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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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파티와 짜이
⬆ 먹고 있던 짜파티가 부러웠는지 달라고 손을 내밀던 씨야. I. 나도 당신도 모르던 인도 시골, 아코르 3. 짜파티와 짜이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으나, 여행을 떠날 때 한국 음식을 바리바리 싸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언제나 현지식으로 적응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맛기행을 위해 떠나는 여행도 아니지만, 그 고집은 언제나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늘 한 달이 넘어가는 그 시기가 고비였다. 시큼한 김치, 구수한 된장 그리고 무엇보다 지글지글 판 위에 구워진 삼겹살과 소주 한 잔. 어찌 흐르는 피는 속일 수 없나 보다. 하지만 이 곳에선 모든 것이 불가능하기에 빠르게 단념하는 편이 정신건강에 이로웠다. 아코르 사람들은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고 있었다. 중국 옆 조그마한 나라 정도로 인식하고..
2012.06.12 -
베니파티의 오아시스
⬆ 2010 베니파티의 해질녘 I. 나도 당신도 모르던 인도 시골, 아코르 2. 베니파티의 오아시스 난잡하게 붙어 있는 상점들 그리고 요상한 인도만의 거리 냄새, 빵빵거리는 자동차와 오토바이들, 한 꾸러미씩 머리에 이고 시장을 보는 사람 풍경이 어우러지는 모습들이다. 아코르로 들어갈 때와 나갈 때 마치 여권검사를 하는 이민국처럼 거쳐야 하는 곳이 바로 베니파티였다. 아코르에 머물 때면 언제나 일주일에 몇 번씩은 이곳을 와야만 한다. 하지만 그곳으로 향하는 길조차 쉽지 않았다. 베니파티로 나가는 방법은 합승택시를 이용하거나 걸어서 나가야 한다. 합승택시는 시간이 일정치 않아 언제 아코르에서 베니파티로 가는지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없었다. 소소한 생필품들이 필요할 때, 아이들을 위한 작은 선물들을 준비할 때..
2012.06.05 -
처음. 그 설렘과 두려움
⬆ 생각에 잠긴 2011년의 밀리. I. 나도 당신도 모르던 인도 시골, 아코르 1. 처음. 그 설렘과 두려움 인도를 여행하던 어느 날, 바라나시에서 한 인도인이 다가와 내게 얼굴이 슬퍼 보인다며 말을 건네왔다. 다른 인도인들과 다르지 않게 행색은 평범했지만, 그의 첫마디가 의미심장하게 말을 걸어온 것이었다. 빠르게 내 머릿속에는 ‘인도에도 사이비 종교가 있었나?’ 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사두를 사칭하고 다니는 사람이 많다고 알고 있었지만, 대부분은 구걸이나 관광객을 상대로 돈을 벌 목적으로 오렌지 빛깔의 사두의 복장을 하고 있어야 정상적이었다. 그러나 그는 사두의 복장과는 거리가 먼 청바지와 셔츠를 입고 있었다. 나는 그의 말을 무시한 채 나의 길을 걸었다. 걷다가 다시 그를 마주치게 되었다. 이..
2012.05.30 -
부처님 오신날
⬆ 인도네시아 보로부두르 사원의 부처상 - 부처님이 보시는 세상은 어떤 세상입니까? 인도와 네팔의 경계 즈음 왕국의 왕자로 태어나서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구도의 길을 걸으셨던 고타마 싯다르타가 세상에 태어나신 날을 기념하는 날입니다.요즘 불교계가 스님들의 탈선행위로 시끄럽고, 국내외 정치, 경제적으로 어지러움이 많은 시기인 것 같습니다.우리가 살아가는 삶속에도 인내심도 필요하고 자비심도 필요한데 과연 그 범위가 어디까지일까라고 고민하고, 그것들로 인해 또 상처받고 분노하기도 하며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합니다.부처님의 인내심과 자비심은 과연 어디까지였을까?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저는 아직 많이 부족하니 더 많은 인내심을 기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며, 또한 한 없이 사랑할 수 있는 자비로운..
2012.05.25 -
노숙자
델리에서 기차표를 구하지 못해 무모한 모험을 감행했다. 중간 중간 로컬 기차와 로컬 버스를 타고 동쪽으로 향하기로 한 것이다.알라하바드를 지나칠때 즈음이었다. 인도의 날씨는 10월에도 여전히 더웠고, 로컬 버스에 내려 알라하바드에서는 야간 로컬 기차를 타고 바라나시로 일단 가기로 작정했다. 갠지스를 끼고 계속 동쪽으로 향하던 곳, 일라바드역. 역 내부에는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으로 가득차있었고, 더위와 사람들의 열기로 땀이 벌써 흐르고 있었다.그리고 더위와 인산인해를 피해 알라하바드 근교를 구경하기로 작정했다. 야간 기차시간은 새벽 3시 30분에 일라바드를 거쳐간다고 했으니 그야 말로 밤을 세어야 했던 날이었다.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던 곳에서 잊을 수 없는 냄새가 나의 코를 깊히 자극하고 있었다. 잠시 길..
2012.05.03 -
밀리야?
밀리야? 그렇게 물으면 언제나 응? 하고 돌아보던 너였지.이제 삼촌이 너에게 약속했던 것들을 포기하려해.4년이란 시간동안 너에게 많은 말을 했고, 너를 꼭 내 집에 데려와서 저녁 7시가 넘어도 밝다는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었어.어떤 노력과 발버둥도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은 아무것도 허락되지 않았어.미안해 밀리야.삼촌? 꼬레아? 미? 고? 라고 하던 너의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되어버렸어. 이제 삼촌이 포기한거야. 지금이면 꿈나라에 허우적되고 있을 너에게 삼촌이 어떤 말을 할 수 있겠니?밀리야.미안하다. 삼촌이 많이 미안해. 지금이면 그곳은 많이 더울테고 또 모기와의 전쟁이 시작 되었겠지?이곳은 따스함이 내려 앉은 봄이야. 밀리야. 혼자 뒤에서 울지말고 ... 라는 말을 이제 못하겠다.얼마나 울어야 할까? 삼촌..
2012.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