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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한 일상들

처음. 그 설렘과 두려움 본문

사소함으로부터의 행복/1. 나도 당신도 모르던 인도 시골, 아코르

처음. 그 설렘과 두려움

비케이 소울 2012.05.30 09:47


 생각에 잠긴 2011년의 밀리.





I. 나도 당신도 모르던 인도 시골, 아코르


1. 처음. 그 설렘과 두려움


인도를 여행하던 어느 날, 바라나시에서 한 인도인이 다가와 내게 얼굴이 슬퍼 보인다며 말을 건네왔다. 다른 인도인들과 다르지 않게 행색은 평범했지만, 그의 첫마디가 의미심장하게 말을 걸어온 것이었다. 빠르게 내 머릿속에는 ‘인도에도 사이비 종교가 있었나?’ 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사두를 사칭하고 다니는 사람이 많다고 알고 있었지만, 대부분은 구걸이나 관광객을 상대로 돈을 벌 목적으로 오렌지 빛깔의 사두의 복장을 하고 있어야 정상적이었다. 그러나 그는 사두의 복장과는 거리가 먼 청바지와 셔츠를 입고 있었다. 나는 그의 말을 무시한 채 나의 길을 걸었다. 걷다가 다시 그를 마주치게 되었다. 이번에는 처음과 달리 그와 의례적인 인사를 나누고 몇 마디 주고받았다. 그와 함께 걸으며 바라나시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냈다. 저녁 시간까지 함께 있어준 그의 행동이 고마워 그와 함께 저녁을 한 끼 대접하고 싶었다. 우리는 평범한 인도식 탈리를 먹으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는 자신의 고향과 가족들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나도 같이 고향과 가족이야기를 이어갔다. 서로 다른 환경과 문화에서 우리는 꽤 많은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내게 어렵게 말을 꺼냈다.

“부모님께서 안 계신 지 몰랐어. 기회가 되면 내 가족들이 살고 있는 내 고향에 너를 초대하고 싶어. ”

반가운 마음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네팔로 향한 내 여정에 차질이 생기고, 낯선 사람을 따라 선뜻 따라나서기에 너무 무모한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난 네팔로 갈 꺼야. 그래서 이번엔 힘들 것 같아.”

라고 정중히 거절하자

“내 고향은 네팔과 얼마 떨어져 있지 않아. 잠시 들렀다가 가지 않을래? 네가 간다면 우리 가족도 즐거울 테고, 아마 너의 얼굴도 미소로 바뀌지 않을까 생각해.”

하루를 꼬박 고민했다. 결국 그를 따라나서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여행길에서 만난 인도인 Kishor의 집에서 며칠을 머물기로 했다. 상당히 위험한 모험이었다. 사실 목숨만 붙어있다면 모든 것을 내어줄 내심도 가진 채, 귀신에 홀린 듯 그의 집을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그곳이 바로 인도 북부 비하르 주의 아주 작은 마을, 델리에서 약 30시간동안 기차를 탄 후 버스로 3시간 그리고 오토바이로 약 한 시간을 내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곳. 바로 아코르(Akaunr)였다. 아코르는 인도 비하르주의 네팔 국경과 멀지 않지만, 지도에는 어떤 표기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게 세상과 멀리 떨어진 그곳은 여느 도시와는 사뭇 달랐다. 높은 건물 대신 하늘로 솟아오른 야자수, 시끄러운 릭샤와 자동차 소리 대신 새와 곤충들의 소리가 그 자리를 메우고 있었고, 작은 산이나 강은 없었지만 몇 개의 호수와 울창한 망고 숲이 듬성듬성 볼 수 있는 곳이다. 


  아침이 오면 으레 깨끗이 정리된 신식 좌변기가 장착된 화장실을 사용하며, 정수기의 깨끗한 물을 마시고, 냉장고 문을 열어 음식을 꺼내는 전형적인 현대인의 한 사람으로 살아왔던, 그것이 당연한 삶으로 여기던 현실들이 이 곳에서는 모든 것이 허락 되지 않았다. 화장실을 가지고 있는 가정은 다섯 손가락이면 충분했고, 각 가정마다 수도 시설이 없어 공동 펌프로 물을 길어 사용해야 했으며, 늘 당연하게 여기던 전기는 일주일에 서너 시간만 허락되었다. 늘 소똥 냄새와 시름 해야 하며, 소의 오줌소리가 폭포수처럼 들리는 곳, 몬순이 시작되면 곧 무너질 것 같은 외양간, 그 옆에 작은 침대. 그곳이 바로 내가 누울 곳이었다. 현대문명에 모든 것이 길들여진 나에겐 적응의 시간이 필요할 만큼 낯선 곳이었다. 


처음 아코르에 도착했을 때, 수많은 인파가 거리에서 나를 쳐다보았다.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를 구경하듯 아코르의 주민들의 동그랗고 깊은 눈망울이 더욱 커지는 눈을 감지할 수 있었다. 외국인이 한 번도 와보지 않았던 나름 순결(?)의 땅 아코르와 첫 만남은 호기심 천국을 연상케 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우리는 서먹서먹, 말똥말똥 서로의 눈으로만 응시한 채 어색한 미소와 어울리지 않는 적막감이 흘렀다. 마치 혼기가 꽉 찬 남녀가 선 자리에서나 볼 법한 어색함과 다르지 않았다. 카메라는 그 어색한 적막감을 깨트리기에 훌륭한 도구였다. 카메라가 신기했던지 아이들이 하나 둘씩 다가온다. 만져보는 아이들, 차려자세로 응시하는 아이들, 그 틈을 타 손과 팔을 만져보는 아이들… 그렇게 차근차근 서로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어색한 인사 후 아코르에서 시작은 아이들의 호위를 받으며, 마을 구경에 나서는 것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걸을때는 그저 그들과 같은 나이로 돌아가는 듯했다. 그리고 걷고 있는 나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 여행을 하는 듯 착각마저 불러오는 곳. 그곳에서의 처음은 그렇게 시작 되었다.


  설렘은 가보지 못한 길을 향하고 있다는 두려움. 두려움은 보지 못했던 현실들에 대한 설렘. 오묘한 감정들이 복잡하게 엮어지는 것들과 공존하는 것이다. 3년동안 약 6개월, 내가 먹고 마시며 웃고 울었던 함께한 시간은 처음 만남의 그 설렘과 두려움에서 시작된 것이다.







 백로의 천국, 아코르





 해질녘의 아코르의 호숫가





 안개낀 아침, 아이를 앉고 어디를 다녀오는 한 여인





 남루한 옷자락 혹은 없는 옷일지라도 아이들은 웃는 법을 알고 있다.





 만들다 말아버린 집터 위, 우리들만의 행복한 시간






PS

매주 월요일 혹은 화요일 아코르 이야기를 다시 정리해서 보여드리겠습니다.

글의 내용은 오래전 혹은 최근에 쓰여진 것도 있고, 사진은 아마 기존에 있던 것과 중복되기도 할 것입니다.

예전에 한 번 말씀드렸지요. 전체적으로 리모델링 할 날이 온다구요. 

틀린부분을 새로 고치고 전화로 다시 물어보기도 했던 것도 있었구요, 

3년간 제가 보고 듣고 체험했던 날들의 기록이라고 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과연 물질 만능 시대에 소소함으로부터 행복이 오리라는 믿음이 어떤 것인지 고찰해본 것 같습니다.

내용은 한 챕터당 사진이 4장 이상 포함될 것이고, 글은 긴 챕터는 A4용지 4장이 넘어갑니다. 하지만 글은 편집해서 축소모드로 

읽기 편하게 1장 혹은 조금 넘는 수준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연재 시기는 아마 40주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럼 계절의 여왕 5월 마무리 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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