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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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나무. 미국 서부, 그랜드캐년을 둘러보던 날이었다. 반대편 장엄함을 감출 수 없던 그랜드캐년에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수 많은 사람들이 그 주인공에 경탄을 금하지 못하고 있던 시간이었다.바람이 세차게 불어왔고 맑던 하늘은 구름으로 뒤덮혀 왔다. 하늘은 언제나 그대로인데 자연의 힘이 모든 것을 바꾸고 있었다. 어떤 때는 푸른 빛, 어떤 때는 오렌지 빛깔, 또 어떤 날은 잿빛 하늘.즉 모든 것은 하나인데 보는 관점에 따라 너무 많은 것들이 달리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봄이 막 시작될 무렵 음산한 하늘의 잿빛구름 사이로 잎이 나오지 않은 나무에게 더욱 분위기를 쓸쓸하게 만들어주었다.어디에서부터 오는 생명의 시작이었을까? 어딘가에부터 시작된 생명의 씨앗은 그곳에 자리를 잡았을 것이다. 그리고 조심스레 키웠겠지. 결..
2012.05.07 -
시간의 숲
시간의 숲. 오늘 너를 만날 수 있었던 건 단순히 내가 그곳으로 갔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거야.수억 시간의 비밀을 간직한 채 너는 그대로 있었으니까. 나는 그렇게 그곳으로 가서 너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이지.얼마나 많은 비밀을 간직하고 있었을까? 네가 가진 시간의 숲을 보는 나는 모든 것이 감동으로 다가왔어.속속들이 네가 간직한 비밀. 시간의 숲을 다 둘러볼 순 없었어. 아주 일부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내가 너를 만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했을 뿐이었어.너는 고스란히 말하지 않아도 네 존재만으로 너는 솔직하게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지. '순간의 찰나들이 모여 영원을 이루어 간다.' 나는 이 말을 늘 생각하며 살아왔거든. 영원이라는 것은 어떤 순간도 어떤 찰나도 모이지 않으면 마치 잘 맞춰진 퍼즐이 되..
2012.04.24 -
모래바다, 사막을 좋아해
바다를 좋아해.모래바다인 사막을 좋아해. 바다를 좋아했던 이유로 모래 먼지만이 가득한 사막에 푹 빠졌어.바다에서는 온 몸이 짠내로 젖어들지만, 사막에서는 땀과 모래로 젖어들어. 사막에는 길이 없어. 내가 가는 길이 곧 길이 되는 것이지. 신발 안으로 들어오는 모래 가득 차오르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고.모래언덕은 언제나 바람에 의해 그 길을 지우기도 하고 또 수월한 길을 터주기도 했지.해는 또 시시각각 사막의 얼굴색을 바꿔주기도 하지. 사막 위에 있으면 우리의 삶을 보여주는 것 같아.누군가 걸었던 길의 흔적을 따라 걷기도 하고, 전혀 새로운 길을 스스로 개척해 가야만 하지.가끔은 원하던 색을 볼 수 있지만, 또 원치는 않는 색들을 보이기도 하는 것이 우리의 인생일지도 몰라. 사막은 그랬어.늘 한결같이 있..
2012.04.16 -
Arizona Motel #403는 실제 존재하지 않았다.
Arizona Motel 403호는 실제 존재하지 않았다. 부랴부랴 인터넷으로 적당한 모텔을 예약하고 30시간이 걸려 그 어느 Arizona Motel에 도착했다. 햇살은 내 고향 봄처럼 후끈 거릴 정도의 온도였고, 봄바람으로 부터 꽃씨들이 나풀거리는 평온한 어느 낮이었다. 카운터 종업원은 내게 방을 배정해주었고, 나는 맨꼭대기 방으로 달라고 했다. 4층의 어느 방중이었다. 그 종업원은 403호라고 쓰여진 방키를 내게 건내고 어떻게 하면 그 방으로 향할 수 있는지 아주 친절하게 가르쳐주었다. 403호는 누구도 사용하지 않은 것 처럼 깔끔하게 정돈 되어 있었고, 건물의 제일 위 그리고 제일 측면에 덜렁 혼자 나를 반기고 있었다. 모텔 주인으로 추정된 한 사내는 방으로 들어가는 나를 잡아 세우고 403호에 ..
2012.04.12 -
아주 먼 곳으로 부치는 편지 최종편 - 새로운 봄
3년간 각각의 겨울. 서로 다른 곳에서 서로 다른 모습을 가진 채 시간이 흘렀습니다.마지막은 꼭 한국에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만 미국 요세미티의 마지막 겨울과 그리고 새로운 봄을 이야기 합니다.동영상도 있고, 사진도 평소보다 많은 이유로 글은 생략하겠습니다. 그 동안 보여드렸던 1, 2편과 새로운 몇 장의 사진이 추가되어 3편 최종편으로 만들어봤구요, 이제 더이상 '아주 먼 곳으로 부치는 편지'편은 없습니다.관심가져 주셔시고 많은 이야기로 호응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시작은...그 대사 때문이었느지도 모르겠습니다. "눈의 여왕이 카이에게 말했어. 사람들은 모두 날 미워해 아무도 내 친구가 되려하지 않아. 내가 가진 건 차가운 눈과 뼛속까지 시리게 하는 바람뿐 그런데 넌 왜 내 친구가 되어주겠다고 ..
2012.04.10 -
캘리포니아, 나에게 쓰는 편지.
* 캘리포니아, 나에게 쓰는 편지 이어폰으로 흘러나오던 노랫말들이 멈췄다. 무한 반복을 하지 않았던 이유었을 것이다.계속 듣고 싶었던 원했던 음악소리가 흐리지 않았던 탓에 적지 않이 당황했어야 했고, 결국 이어폰을 귀에서 뽑아 버렸다.그러니 다른 소리가 들리더라. 새들이 지져귀는 소리, 개울에서 흘러가는 물자락소리, 또 흘러가는 구름사이로 수줍음을 감추지 못한 채 들려오던 바람의 소리까지. 그랬던 것이다. 한 곳만 보고 다른 곳을 보려하지 않았던 것 처럼. 귀에 꼽혀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던 노랫소리에만 집착한 채내손으로 그 뽑아버리는 과정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다른 것일이 보이고 들리기 시작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북쪽으로 수키로 떨어진 곳에 소노마라는 작은 도시가 있다. 이곳은 캘리포니아 와인으로 유명한..
2012.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