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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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도 재방송이 있다면
미얀마 만달레이 근교 사가잉 힐 @2012 일년에 한 번 쯤 드라마에 빠져산다. 속칭 드라마 폐인이 된다는 것이다. 작년 이맘때였던가? 공주의 남자에 푹 빠져 살았다. 시간이라는 개념에 역사를 빼놓을 수 없다는 말이 절로 생각난다. 그 드라마는 퓨전 사극을 표방하며 조선조 세조와 김종서의 갈등에서 나오는 조선판 로미오와 줄리엣과 같은 이야기였다. 드라마라는 특수성으로 허구성이 개입되어 있지만, 내가 빠진건 그 둘 사이(승휴와 세령)의 지고지순한 사랑이야기에 빠졌을지도 모르겠다. 남자입장에서 보면 요즘 시대에 세령과 같은 여인이 아마 이상형이지 않았을까? 얼마나 사랑하면 저렇게 사랑할 수 있을까? 나는 왜 그런 사랑을 하지 못했는가! 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했던 드라마였다. 그런데 재미있은 건 내게도 그런..
2012.10.11 -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
"아무 때고 내게 전활해 나야하며 말을 꺼내도 누군지 한 번에 알아낼..." 동전을 넣어 노래 한곡을 부를 수 있는 작은 코인 노래방안에서 또 김경호의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이라는 노래가 흐른다. 그는 늘 이 노래를 불렀었다. HOT,젝키등의 노래들이 흔하게 들려오는 시기에도 그는 꼭 노래를 고집했다. 그는 이 노래가 그냥 좋다고 했다. 여자친구를 위해 연습했던 노래였기에 더 애착이 강했을지도 모른다고 치부하며, 지겨운 노래를 또 들어주고 있었다. 그리곤 소주 몇 병과 새우깡을 허름한 슈퍼에서 사들고 늘 낙동강둑에 앉았다. 흐르는 강물을 보며 시덥지 않은 그 또래 아이들이 나눈 대화를 이어가기도 했다. 친구관계, 진로문제, 연애문제... 거의 듣는 쪽은 나였고, 그가 늘 말을 이어갔다. 그는 취기가..
2012.10.09 -
연인
미얀마 인야호수의 어느 연인 @2012 "당신을 꽤 오래전 멀리서 지켜봐왔어요. 오늘에서야 이렇게 당신에게 말해요." "무슨 말이죠?" "나는 당신의 이름도 모르고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무얼 하는 사람인지 조차 모르죠. 그게. 그렇니까……. 지금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오직 제 마음이 시키는 대로……. 이렇게 안고 말았어요. 이 손을 놓고 난 후 당신이 어떤 말을 할지, 어떤 행동을 할지 두려워요" "괜찮아요. 결국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그냥 당신이니까. 나도 오래전부터 당신을 좋아하고 있었어요." - 해질녘의 미얀마 인야호수의 모습은 그 석양이 너무 아름다웠어. 아름다운 풍경 앞에는 언제나 연인들이 나의 산책을 방해하곤 했지. 하지만 말이야. 그 아름다운 풍경 속에 연인들이 있는 존재하는 ..
2012.10.05 -
여행의 시작
미얀마 차웅따 해변에서 어느 모녀 @2012 "엄마! 나 오늘 할말이 있어요." "뭔데?" "저는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보고 싶어요. 비록 지금의 현실이 싫다는 건 아니에요. 엄마가 늘 보호해주는 테두리도 좋지만, 더 큰 무언가를 만나보고 싶어요. 저 바다처럼..." "그래. 아가 더 넓고 큰 곳으로 가렴. 내가 살아온 시간 속의 모든 것들을 너에게 다 알려줄 수 없지만 너는 나보더 더 넓은 세상에서 살아가기 바란다. 그리고 나는 네가 지금의 남루한 현실을 모두 잊더라도 언제나 네 뒤에서 너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을테야. 더 넓고 좋은 세상을 향해 가다가 힘들고 지치면 언제라도 뒤를 돌아보렴. 엄만 널 위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테니까..." 아이는 그렇게 더 넓고 큰 곳으로 떠날테고 부모는 남겨지게 되었..
2012.10.03 -
현대판 소작농의 삶
⬆ 손으로 직접 벼를 베고 있는 소년 @2011 II. 소박한 일상뒤의 눈물 1. 현대판 소작농의 삶. 농경사회에서 공업사회로 전환된 역사는 그리 오래지나지 않았다. 민속 놀이에 나올 법한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이 글귀를 요즘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의 가정환경 또한 농사와는 전혀 관련없었고, 낫으로 벼를 베어본 기억도 없다. 기껏해야 어린 시절 고추농사를 짓고 계시던 고모님댁을 방문해 고추밭에서 고추 몇 번 따본 것이 전부인 나의 농사와 관련 모든 기억이다. 그 만큼 도시화에 익숙해진 세대로 살아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코르에는 시골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전혀 산업화 된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농사에 의지해 자급자족의 형태로 살아온 것이었다. 아코르에서 농사..
2012.08.30 -
7일장이 서던 날
⬆ 시장에서 물건을 둘러보고 있는 아저씨. @2011, Akaunr아코르 I. 나도 당신도 모르던 인도 시골, 아코르 9. 7일장이 서던 날. 일요일 오후, 따분함을 못이겨 안절부절 하는 나를 불러세웠다. “일요일에는 늘 장이 들어서지. 어때 구경갈래?” 장날은 볼 수 없었던 많은 물건들을 머리에 이고 보따리 장사꾼들이 마을 입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한적한 공터에 진을 치는 날이었다. 꽤 많은 종류의 채소들, 코끝을 진동시키는 수가지의 향신료들, 화려한 색을 좋아하는 여인들을 위한 각종 장신구등 생각보다 많은 물건들이 아코르 주민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일주일을 기다려 구입해야할 목록들을 정하고 기다리는 장날. 역시나 엄마나 할머니 손을 잡고 따라나온 아이들은 간식거리를 파는 노점 앞에 떠날줄을 모르고 ..
2012.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