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라플란드] Story 3. 어제 같은 오늘, 오늘 같은 어제

2011. 5. 11. 06:28여행/낯선, Lapland
























Story 3.









  다시 해가 뜨지 않은 설전을 걸었다. 어제와 똑같은 풍경 그리고 공기를 가진 것 같은 오늘이지만, 지금 숨 쉬고 있는 시간은 어제가 아닌 오늘이다. 혹시나 기대했다. 어제 본 순록을 다시 볼 수 있을까 하고...  역시 어제가 아니었다. 오늘은 어제와 다르게 이어폰을 귀에 넣었다. 이어폰을 타고 흐르는 흘러간 가요. 그렇게 지금을 살아가지만, 어제를 기억하고 또 흘러나오는 음악으로 그 시절을 추억하며 나는 과거로의 길을 걷고 있었다.  결국 늘 과거만을 그리워하고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 시간안에서 행복했던 날들, 잊기 싫은 그 시간들만 늘 그리워 시간을 그렇게 속이고 싶었나 보다.


  단순해야 하는데, 다시 복잡해진다. 여전히 시간은 흐르고 있지만, 해가 언제 인사를 건네 올지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외부온도는 영하 32도, 내 머릿속은 영상 36.5도 가 넘어가고 있는 듯 여겨진다. 아무도 없는 곳, 온통 나무와 눈만 존재하는 곳, 그곳에 잠시 내 몸을 맡겨본다. 차갑다. 얼음장처럼 차갑다고 표현하는 것이 이 상황에 맞는 표현인지 모르겠다.  발끝에서부터 머리까지 얼어버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내 안의 무언가는 너무나 개운해지는 느낌이다. 몇 분을 그렇게 누워 숨을 내뱉어 본다. 입김이 허공으로 올라가 사라지고, 다시 나는 입김을 내뱉는다. 몇 번의 숨결은 하늘을 붉게 만들었다. 눈밭에 누워 어둑한 하늘에다 깊은 날숨으로 하늘의 해를 불러오는 것 같은 생각이 저절로 든다. 여명이 차오를 즈음 나는 다시 일어서 눈밭을 헤친다.




















  똑같은 곳을 몇 시간 헤맸다. 다시 보는 풍경, 하지만 같지 않은 시간 속에 머물러 있는 자아, 그리고 풍경. 나는 별 의미 없이 셔터를 누른 건 사실이다. 아름다움을 찾아가기 위한 셔터도 아니고 내가 맞닥뜨린 현실에 대한 기록일 뿐이라고 여길지 모른다. 하지만, 뜬 어제의 해와 오늘 뜨는 해가 같던가? 본질은 같으나 그것을 받아들이는 처지에선 늘 다른 모습인 것이다. 아팠다. 왜 아팠을까? 내일의 해는 내일 뜬다고 치부해버린 그 시간을 나는 다시 과거로 회기 시키려고 했기때문이다. 사진이 가지고 있는 특성일지도 모르겠다. 그 시간 그 찰나만을 기억하고 있는 특성 말이다. 일 년 뒤에 다시 여기 이 자리에서 똑같은 사진, 똑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을 수 있을까? 나는 시간을 속인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속인 것이다. 머무르고 싶은 욕심, 그 시간 속에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려고 했고, 사진 속에 담아 두려 했을 뿐, 나만 모르는 시간은 또 1초, 1분, 1시간, 1년, 10년... 그렇게 흘러갔던 것이다.

  이렇게 어리석을 수 있었던가? 아무것도 어찌 못하는 그 시간을 나만의 생각으로 멈춰두려고 했던 어리석음. 오직, 불어오는 바람에 쓸려가는 눈송이가 어쩌면 바로 나였던 것인데 말이다.















 
시간은 또 흘렀다. 잊을 수 없는 또 하루가 흘렀다,

 또 새로운 밤이 찾아왔다.
그리고 새로운,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기뻤다. 그리고 눈물이 흘렀다. 강한 추위는 뜨거운 감동의 눈물로 잊게 하였다.
 그 장면은 어떤 표현수단으로 표현할 수 없었던, 황홀했던 순간이다. 순간은 또 흘렀고, 늘 다른 장면으로 다가온다. 마치 어제 같았던 오늘이, 오늘 같았던 어제가 머무르지 않고 사소하게 다르다는 것을 알려줬다.

 살아가며 수많은 광경을 보고 느끼고 또 감동 하며 살아왔으며 또한 갈 것이다.
작은 것에서 시작해 아주 큰 그 무엇까지... 그 안에는 기쁨, 행복, 슬픔, 좌절, 분노 등 모두 함께 어울려 있다. 시간 안에 함께인 것을 거부하려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이기적이게도 기쁜 생각만 행복했던 시간만 붙잡고 놓아주지 않으려 했던 것이다. 그래서 채워지지 않았던 행복의 그릇을 보며 늘 좌절하며 분노했던 시간이었겠지. 아주 밋밋한 시간에도 소소한 행복은 존재했을 테고, 또 그것을 보지 못하고 흘려버린 많은 것들이 아쉬움과 반성. 또 어제와 오늘 사이에서 방황하는 오늘의 내 모습에서 나는 또 어디로 향해야만 하는지를 찾는 발걸음은 계속될 것이다.








  내게 맞닥뜨린 그 시간, 그곳을 기억하려 한다. 어제 같은 오늘, 오늘 같은 어제. 시간의 미궁 속에서 우리는 매 순간 순간을 다른 호흡, 다른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채워가는 것이다. 또 뜨거운 내일을 기다리는 힘이다.




[오로라 영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