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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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조건
그 날. 길을 떠나온지 며칠 째 비가내리지 않았지만 그 높은 호수에는 비가 내릴 조짐이 보였다. 날렵하게 생긴 배를 통째 빌려 타고 해가 떠오르기 전에 출발했다. 어둑했던 그 호숫가 위의 하늘은 내 마음의 걱정을 만들어 두기에 충분했던 시간이었다.멀리 구름 위로 보일랑 말랑 하던 해는 구름의 기운에 짓눌려 결국 그 모습을 내게 보여주지 못했고, 비라는 슬픔의 대변자에게 오늘이라는 시간 앞에 드러내지 못하는 줄로 알았다. 내가 탔던 배는 사람의 힘과 비견되지 않은 마력으로 환산 할 수 있는 강력한 일본산 엔진을 장착한 기계 그 자체였다. 그 기계는 지름이 20여km나 되는 인레 호수 곳곳으로 나를 안내했지만, 내 마음은 편치 못했다. 날씨도 음산했고, 흩날리는 빗방울이 마음 한 구석을 불행한 사람으로 만들..
2012.11.20 -
그 남자
조용히 파도만이 춤추는 바닷가에 단 하나의 희미한 그림자가 멀리서 눈에 들어왔어.가까이 다가가 본 모습은 조금 수척해보이는 한 남자였지.낯선 곳에서 누군가를 따른다는 것은 상당한 용기와 배짱이 필요해. 물론 상대인 그도 그럴지도 모르겠어.그는 이방인인 나에 대한 경계로 표정은 굳어있었어 하지만 이내 자신의 일에만 몰두하는 그였지. 나는 그런 그를 조용히 몇 시간을 따라다녔어.파도소리만 무섭게 들려왔고 그의 표정도 좀처럼 풀리지 않았어. 몇 번의 그물질을 하던 그가 결국 다시 그물을 주섬주섬 말아넣고 있었지. 그리고 알아들을 수 없는 현지어로 자신을 표현하고 있었어.'나 때문에 실패한것인가?' 라는 자책감도 있었지만, 물고기를 잡지 못한 아쉬움이었던 것 같아. 다시 혼자 '결국 포기 한 것인가?'라는 생각..
2012.10.22 -
바다는 나의 운명, 인도 피싱빌리지의 아침풍경
1. 해가 뜨지 않은 시각이었지만, 새벽녘 해변의 분주함은 낮의 그것과 달랐다. 게슴츠레 뜬 눈으로 부랴부랴 카메라를 어깨에 둘러메고 백사장을 향해 내달렸다. 더운 날씨였지만 푸르른 여명 속의 바닷바람이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줄 여유도 만끽할 수 없었다. '벌써 일을 시작하는 것인가?' 라는 생각은 잠시. 걸어야 하는 길은 해뜨지 않은 시각치곤 꽤 멀었기에 그들을 향해 달려야만 했다. 백사장에 널려진 인분을 피해서... 희끗하게 보이는 먼바다에는 여전히 조업 중이었고, 밤을 새워 조업을 마친 어부들은 이미 그물을 정리하고 있었다. 인도 동부 해안 피싱빌리지는 요상한 인도의 혼돈과 같이 걷잡을 수 없었다. 새벽에 조업을 마치는 팀과 곧 바다로 나가는 팀이 교대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부산한 새벽 속에 ..
2012.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