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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던 라이트
이나리에서부터 나는 철저히 혼자였다. 길은 모두 눈으로 뒤덮혀 있었고, 눈앞에 보이는 거라곤 나무와 눈 그리고 간간히 달려가는 자동차 뿐이었다. 적막감이 온몸을 감쌌고, 버스에 몸을 의지한 채 북쪽으로 올랐다. 북으로 북으로 올라 노르웨이로 넘어가는 단순한 루트가 그리 쉽지 않았다. 겨우내 내린 눈으로 국경은 폐쇄 되었고, 나의 여정은 여기서 끝이 나는 듯 했다. 어디로 가야 했을까? 결국 버스는 어느 한 적한 곳에 나를 내려주었고, 그리 북적이지 않는 허름한 식당으로 들어갔다. 그 식당은 라플란드의 분위기와는 다르지 않았다. 살점이 흘러 넘칠 듯 한 주인은 메뉴판을 들고 나와 너스레 웃으며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한국에서 왔다고 말을 했고, 가장 저렴한 햄버거와 콜라 그리고 감자튀김을 주문했다. 손님이..
2012.03.09 -
인도에서는 시간의 개념을 버려라.
I. 여트막한 기억을 되집어 본 적이 있는지? 나의 인도방랑은 언제나 그 기억에서 다시 시작 되었을지 모른다. 새벽의 싸늘한 바람을 맞으며 길을 걸었다. 흐믈흐믈해진 공기들이 나의 피부, 나의 눈으로 부딪히고. 그것은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었고, 또 시간이라는 한정된 공간속에 내가 존재함을 인식하게 해주었다. 왜 인도로 내 발길을 이끌게 하는지 명확하고 적확하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갠지스에서 숨을 쉬고 갠지스를 신성시 하는 그들 속에 있는 것만으로 나는 이미 갠지스인이 되었을지 모르겠다. 나는 그곳에서 아무 것도 아니었다. 마치 떠있는 수많은 공기입자 처럼. 늘 나는 강가에서 같은 일만 반복한다. 남들이 일어나는 시간, 해가 뜨기 전의 시간에 일어나 살아있는 몸뚱이를 이끌고 두발로..
2012.03.07 -
너 확실해?
밤하늘의 별과 오로라가 춤을 추던 그 곳에서 더 북쪽으로 올라 가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사리셀카 국립공원에서 출발한 버스. 국립공원 안내원의 안내로 해가 뜨지 않은 아침에 부랴부랴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 내부는 텅비어 있었고 한 사내가 모자를 푹 눌러 쓴 채 잠들어 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버스는 더 탈 손님이 없음을 확인하고 눈길을 미끄러지듯 목적지로 향하기 시작했다. 길은 보일듯 말듯 한 눈보라 사이를 뚫고 지나갔고 수시간을 달린 후 이름도 모르는 어느 도시에서 무작정 서버렸다. 그리고 버스기사는 2시간 후에 다른 버스가 원하는 목적지로 데려다 줄 것이라고 하고는 사라졌다. 2시간 그 공터에서. 그때서야 꿈나라를 헤메던 그 사내와 말을 나누었다. 아무것도 모른채 그는 어리둥절 하게. "여기가 어디지?..
2012.03.05 -
한마디 위로가 필요했던 너에게
화창함이 지차다 싶을 정도의 지난 일요일. 오랜만에 서점을 들렀어. 인도를 다녀왔고, 그 후 나름 바쁜 일상들을 보내야만 했어. 이런 저런 핑계로 미뤄왔던 책들을 구입하기 위해 서점을 들렀던 것이지. 필요하고 읽고 싶었던 책을 두툼하게 구입하고 계산대로 발걸음을 옮기던 찰나. 부동의 베스트셀러로 각인 되던, 600쇄가 넘게 팔린 책의 내용이 궁금해서 그 한 권을 더 손에 넣었어. 집에 구입해 온 책들을 보다가 먼저 평소 읽던 책을 벌써 2권을 읽어내려 갔지. 그러다가 다음 책을 읽으려고 손에 잡았는데, 그 책이 바로 부동의 베스트셀러였던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었어. 내가 책을 한 번 손에 잡으면 만사를 제쳐두고 빠져 읽게 되는 탓에 그 책을 몇 시간 만에 읽어내려 갔지. 참 공감되고 아픈 청춘을 ..
2012.02.22 -
언젠가는 잊혀져.
손을 받쳐들고 먹어야 할 것 같은 아주 허름한 식당에서 곰치국 한 그릇을 비우고 나왔다. 습관처럼 주머니로 손을 가져가 담배를 찾는다. 그리고 딸깍 라이터로 불을 붙혔다. 나의 폣속 깊이 담배 연기는 다시 세상밖으로 토하듯 흘러나왔다. 끝없이 펼치진 바다는 시리듯한 하늘과 빛깔의 조화를 이루고 있던 오후. 특별할 것 없는 오후가 시작된 것이다. 걷는다.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이 이어진 길위에 나는 서 있었다. 마치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으로 태어난 것 처럼. 무심한 파도는 하얀 물거품으로 다시 되돌아가곤 했다. 하지만 평범하기 짝이 없을 듯한 파도는 가끔 성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마치 '나는 그리 호락호락한 놈이 아니다!'라고 시위라도 하듯. 얼마나 파도가 높았을까? 방파제 앞 ..
2012.02.19 -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길!
1월의 마지막 부터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던 고열과 감기는 일주일이 넘어서 겨우 진정되었습니다. 갈비뼈에 부상을 입고,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다가 겨우 지난주 몸을 일으켰습니다. 호랑이의 기운을 한 번 받아보겠다고 동물원에 들렀다가 호랑이도 기진맥진한 모습만 보고 왔네요. 이럴때 호랑이 연고라도 바르면 조금 빨리 회복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따사로운 햇살이 온몸을 감는 그 느낌만은 좋더군요. 이제 곧 환절기가 찾아 올 것이고 모두 건강 유의 하시길 바랍니다. 이상 생존 신고였습니다. ㅠ.ㅠ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길! 동물원을 가도 꼭 저와 같은 심리 상태를 대변하는 것 같습니다. 저 놈도 탈출 하고 싶은 걸까요?? 저를 좀 꺼내주세요!! ㅠ.ㅠ 언젠가 세계 여러나라의 동물원에서 봤..
2012.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