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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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간 그 자리.
그 시간 그 자리. 그 시간은 꼭 지나간 시간일 것만 같지요. 그 시간은 절대 지나간 시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시간은 앞으로 다가올 시간일 수도 바로 지금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의 생각에 따라 그 시간은 바로 그 시간으로 특정된다는 것이지요. 지금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 시간은 언제인가요? 그리고 그 시간 안에 있는 그 자리는 어디인가요? 그 자리로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의지는 단 한 가지일지도 모릅니다. 가는 시간을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오는 시간도 막을 방법이 없어요. 마찬가지로 사람의 마음 길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는 것이에요. 여러분의 마음 길에도 꽃길이었으면 좋겠습니다.
2013.04.05 -
오늘을 사는 나.
어느 새인지 집이 있어 부러운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인가 봅니다. 한 때는 누군가의 손에, 호주머니에 소중하게 간직되었겠지요? 살아가며 매듭이 풀리지 않은 것처럼 때론 짓밟히고 어렵고 서러운 상황이 오기도 마련이겠지요.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천천히 가보는 건 어떨까요? 얼었던 대지는 녹아내렸고, 차가운 공기도 한층 따스함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렇게 오지 않을 봄이 오고 있습니다. 혼자라는 길보다 함께 하는 길이 더 아름다운 법이지요. 떨어짐이 있으면 오름이 있고, 오름이 있으면 떨어짐이 있어요. 결국 평평함에서 다시 만난다는 것이겠지요. 봄날의 바람이 겨우내 묵었던 것들을 씻어주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가는 길도 따스한 봄날의 바람처럼 평평했으면 좋겠습니다. 저와 여러분들은 결국 오늘을 살아가고 있..
2013.04.02 -
현대판 소작농의 삶
⬆ 손으로 직접 벼를 베고 있는 소년 @2011 II. 소박한 일상뒤의 눈물 1. 현대판 소작농의 삶. 농경사회에서 공업사회로 전환된 역사는 그리 오래지나지 않았다. 민속 놀이에 나올 법한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이 글귀를 요즘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의 가정환경 또한 농사와는 전혀 관련없었고, 낫으로 벼를 베어본 기억도 없다. 기껏해야 어린 시절 고추농사를 짓고 계시던 고모님댁을 방문해 고추밭에서 고추 몇 번 따본 것이 전부인 나의 농사와 관련 모든 기억이다. 그 만큼 도시화에 익숙해진 세대로 살아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코르에는 시골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전혀 산업화 된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농사에 의지해 자급자족의 형태로 살아온 것이었다. 아코르에서 농사..
2012.08.30 -
짜파티와 짜이
⬆ 먹고 있던 짜파티가 부러웠는지 달라고 손을 내밀던 씨야. I. 나도 당신도 모르던 인도 시골, 아코르 3. 짜파티와 짜이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으나, 여행을 떠날 때 한국 음식을 바리바리 싸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언제나 현지식으로 적응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맛기행을 위해 떠나는 여행도 아니지만, 그 고집은 언제나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늘 한 달이 넘어가는 그 시기가 고비였다. 시큼한 김치, 구수한 된장 그리고 무엇보다 지글지글 판 위에 구워진 삼겹살과 소주 한 잔. 어찌 흐르는 피는 속일 수 없나 보다. 하지만 이 곳에선 모든 것이 불가능하기에 빠르게 단념하는 편이 정신건강에 이로웠다. 아코르 사람들은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고 있었다. 중국 옆 조그마한 나라 정도로 인식하고..
2012.06.12 -
[낯선, 라플란드] Story 2. 라플란드의 숲 그리고 첫만남
시계는 10시를 가리킨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았다. 암흑과 같은 이른 새벽 시간과 같다. 아무도 없는, 인적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저 혹독한 찬공기만 나의 가슴속으로 들어온다. 적막감이 흐른다. 추위와 적막감은 내 가슴 속으로 엄습해 오며 이유없는 쓸쓸함이 찾아온다. 살아온 짧은 시간을 떠올려본다. 그리고 눈물 한방울이 내린다. 떨어졌던 눈물 한방울이 다시 하늘로 올라가길 소망해본다. 다시 기쁨과 축복의 일부가 되어 세상에 뿌려지길 소망해본다. 걷는다. 여전히 나는 눈속을 거닐고 있는 것이다. 해는 아직 뜨지 않았다. 저 멀리서 나를 응시하는 시선을 느낀다. 낯선 시선이다. 순록이다. 놈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그것에 재빨리 대응이라도 하듯 나도 쳐다본다. 아주 멀리 있지만 생명체는 나와 순록 뿐..
2011.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