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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한 일상들

초대 받지 못한 자, 언터쳐블 본문

사소함으로부터의 행복/2. 소박한 일상뒤의 눈물

초대 받지 못한 자, 언터쳐블

비케이 소울 2012.09.20 08:03

 인도의 신분제는 사라졌지만 그 소녀의 마음 속의 신분은 언제 사라질까? @2011 아코르





II. 소박한 일상뒤의 눈물

3. 초대 받지 못한 자. 언터쳐블

안개가 자욱했던 그 호수 그리고 아주 작은 오솔길, 그 길은 세상과 통하는 유일한 길이었다. 
심한 안개 때문에 한 치 앞도 내보이지 않던 그 길 끝에 한 가정의 인기척이 들려왔다. 
건장하고 다구진 체격의 한 남자와 수줍은 듯 내 얼굴을 쳐다보지 못하는 그의 식솔들이었다. 
처음 본 그의 집은 마치 곧 무너질 듯한 형태의 대나무로 만들어 놓은 기둥과 그 위에는 짚으로 겨우 비만 피할 수 있게 해둔 지붕, 
그리고 싸늘한 가을과 겨울철에는 바람이 집 안으로 들오고도 남을 구멍들이 즐비했다. 이 한 채의 집에 4명의 아이들과 아내, 그리고 그가 살고 있었다. 
그 곳에는 수돗물 아니 흔한 펌프 물도 없었고 사람들의 이목을 피할 수 있는 시각 양동이에 물을 길러다가 사용해야만하는 환경이었다. 
샤워, 설거지등 평상시에 사용하는 물은 깨끗하지 않은 호숫물을 사용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안개 때문이지 해가 뜨지 않은 새벽녘과 같은 시간, 그에게 어떤 주문이 들어왔나보다. 
쿵쾅쿵쾅 소리가 한 적한 호숫가 주위를 시끄럽게 울리고 있었다.
“무엇을 만드는 거죠?” 
“하누만 축제에 사용할 탑을 만들어요. 그 탑의 기초가 되는 것이 이 대나무랍니다. 
마을에서 누구나 대나무를 이용해 만들 수 있지만, 숙련된 기술로 시간안에 만들기란 쉽지 않죠. 
전 이 일의 전문가에요. 그래서 마을 축제 준비위원회에서 제게 탑을 만들라고 주문을 한거죠. 
그래서 축제 전까지 만들어야 해요. 지금은 바쁜편이죠.” 
그리곤 또 그는 자신의 키보다 훨씬 길었던 대나무를 아주 능숙하고 빠르게 가공하고 있었다. 
허리를 펴고 잠시 쉬고 있는 찰나 나는 그에게 다시 물었다. 
“그럼 이 일이 끝나면 더이상 대나무 일거리는 없는거에요?” 
“아니에요. 축제가 끝나면 집사람과 아이들이 바구니나 부채를 만들어요. 하지만 벌이가 좋지 않아요. 
그래도 먹고 살아야 하니 그거라도 만들어 팔아야죠. 부채는 30루피에서 100루피 정도로 팔리고, 바구니는 크기에 따라 달라요. 
작은 것은 50루피에서 200루피 상당의 크기까지 만들어 팔죠. 잘 팔리진 않아요.” 
불가촉천민이라는 딱지를 평생 달고 다니는 건장한 사내는 젊은 나이에 부모를 여의고 
12살의 나이에 얼굴도 모른채 결혼한 아내와 함께 타인들의 눈을 피해 아코르의 호숫가 옆에서 정착했다.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의 일환으로 혼자 대나무 가공법을 스스로 터득했어야 했었다. 
그는 또 먹고 살기 위한 몸부림음으로 소위말하는 ‘투잡’을 가지고 있었다. 
아침 7시 즈음 안개가 채 가시지도 않던 시각, 그는 하던 일을 내려 놓고 어디론가 황급히 내달렸다. 
다다른 곳은 그가 사육하고 있던 돼지들이 모여있는 우리였다. 
크지 않았던 우리는 역시 대나무로 만들어져 있었고, 돼지들을 방목할 시간이 되었던 것이다. 
인도를 여행하다 돼지를 몇 차례 본적은 있었지만, 아코르에서 돼지를 키우는 것은 그 동안 보지 못했었다. 
이슬람 문화권의 사람들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지만, 힌두문화의 사람들은 돼지고기를 먹을까? 
“대부분의 인도인들도 돼지고기를 먹지 않아요. 당연히 소나 버팔로 고기도 먹지 않구요. 생선이나 치킨, 염소고기만 먹죠.
 돼지고기를 먹으며 불가촉천민으로 사람들이 생각하죠. 저급한 음식이라 생각해요.” 
그런데 그는 왜 돼지를 사육하고 있는지 참 궁금했다. 그리고 어디로 팔려가는지도. 
“카스트 안에 있는 사람들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지요. 우리같이 카스트 밖의 사람들은 먹죠. 
하지만 대부분 돼지들이 팔려가는 곳은 이곳에서 가까운 네팔이구요, 
특별한 뿌자가 있을때 제물로 바칠 사람들이 가끔 사가기도 하죠. 
한마리에 1000루피(한화 25000원) 정도의 가격입니다. 하지만 큰 놈은 더 싸답니다.” 
돼지가 크면 가격이 더 떨어진다는 소리에 깜작 놀라게 했다. 
이유는 돼지가 너무 크면 많은 수요가 없는 사람에게는 손해라는 이유로 큰 돼지들은 가격이 떨어졌던 것이다. 
불행중 다행이었는지 그에게 종돈으로 사용하는 돼지 한 마리를 제외하곤 몸집이 그리 크지 않았아다. 한 마리 두마리, 
돼지를 좁은 우리에서 꺼내며 내게 되지고기를 먹어본 적이 있느냐고 물어온 그에게 주머니속 핸드폰을 꺼내 찍어두었던 한국 삼겹살 사진을 그에게 보여주었다. 그는 놀란 듯 다시 말을 이었다. 
“오! 오! 맞아요. 돼지를 도축하고 껍질을 벗겨내면, 핑크색으로 변해요. 맞아요. 돼지고기! 한국 사람들도 돼지고기를 먹나요? 
하지만, 이 놈들이 더 맛있을꺼에요. 제가 확신 합니다! 하하하” 
마음으로는 그에게 돼지 한 마리를 사서 삼겹살 한 판 구워보고 싶었던게 굴뚝 같았지만, 
현실은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윽고 답답했다는 듯 돼지들이 우리 밖으로 모두 나오자 이리저리 추수를 하고 텅빈 논으로 내달렸다. 
그도 그의 큰 아들도 함께 달렸다. 생각보다 속도가 빨랐던 돼지들의 뜀박질 앞에 나는 거북이가 되어버린 듯 했다. 
그 후 한 참을 기다려 다시 만난 그 남자. “매일 해야만 해요. 돼지들도 매일 먹어야 하고, 운동도 시켜야지요. 그래야 맛이 더 좋아진답니다.” 
옆에서 지켜보니 그가 왜 건장하고 근육질로 몸이 단련되어 있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매일 돼지몰이를 하며 빠른 돼지들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어선 안되기 때문에 한시도 그는 돼지 옆을 떨어지지 않고 같이 달려야만 했다. 
우리에 돼지를 몰아 넣고 난 후, 그는 도끼를 다시 집어들었다. 
쿵쾅쿵쾅… 고즈넉했던 일대가 다시 그의 도끼 소리로 적막감을 깨트렸다. 

며칠을 그와 시간을 보낸 후 알았다. 그의 눈은 언제나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피곤기가 가시지 않거나 잠을 못잔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한 날은 그의 눈이 평소보다 더 붉게 충혈되어 있어 괜찮은지 물어봤다. 
“오래 됐어요. 언제부턴가 붉게 충혈되었는데, 점점 시력이 좋아지지 않음을 느껴요” 
의사를 찾아보는 것이 어떠냐고 물었고, 그의 대답은 가슴을 아프게 했다. 
“네 여유가 되면 의사를 찾아가고 싶어요. 눈이 안보이면 큰 문제가 되니까요. 아직 아이들도 어리고… 
하지만 지금 셋째가 아파 병원에 다녀요. 병원 다녀오고 약값으로 5000루피나 사용했지요. 그러니 지금은 돈이 한 푼도 없어 제 몸 돌볼 여력이 없네요.” 
아이는 밥을 먹는다. 아니 밥을 억지로 입으로 가져가 집어 넣는 것 처럼 보였다. 
식어빠진 찬밥 한 덩이와 어딘가에서 얻어온 튀김 한 조각 그리고 소금. 식기가 하나 밖에 없는 터라 밥은 가족이 한꺼번에 먹을 수 없었다. 
아빠,오빠들 그리고 엄마의 식사가 끝낸 후 그 그릇에 음식을 받은 것이었다. 
내가 그 조그마한 소녀를 뚫어지게 보고 있어서였는지 수줍은 미소를 머금고도 꾸역꾸역 찬밥을 입속으로 밀어넣던 아이.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안도하는 표정도 분명 읽을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친 그 아이는 엄마에게 그릇을 내맡겼지만, 그 아이의 엄마는 따로 설거지라고 할 것도 없이 그리 깨끗해 보이지 않던 호숫물에 식기를 헹구어 버렸다. 
아이는 다시 그 남자가 하는 일을 지켜보고 있다. 자신이 도끼를 들고 일을 도울 수 없다는 것을 안듯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었다. 
한시도 그 곁을 떠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열악한 환경 속에도 믿고 의지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빠와 엄마 그리고 두명의 오빠와 한 명의 동생 뿐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아무도 그 아이에게 말을 걸거나 같이 놀아주지 않았다. 그리고 축제를 위해 대나무 공예로 참가 했던 것 이외 어떤 장소에서도 그를 마주할 수 없었다. 
무엇이 그들에게 사회와 단절을 강요하고 있었던 것일까? 
아무리 봐도 그들의 얼굴에는 주홍글씨처럼 불가촉천민이라고 쓰여있지 않았다. 

그저 수줍음 많고 눈망울이 크고 곱슬 머리를 하고 있는 여느 인도 소녀와 다르지 않았는데…



 대나무를 세분화하고 있었다. 그의 아들도 그에게 기술을 배우고 있었다. @2011 아코르




 혼자서 대나무 하나 분해하는 일은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2011 아코르




 태어날 때부터 Untouchable 불가촉천민. 이제 그 어디에도 그 신분은 없지만 남루한 옷자락은 넘을 수 없는 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2011 아코르




 그 아이에겐 좀 더 나은 미래가 가득 차오르길 바란다. @2011 아코르



 대접 할 것도 보여줄 것도 없지만 집안오르 초대하던 그. @2011 아코르



 돼지들은 그의 가장 큰 자산이다. @2011 아코르



 그를 따랐지만 돼지들의 속도를 못따라가 얼마 못가 포기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는 ...  @2011 아코르




 내가 해줄 수 있었던 건 가족 사진 한 장 없는 그를 위해 가족 사진을 찍어주었던 것 뿐이었다. @2011 아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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