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여행하는 방법

2012. 10. 18. 13:43여행/보통여행






혼자인 시간을 충분히 위로해주는 책, 노트와 펜, 카메라...


난 여행을 홀로 배낭을 지고 훌쩍 떠나는 것을 좋아해. 

꼼꼼하게 짐을 챙길 필요도 없이 조금은 부족하거나 빠진 것도 있는 그런 허술함으로 여행을 시작하는 것이지. 

그러나 빠지지 않고 꼭 챙겨야 할 품목은 있어. 누군가와 대화를 할 수 있는 책, 내 생각들을 순간 순간 메모할 수 있는 노트, 

그리고 그것을 옮겨적기에 잉크가 충분한 펜, 그리고 눈으로 보는 일부를 담아낼 수 있는 카메라. 


나는 떠났었어.

우기가 찾아와 여행자들이 없어 적막감만 흐르는 바다. 그리고 혼자만의 시간.

꼼꼼하게 챙겨온 세가지가 빛을 발휘할 시간이 마침 찾아왔어. 

아침에 커피 한 잔을 주문하고 바닷가 앞 테이블 위에 세가지를 올려두지.

읽고 싶을때 읽고, 쓰고 싶을 때 쓰고, 찍고 싶을 때 찍고, 보고 싶을 때 보고.

어쩌면 보편적이지 않은 여행 혹은 너무 평범해버린 여행. 

나는 그렇게 무한반복 버튼을 눌러놓은 CD플레이어처럼 그렇게 하루, 이틀을 보내는 것을 사랑했을지도 몰라.


.

.

.


어느 날.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어. 지나가던 현지인이 어눌한 영어로 물었어.


"하루 종일 바다에 앉아 뭐하고 있어?"


"바다를 느끼고 있어."


"벌써 며칠째인데?"


"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다만 바라보고 있어도 즐거워.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가"


"놀랍네~"


그는 나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피식 웃으며 떠났지. 뒤돌아서 가고 있는 그 사람에게 혼잣말로 대꾸를 했어.

 

'한 번 봐. 바다의 전체적인 모습은 늘 같은 모습처럼 보이지만 파도의 모양만 봐도 모두 다른 녀석들이란 걸 알 수 있어. 마치 사람의 마음처럼 말이지.  늘 다른 모습으로 내게 다가오려다 해변가에서 좌절을 하지. 그 녀석들은 끊임 없이 도전하고 있어. 적어도 나를 만나기 위해서. 나는 그런 바다와 친구가 되고 싶었고 내가 바다를 기다리는 방법이었을지도 몰라.   


그런데 당신, 누군가에 이렇게 끈질긴 구애를 받아본적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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