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2012. 10. 22. 14:51여행/보통여행





조용히 파도만이 춤추는 바닷가에 단 하나의 희미한 그림자가 멀리서 눈에 들어왔어.

가까이 다가가 본 모습은 조금 수척해보이는 한 남자였지.

낯선 곳에서 누군가를 따른다는 것은 상당한 용기와 배짱이 필요해. 물론 상대인 그도 그럴지도 모르겠어.

그는 이방인인 나에 대한 경계로 표정은 굳어있었어 하지만 이내 자신의 일에만 몰두하는 그였지. 나는 그런 그를 조용히 몇 시간을 따라다녔어.

파도소리만 무섭게 들려왔고 그의 표정도 좀처럼 풀리지 않았어. 

몇 번의 그물질을 하던 그가 결국 다시 그물을 주섬주섬 말아넣고 있었지. 그리고 알아들을 수 없는 현지어로 자신을 표현하고 있었어.

'나 때문에 실패한것인가?' 라는 자책감도 있었지만, 물고기를 잡지 못한 아쉬움이었던 것 같아. 

다시 혼자 '결국 포기 한 것인가?'라는 생각으로 그를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었어. 하지만 그는 포기 하지 않았어.

다시 수백미터를 걷던 그는 물고기가 있을 법한 자리를 뚫어지게 노려보고 그물을 던졌지. 결과는 글쎄...


내 어께엔 커다란 카메라가, 그의 어께에는 남루한 흰색 그물이 서로 다른 입장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었어.

문득 그가 그물 던지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내 모습이 투영되었을지도 몰라.

그래, 몇 번을 여행하다 보면 한 장의 사진을 머리속에 그리고 또 그 현장에 도착했을때 다시 머리속 밑그림을 그리고

순간의 장면을 포착한 후 셔터를 누르는 그 모습. 

어쩌면 사진가로 아주 평범한 모습일지 모르는 상상이 고기 잡는 어부의 모습에 비춰진거였을지도.

몇 번을 실패 실패 실패. 내 사진도 실패 실패 실패.


몇 시간을 돌아다닌 우리는 모두 실패로 그날이 기억되었어.

하지만, 저무는 하루 앞. 마지막의 그의 미소, 나의 미소. 우리는 그 날 처음으로 서로가 마주보며 웃었어.

오늘의 실패에 좌절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야. 오늘의 실패가 영원한 실패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며, 

내일을 위한 밑거름이 될 거란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눈앞의 실패에 좌절하고 포기하면, '다음'이라는 기회는 다시 찾아오지 않겠지?





PS 한 줄 광고.


- 아래에 보시면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흑백사진 위주의 사진들을 모아둔 곳입니다.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될 것입니다.

  방문해주시고 봐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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