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마음

2012. 10. 25. 03:19여행/보통여행





여행이 지겨워 질 무렵이었다. 미얀마의 불상들이 비슷하면서 달랐고, 어쩌면 내 여행도 비슷하면서 다른 그런 여행이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미얀마 북부 바간의 어느 불탑을 둘러보던 아주 무더운 날이었다. 

아침부터 내리던 뜨거운 태양빛을 피해 발바닥에 물집이 들 정도였던 날. 

그 뜨거움이 두려워 나는 그늘로 나를 숨겼다. 그리고 주체할 수 없이 흐르는 땀을 손수건으로 연신 훔치며 불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 중년이 넘은 듯한 나의 여인이 불상을 향해 두손을 꼭 맞잡고 지긋이 눈을 감고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때까지 성당, 절등 종교적 장소에 의례 있는 흔한 풍경이었기에 별 관심이 없었다. 시간이 얼마지 지나지 않아 그 작은 아이가 그녀에게 뛰어왔다.

뜨거웠던 날씨 탓에 연신 그녀의 작은 딸에게 물을 먹이며 땀을 닦아주고 있었다.

한 눈에 그녀의 늦둥이 딸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역시나 내 직감이 맞았다.

"밍글라바~"라고 인사를 건내며 그 아이게 내가 가지고 있던 사탕을 하나를 건냈다. 

수줍은 미소를 머금은 그 아이는 그 사탕을 받아들고 이내 그녀의 품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이내 그의 남편이 그 자리로 돌아왔다. 그는 웃으며 "밍글라바, 마이 도터, 마이 와이프" 어색한 말투로 영어 단어를 반복하며 외쳤다. 

한눈에 봐도 행복이 넘치는 가정임이 틀림없었다. 이 아이는 성장할 것이고 또 그녀를 떠날 것이다. 

그녀의 기도는 아마도 그녀의 전부인 그 작은 아이의 안녕을 위한 기도였으리라 짐작하게 했다.

여행의 시간과 내 기억의 시간이 이질감을 보이는 시간 속이었지만 내겐 어쩌면 같은 시간이라는 틀에 가두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느 날 내 엄마가 말했다.


"아들 이제 엄만 더이상 너에게 집착하지 않을래."


"헉~ 언제는 집착하셨습니까?"


"그랬지. 하나 뿐이 아들인데 어찌 내가 집착하지 않았겠노. 너거 아부지 돌아가시고 주위에서 말하드라. 

니도 얼마지 않아 장가갈낀데, 홀어머니에 외아들. 이거 최악의 조합이라고... 내가 너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아야 니가 편하게 누군가를 만날수 있지 않겠나?

내가 할 수 있는 건 니가 나를 떠나 또 완전한 어른으로 가정을 이루고 살수 있도록 너에 대한 조연이 되어야지, 

너를 나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것은 너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야."


이국땅에서 짧은 만남. 그들의 미소는 나를 아주 오래전 시간의 기억을 여행하게 만들었다.

오랜 시간전 엄마 손을 잡고 돌아다녀 봤던 그 기억의 장소들. 그리고 작은 배려들이 가득했던 말들.

그것은 엄마의 마음이었다. 부모라는 이름으로 무한의 사랑. 그리고 신뢰.


흘러가는 구름처럼 모든 것이 과거가 되어버린 지금. 

나는 미얀마에서 만났던 기도하던 어머니의 마음과 내 어머니의 마음을 다시 여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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