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오래되던 날(12)
-
말의 방향, 그리고 자존심.
시초가 궁금하다.내 안에 "자존심은 목숨과 같은 것이다."라고 아마 오래전 부터 쌓여왔던 편린된 생각의 한 축이지 않을까 싶다.윤동주 시인의 한점 부끄럼 없는 삶도 동경의 대상이지만, 거기까지 미치지 못했더라도 스스로가 지켜오는 품위를 깎으며 살수 없으니까.그렇게 들어왔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존중해야한다. 가까울수록 어렵다고 했다. 맞다. 옛말 그른 것 하나 없다. 한마디의 말에 사람을 여럿 죽일이수도 지킬수도 있다. 오래전 부터 알고있던 서희 장군의 거란족을 물리치던 담판의 역사를 잊을 순 없지 않은가? 무엇을 위해 산다고 한다며, 살아가는 인간의 존엄과 존중이 영위될 수 있는 삶을 보장하는 것. 지금의 발걸음은 어디로 내딛었으며, 어떤 말을 내뱉었는가?흔히들 말한다. 뚫린 입이라고 함무로 떠들지 말라..
2017.05.19 -
오래된 마음
그랬다. 9년 즈음이었나? 한 여름 파리를 걸으며 생각한 적이 있었다. "이곳 파리의 가을은 어떨까? 여기서 트렌치 코트를 입고, 바게트로 점심 먹고, 자전거로 이동하면서 아침 센강을 조깅하면서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막연하게 만들어둔 뜬구름 같았던 생각은 정처없이 떠돌이 여행자로 오랜 시간을 보내게 했었다. 그리고 지금, 전혀 파리스럽지도 않고 늘 한여름 같은 곳.동남아 끝자락의 작은 섬, 도시국가인 싱가포르에서 멋진 트렌치코트는 상상속에 맡긴 채 한단 접어올린 반바지와 조금은 늘어진 폴로 티셔츠를 입은 채 공유자전거를 타고 땀을 흘리곤 한다.아침으로 호숫가를 조깅을 하고, 정해진 시간에 책을 읽기도 하며, 사진도 찍곤한다. 또 바게트는 아니지만 시끌벅적한 호커센터에서 맥주를 곁들인 로컬 푸트를..
2017.05.17 -
오래되던 날 #마지막편
한 차례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지. 주섬 주섬 옷을 입고 비오는 거리를 나섰어. 별 것 없는 일상에 비가 나즈막히 땅으로 내려앉은 것이 뭘 그리 분란스럽게도 마음을 떨리게 하는지 속된 말로 나도 이제 나이가 많이 먹었나봐. 교복을 막 멋어던지고 만나왔던 그때의 너도 내게 없었느니... 일본식 모양을 띄고 있는 바에 앉아 적응되지 않는 형태로 대파가 잔뜩 들어간 짬뽕을 허기로 달래기 위해 허겁지겁 먹고 나왔으며, 너와 나의 추억은 존재하지 않는 거리로 거닐었어. 한 참을 걷다가 스스로의 풀에 지쳐버려 익숙한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을 주문하고 하염없이 울수 없는 감정으로 비오는 창밖의 거리만 응시했어. 가끔 무념으로 살고 싶은 이상이 실현되고 있는 순간일지도 모르겠지만, 내 머리속의 생각들은 한 차례도 ..
2012.03.24 -
오래되던 날 #9
삭풍이 불어오던 혹독했던 겨울이 또 하나의 기억속으로 사라져 가는듯 했다. 하지만 봄이 오는 것을 시샘이라도 하듯 꽃샘추위는 다시 세상을 꽁꽁 얼리고 말았는지 모르겠다. 깊은 잠에서 일어난 것 같은 몽롱한 기분으로 편린되어버린 기억의 조각 하나가 떠올랐다. 캄캄한 어둠이 가시지도 않은 새벽, 검은색 자동차는 요란한 소리도 없이 어둠속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한 참의 시간이 지나자 빛이 어둠을 몰아내며, 세상에 모든 것들이 '나 여기 있어요!'라는 소리를 내지르듯 하나 둘 씩 모습을 띄기 시작했다. 역시나 아직 겨울은 내 발걸음을 반기고 있었고, 기억의 한 조각으로 선연하게 떠오르게 해주었다. 그곳에 서서 걷는다. 걷는다는 것은 여러가지 의미가 있지만, 추억의 한 조각으로 남는 곳에서의 그것은 추억속으로 ..
2012.03.13 -
오래되던 날 #8
하늘에서 내리던 눈송이를 하염없이 세어 본 적이 있는지? 그건 아마도 수 없이 스쳐지나간 기억을 더듬는 것인지도 몰라. 기억과 추억은 비슷한 것 뿐이지 달라. 때론 스스로의 감정에 도취되어 그것들이 같아 보일때도 있지. 그때 다시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세고 있었어. 끝도 없이 세어보는 눈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찾아오는 서글픔. 시간의 개념이 무너진지 오래였지. 낮일 필요도 밤일 필요도 없었어. 단지 느껴지는 건 경계가 모호한 깊은 겨울. 그 속에서 한 없이 방황하던 스스로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 현실에서 보게 된 것일지도 모르지. 그래서 어디론가 달렸어. 그곳이 어딘지도 모른채 말이지... 그래, 너는 그렇게 너의 길로 잘 가고 있는거야. 오늘도 내릴 듯 내리지 않는 눈송이를 위한 기다림이 너무 오래되던..
2012.01.30 -
오래되던 날 #7
돌그락 돌그락 자갈길을 걸어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한 남자는 물안개를 참 좋아했지요. 어쩌면 이룰 수 없는 환상을 꿈꾸고 살았는지 몰라요. 그런데, 한 소녀가 그 환상 속을 동행을 했습니다. 그녀는 옆에서 말도 안되는 꿈같은 이야기만 애처롭게 이야기 했습니다. 참 어울리지 않는 한 쌍이었겠지요. 하지만, 그래도 걸었습니다. 또 돌그락 돌그락 자갈 소리를 들으며 함께 걸었습니다. 그런데 한 남자가 너무 꿈같은 이야기에 화가 났었나봐요. 그들은 잠시 앉아 마주보며 다시 이야기를 하려했습니다. 하지만, 그 소녀는 끝까지 자신의 꿈만 이야기했습니다. 그 남자는 발걸음을 돌아 멍하니 물안개만 쳐다 보았습니다. 그 소녀는 마치 길잃는 사슴처럼 안개만 보고 있는 남자를 쳐다보았습니다. 그러나 그 남자는 다시 돌아봐주..
2011.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