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마음
2017. 5. 17. 12:30ㆍ일상다반사/오래되던 날
그랬다.
9년 즈음이었나? 한 여름 파리를 걸으며 생각한 적이 있었다.
"이곳 파리의 가을은 어떨까? 여기서 트렌치 코트를 입고, 바게트로 점심 먹고, 자전거로 이동하면서 아침 센강을 조깅하면서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막연하게 만들어둔 뜬구름 같았던 생각은 정처없이 떠돌이 여행자로 오랜 시간을 보내게 했었다.
그리고 지금, 전혀 파리스럽지도 않고 늘 한여름 같은 곳.
동남아 끝자락의 작은 섬, 도시국가인 싱가포르에서 멋진 트렌치코트는 상상속에 맡긴 채
한단 접어올린 반바지와 조금은 늘어진 폴로 티셔츠를 입은 채 공유자전거를 타고 땀을 흘리곤 한다.
아침으로 호숫가를 조깅을 하고, 정해진 시간에 책을 읽기도 하며, 사진도 찍곤한다.
또 바게트는 아니지만 시끌벅적한 호커센터에서 맥주를 곁들인 로컬 푸트를 먹기도 하며
그럭저럭 나는 이곳에서 살아간다.
처음과 상상했던 곳과 지나치게 이질감이 있지만 가끔 프랑스 친구과 와인을 마시며 파리를 상상 하곤 한다.
생각이 오래되면 마음도 따라오는 걸까?
끙끙 땀 흘리며 이케아에서 사온 옷걸이가 바구니에서 떨어졌을 때 사소한 짜증이 오히려 나를 행복하게 했다.
오래되었다. 그때 그마음이.
그리고,
이렇게 쓰는 것도.
2017.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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