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되던 날 #9
삭풍이 불어오던 혹독했던 겨울이 또 하나의 기억속으로 사라져 가는듯 했다. 하지만 봄이 오는 것을 시샘이라도 하듯 꽃샘추위는 다시 세상을 꽁꽁 얼리고 말았는지 모르겠다. 깊은 잠에서 일어난 것 같은 몽롱한 기분으로 편린되어버린 기억의 조각 하나가 떠올랐다. 캄캄한 어둠이 가시지도 않은 새벽, 검은색 자동차는 요란한 소리도 없이 어둠속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한 참의 시간이 지나자 빛이 어둠을 몰아내며, 세상에 모든 것들이 '나 여기 있어요!'라는 소리를 내지르듯 하나 둘 씩 모습을 띄기 시작했다. 역시나 아직 겨울은 내 발걸음을 반기고 있었고, 기억의 한 조각으로 선연하게 떠오르게 해주었다. 그곳에 서서 걷는다. 걷는다는 것은 여러가지 의미가 있지만, 추억의 한 조각으로 남는 곳에서의 그것은 추억속으로 ..
2012.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