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여인

2012. 6. 14. 07:26여행/포토에세이







인도에서 자유로운 연애를 하는 커플을 보기란 힘든 일이죠. 

사회가 시대가 아직은 모든 것을 포용하지 않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소수의 일부가 행하는 일이 모두에게 적용되지 않은 듯

인도 대도시에 만연했던 인도커플을 보고 모든 인도인도 그럴 수 있다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펼쳐진다는 것이죠.

10억이 넘는 인도인에게 대다수에게 여행이란 쉽지 않은 여가 생활입니다. 

인도 뿌리를 갔었던 때였습니다. 드넓은 아라비아 해 앞에 펼쳐진 백사장. 황금빛 해변. 

제가 이곳 불가촉천민 어부들의 삶을 엿보고 싶어 무작정 뿌리라는 곳으로 갔었어요.

하지만, 이들의 생활 패턴을 읽지 못했던 탓에 하염없이 기다리는 시간이 촬영하는 시간보다 더 길었던 것이죠.

일몰을 기다린 것입니다. 일몰이 지나면 어부들이 밤 조업 나갈 준비를 하고 출어를 나가는 시기였지요.


그래서 낮 동안 눈앞에 펼쳐진 수평선만 보고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기곤 했었어요. 

그런데 유창한 영어로 멋진 남녀 한 쌍이 제게 카메라를 내밀었습니다. 그리곤

"내 여자친구와 몇 시간을 해변을 걸었어요. 유일하게 카메라(아마 DSLR을 뜻했던 것 같습니다.)를 들고 있던 당신을 보았습니다. 

사진 한 장 찍어주시면 안 될까요?"

이렇게 물어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으나 아무도 믿지 못했던 것일까요? 흔쾌히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눌러줬습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불과 서너 시간 전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행복하고 부러운 모습으로 해변 여행을 즐기던 커플이었지요.

해질녘 시간이 다가오고 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 어느 해변보다 아름답게 바다 빛은 황금색으로 물들어가고 있었지요.

그렇게 다정한 모습으로 찍어줬던 그 여인이 갑자기 혼자서 걷기 시작합니다.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그녀는 단순히 해변을 걷는 것이 아니라 혼자 막연히 생각의 위를 걷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인도에서 여행 오는 가족을 보기란 쉽지 않고, 커플 보기도 쉽지 않고, 거기다 다툼까지? 가부장적인 문화가 강한 힌두교적 사회 문화인데?'


이렇게 저의 편견으로 스스로의 결론으로 다가가 버렸지요.

물론 분위기가 험악했으니 제가 졸졸 따라가 무슨 일이냐? 왜 싸웠어? 등등 물어보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제 앞을 지나가던 그 여인은 눈물을 훔치며 걸었습니다. 아마 한 참을 걸었던 것 같습니다.

무엇이 그 해변의 여인 눈에서 눈물을 맺히게 했을지 저는 모릅니다. 

저는 그들이 떠나기 전까지 웃음을 볼 수 없었던 것 뿐이지요.


다시 해가 지고 나서야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서로가 받은 상처가 있겠지. 누구 하나가 잘못한다고 해서 어긋나는 일은 없어. 

함께했던 시간이 소중했던 만큼 그것을 어긋나게 하는 책임은 결국 둘에게 있으니...'


제가 봤던 펀자비를 입고 황금빛 해변을 걷던 그녀는 많이 울었습니다. 반대로 그녀의 남자친구도 마음이 매우 아팠겠지요?

지금은 사진 속 그 시간이 아닌 미래의 어느 시간에 저는 다시 와서 그 시간을 떠올려봅니다.

어떤 이유 간에 그들의 여행이, 그들의 인생 여정이 늘 함께 하는 동반자로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죠.


파도가 밀려와 해변의 정리되지 않은 흔적들을 쓸고 가듯 

서로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이해와 사랑이라는 파도의 소용돌이 속으로 사라지길 바라면서

그때의 그 해변의 여인을 떠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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