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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한 일상들

7일장이 서던 날 본문

사소함으로부터의 행복/1. 나도 당신도 모르던 인도 시골, 아코르

7일장이 서던 날

비케이 소울 2012.08.21 19:00

 시장에서 물건을 둘러보고 있는 아저씨. @2011, Akaunr아코르




I. 나도 당신도 모르던 인도 시골, 아코르

9. 7일장이 서던 날. 

일요일 오후, 따분함을 못이겨 안절부절 하는 나를 불러세웠다. 
“일요일에는 늘 장이 들어서지. 어때 구경갈래?” 
장날은 볼 수 없었던 많은 물건들을 머리에 이고 보따리 장사꾼들이 마을 입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한적한 공터에 진을 치는 날이었다. 
꽤 많은 종류의 채소들, 코끝을 진동시키는 수가지의 향신료들, 화려한 색을 좋아하는 여인들을 위한 각종 장신구등 생각보다 많은 물건들이 
아코르 주민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일주일을 기다려 구입해야할 목록들을 정하고 기다리는 장날. 
역시나 엄마나 할머니 손을 잡고 따라나온 아이들은 간식거리를 파는 노점 앞에 떠날줄을 모르고 있었다. 
유년시절의 추억을 회상해보면 그때의 풍경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내가 살던 고향에도 5일장이 있었는데, 
자주 만나지 못하던 사람들의 만남의 장소로 이용되기도 하고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는 역할을 하기도 했던 장터풍경은 역시나 비슷했다. 
사람들의 활기가 그대로 전해지는 장터는 내가 여행다니면 빼놓지 않고 둘러보는 곳중 하나인데, 
아코르의 장터도 진한 삶의 내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인산인해를 이룬 장터에서 물건을 고르는 일조차 쉬워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리치이고 저리치이며 목전에 다다른 곳은 장신구 판매대였다. 
인도 여성들은 눈썹과 눈썹 사이 언제나 빨간색 점을 찍는데 이것을 빈디라고 한다. 
이것은 산스크리트어에서 나온 말로 방울이라는 의미를 가진 말로 제3의 눈이 있다고 믿는 힌두교의 문화형태이다. 
빈디를 눈썹 사이 미간이 아닌 양갈래로 빗겨진 이마앞에 '붉은' 빈디가 찍혀져 있으면 결혼한 여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마에 빈디가 없으면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증거야. 혹은 사별한 사람도 이마에 빈디를 찍지 않지. 
그렇게 이해하면 저사람이 유부녀인지 아닌지 쉽게 분간 할 수 있을테야.” 
이야기를 듣고 보니 결혼한 여성들은 전부 이마에 붉은 빈디가 그려져있었다. 
물론 어린 여자아이들도 빈디를 찍는데 요즘은 스티커 형태의 화려한 문양이 들어간 빈디도 많이 팔리고 있다. 
스티커 형태는 찍어바르는 것보다 비싸기 때문에 이 곳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날이 아닌 평상시에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찍어바를 수 있는 빈디를 이용한다. 
문득 이 빈디를 선물하고 싶은 생각이 엄습해온 것이다. 장터에서 느끼는 서민물가는 한국 물가 기준으로 비싸지 않았다. 
아마도 관광객이 없는 곳이었기에 현지인이 사는 가격을 구입할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빈디 한 묶음 가격은 대략 환산해보면 100원 선에서 구입할 수 있는 가격이었다. 10묶음을 주저없이 달라고 했다. 
물건 파는 아저씨는 넌지시 웃으며 
“남자가 이걸 어디다 사용하려구? 아무튼 많이 사가니 두 묶음 더 줄께” 
50루피 약 우리돈 1100원으로 아마 대부분의 아코르 여자아이들에게 빈디를 붙혀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은 정말 부자가 된 듯 했다. 
그리고 다시 둘러보기를 몇 바퀴. 늘 친구K의 집에서 끼니를 빈대로 해결하곤 했으니 미안한 마음이 더 앞섰다. 
대부분의 채소류는 작은 텃밭에서 자급 자족하고 있었지만 커리와 같은 향신료나 양파는 재배하기가 어려운 모습으로 보여졌었다. 
그래서 채소 노점에서 평소 좋아하는 양파를 구입하기로 마음 먹었다. 
“아저씨 양파 좀 주세요. 많이 많이!!!” 
이방인이 이런 시골에 있는 모습도 신기했는데, 어슬픈 힌디어로 양파달라는 말에 적지않게 놀라신 모양이다. 
역시나 인심 좋게 주문했던 양 이상으로 자루에 담아주던 아저씨는 우리의 시골인심과 아코르의 시골인심이 다르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일주일에 한 번 들어서는 작은 시골 장터의 풍경에서 느끼는 감정은 지난 시간 속에 흐려져버린 추억을 꺼내보기에 충분했다. 
지구가 하나의 공동체라고 하는 말이 있지만,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먼 길을 떨어져 살아온 사람들이 다 같을 순 없다. 
각각 다른 음식, 종교, 문화로 이루어진 공동체에서 나와 같은 마음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 
누구나 다르지만 비슷한 마음에서 오는 오묘함은 영혼을 더욱 풍성하게 느끼게 해주는 그 무엇이 아닐까?



1편 끝

 장신구 구입을 위해 흥정하는 사람들 @2010, Akaunr아코르




 앙파 파는 아저씨.  @2010, Akaunr아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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