 있었다. 

다른 대도시의 축제들과 다르게 아코르의 축제는 약 3일간 이어졌고, 대형 폭죽이나 불꽃은 없었다. 

하지만 이곳은 마을에 커다란 탑을 세우는 행사로 축제가 시작됨을 알리고, 원숭이 신, 하누만을 형상화한 토상에도 함께 세워진다. 

그곳에서 기도를 하는 사람들, 기념 사진을 찍는 사람들 그리고 수 많은 장사꾼들도 함께 하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낮에는 이 축제장을 찾는 이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은 낮에는 생업에 종사하기 때문에 해가지기 시작하는 그 시점부터 사람들로 가득 차기 시작한다. 

그래서 아코르의 하누만 축제는 우리의 야시장과 거의 흡사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마을의 하누만 축제 준비 위원회에서 마련한 제네레이터는 전기가 원할히 공급되지 않던 아코르에 24시간 전기를 사용할 수 있겠끔 가동되었으며, 축제장까지 형광등으로 한치 앞도 보이지 않던 아코르의 밤길은 환하게 밣혀졌다. 

열과 성을 드린 이 축제를 마을 사람들이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엿볼 수 있었다. 장사꾼들이 파는 것들은 놀랄만큼 다양했다. 

아코르에서 볼 수 없는 아이들 위한 장난감, 잡다한 생필품등이 가판대 형식으로 널려 있었다. 여러 종류의 포카라(튀김류), 사탕, 엿등 축제에서 먹거리는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기에 노상 음식점까지 생겨났었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아이들을 위한 바이킹과 회전목마 같은 놀이기구였다. 

물론 전기나 모터를 이용하는 것이 아닌 사람의 힘으로 기구들은 돌아갔고 흔히 상상하는 대형 테마파크처럼 엄청난 크기도 아니었지만, 아이들이 즐기기엔 충분해 보였다. 


“저도 한 번 타 볼 수 있을까요?” 

평소 바이킹 타는 것을 두려워 했던 나는 아코르의 바이킹이 썩 무서워 보이지 않았기에 과감하게 도전을 시도 해보았다. 어른이 타는 모습을 보지 못해 내가 가능하지 않을 거란 자만도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물론! 어서 타요. 어서!!” 


불가능 할 줄 알았던 바이킹이 가능하다는 답으로 돌아왔다. 역시나 아이들만 가득했던 바이킹. 위험이라는 의심을 가진 채 5루피를 바이킹 관리자에게 건내고 올라섰다. 그것도 맨 끝자리를 선택했다. 사람의 힘으로 약 70도 넘게 꺽이던 바이킹은 역시 눈으로 보는 것과 달랐다. 내 옆에 타던 아이는 입속에 음식물이 나오기도 했으며 상상이상으로 스릴 넘치는 바이킹이었던 것이다. 공포로 인한 괴성과 즐거움으로 인한 비명이 함께 들려오던 바이킹은 5루피의 가치를 훨씬 넘어서는 애매한 즐거움이었다. 아코르의 하누만 축제에 외국인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축제를 구경하던 이들에게 내가 바이킹 타는 장면도 훌륭한 구경거리가 되기도 했었다. 



 축제 준비 위원, @2011, Akaunr아코르




 하누만 신, 원숭의 모습을 하고 하고 있다. @2011 Akaunr아코르



 축제의 하이라이트, 한 달간 준비한 대나무 탑을 세우는 것으로 축제의 시작을 알린다. @2011, Akaunr아코르




 축제의 둘째날 부터 본격적인 뿌자 의식이 시작된다. 

11월의 새벽 3시 30분 어둠이 채 가기도 전에 준비했던 바나나와 공양할 음식을 들고 집안마다 정해 놓은 가트로 향한다. 

사실 갠지스의 가트에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나 현실적으로 이동도 불가능하고 몇개의 호숫가의 임시가트로 향하는 것이다. 

그 어떤 사람도 가트에 놓여진 재단과 공양 음식 주변에는 신발을 신고 접근할 수 없었다.

 그것은 신에 대한 예의였다. 가트에서의 기도는 늘 여성들이 주도 되었으며, 남성들은 그 주변에서 바라보거나 기도하는 정도였다. 

집안에서 가장 큰 어른인 여성들은 깨끗한 물로 목욕을 하고 새 사리로 갈아입은 다음, 가트앞 호수물에 물을 적신다. 

그리고 해가 떠오를 때까지 반입수를 한 채 기도를 하는 것이었다. 

아코르의 겨울은 우리의 가을날씨와 비슷한데, 그 찬물에서 꼼작도 않고 가족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 기도 드리는 정성은 극진한 모성애와 일맥상통해 보였다. 기도가 끝난 후, 마을의 모든 기혼 여성들은 하루 동안 음식을 일채 먹지 못하는 시간이었다. 

반면 남자들에게는 금식이 아닌 살생을 할 수 없는 기간이 되는 것이었다. 

즉, 육식을 하지 않고 이 시기에는 모두 채식주의자가 되는 것이다. 평소 고기를 즐겨먹는 사람이 아주 드문 아코르지만 대부분 감자, 밀가루, 설탕등으로 만든 포카라(튀김류), 부지아(볶음류)와 바나나 정도의 간단한 먹거리로 끼니를 해결했다. 

이 음식들은 그날 만들어 먹는 음식이 아니라 기도에 사용되었던 것들을 그대로 먹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떤 가정도 외부에서 고기요리를 가져오거나 부엌 아궁이에 불을 떼지 않았다. 

흙으로 빚은 아궁이에서 피어나는 연기는 신과 함께 음식을 나눈다는 의미인데, 신을 기리는 이 축제때는 아궁이에 불을 피워 요리를 하지 않게 되는 것이었다. 여자들에게는 금식기간이 되는 것이고 남자들은 축제기간에도 농사일등 힘든 일을 해야하는 이유로 금식기간을 지키지 않게 된 것이었다. 소를 숭배하는 힌두 문화. 왜 소는 곧 어머니라고 받아들여지를 물어 본적있다. 

학술적인 대답을 원한 것도 아니었고, 단순히 일반인의 마음속에 소가 얼마나 깊이 들어있는지 궁금했던 것이었다.


 “잘 봐. 소는 노동력을 제공해주지. 또한 우리에게 매일 신선한 우유를 제공해주잖아. 그뿐일까? 소의 변은 어떻구? 집을 지을때도 흙과 소똥을 썩어서 지으며, 뗄감이 부족한 겨울에는 뗄감으로도 사용할 수 있어. 그리고 너도 봤지? 바닥청소를 할때도 사용해. 소는 육식을 하지 않기에 우리는 깨끗하다고 믿지.”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삼삼오오 소규모로 모인 아이들은 함께 모여 제단을 만들었다. 제단을 만드는 과정은 웅장하거나 화려함이 아닌 소박함, 그리고 아이들의 작은 정성으로 만들어졌다. 제단으로 사용할 한쪽 벽면을 선정한 다음 뿌자를 진행할 아이들이 앉을 수 있는 공간까지 소똥과 물을 썪어 닦아냈다. 불쾌한 냄새가 심했지만, 아이들은 소똥으로 제단을 만드는 일에최선을 다했다. 아이들의 뿌자는 한 집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집집마다 돌아가며 함께 노래와 기도문을 외면서 아이들만의 뿌자가 진행 되었다. 비록 아이들만 모여 하는 뿌자 의식이었지만 두 손을 모아 저마다의 진지한 기도와 목소리 높혀 부르던 노랫가락이 여느 뿌자 못지 않은 진지한 모습이었다. 



 이른 새벽, 기도는 어느 가트에서도 진행된다. @2011, Akaunr아코르



 일출까지 찬물속에서 기도를 하는 여성 @2011, Akaunr아코르




 히말라야에서 흘러온 강물을 이고 마을 사원에 바치는 아이들 @2011, Akaunr아코르




축제의 마지막 날. 

아코르의 결혼 하지 않은 처녀들이 작은 항아리에 가장 깨끗한 물을 받아 마을 사원으로 향하는 행열이 이루어진다. 


 “이것은 마지막 행사야. 그리고 이 행렬을 왜 하는 줄 알아? 단순히 기도를 위한 의식만은 아니야. 아코르는 자유연애가 이루어지지 않아. 이렇게 많은 처녀들을 볼 기회는 없지. 이 곳에서 괜찮은 처녀가 있으면 혼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그래서 이 처녀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장 깨끗한 옷과 가장 화려한 장신구를 차고 나오는거야. 기억해 이곳에선 16에서 17이면 혼인 적령기이라는 것을...“ 


축제는 신을 위한 정성이기도 했지만, 현실을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멀리 떨어져 지내던 친척들도 고향으로 돌아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음식을 나누기도 한 모습에서 우리의 명절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 치열함은 끊임없는 노력 혹은 목표를 향한 전진이라는 이름으로 현재의 자신을 스스로 위로해왔다. 

자신을 위한 현재의 노력은 더 나은 미래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자신만을 위한 간절함은 작은 것들에 대한 감사함, 함께라는 이름의 행복감등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비록 우리가 썩 만족스러운 현실을 살아가지 못하더라도 옆에 누군가와 함께 존재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거창한 행복함이 아닌 공존이라는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들의 모은 두 손에서 신을 위한 경배가 아닌 우리 본연의 모습을 위한 당연한 행복이었으리라… 

 “람 람 싯다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