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7. 11. 07:30ㆍ사소함으로부터의 행복/1. 나도 당신도 모르던 인도 시골, 아코르
⬆ 30대중반의 세친구, 한마리는 직화로 구웠다. 2011년의 어느 겨울
7. 내 생애 최고의 생일
“다시 오지 않을꺼지? 내 생각이지만, 넌 다시 오지 않을 같아. 하지만 우리 모두 좋은 기억이었어.”
“아니 다시 올께. 기다리고 있어. 내년에도, 내 후년에도…”
무슨 생각이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현대 문명에 젖은 내가 적응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나보다.
하지만 두번 고민하지 않고 약속을 했다.
“그래 꼭 다시 아코르로 돌아오길 바라. 그리고 다음엔 꼭 내게 생일파티를 해주고 싶어. 나, 키쇼르, 어닐 그리고 너”
그런 약속을 하고 떠났던 날. 그리고 시간이 흘러 우리가 함께 했던 일들이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질때 즈음 우리는 다시 만났다.
세르반은 꼭 내 생일을 신나는 우리의 파티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생일에 관하여 크게 신경을 쓰고 살아오지 않은 나로써도 이 친구들과 생일을 함께 보낸다는 생각에 조금은 설레였다.
해가 중천에 떠 있는 오후 3시즈음, 아코르의 친구 세르반, 키쇼르, 어닐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각자의 한 손에는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독한 위스키와 럼주들, 다른 한 손에는 정체모를 검은 봉지들을 들고 있었다.
영문을 모른채 그들과 논길을 걸었고 대나무숲을 지나 조용하고 한적한 망고나무가 무성했던 숲에 우리는 자리를 잡았다.
장작불을 피운 후 검은 봉지의 정체가 들어났다. 아코르에서 좀 처럼 보기 힘든 온전한 닭 두마리였다.
한 마리는 통째로 불위에서 구워졌고, 다른 한 마리는 세르반만의 특제 커리 양념으로 우리의 닭볶음탕 같은 요리를 즉석에 만들었다.
적당히 들어간 알콜성분과 좋은 친구들의 함께하는 그 자리, 세상 어디에서 맞볼 수 없는 행복했던 나의 생일로 기억되었다.
부족한 술은 세르반의 집에서 천연 야자술로 해결하기로 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 앉았기에 먼 길을 가기엔 불가능했지만,
그 호의를 거절 할 수 없었다. 밤하늘의 별이 초롱초롱하게 빛나던 시간 세르반의 집에 도착했다.
싸리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갔을때 세르반의 노모가 우리를 반겼다.
건낸 인사가 무섭게 나를 축복해주는 짧은 기도. 술 기운인지 한 어머니가 아들의 친구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모습에서
내가 태어난 날을 잊지 못하고 계실 내 어머니가 생각났다. 부랴부랴 음식을 내오시는 집안 식구들.
가난으로 먹을 것 구하기도 쉽지 않는데 민폐가 아닐까 염려스러웠지만, 그 날만은 즐거운 마음으로 그들의 마음을 받기로 했다.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그의 가족들 탓인지 내어주신 음식 모두가 상상 이상으로 매웠다.
매운 고추로 양념을 한 민물생선 요리 및 매운 야채 튀김등 매운 맛으로 인해 입에 불이 나 괴로워 하고 있는 찰나,
노모가 안쓰런 표정으로 찬 바람을 불어주셨다. 그리고 “괜찮아 질꺼다. 괜찮아질꺼다” 라는 작은 외침과 물 한잔을 내미셨다.
사실 조금 당황스러웠다. 큰 고통이 아니라 감사하게 제공해주신 음식먹다 매워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머니의 입장에서 보시기에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우셨나보다.
그 세심한 배려에 다시 아주 멀리 계신 내 어머니가 머릿 속에 채워졌다. 그리고 원인 모를 눈물. 주체할 수 없는 눈물로 이어졌다.
사소한 것으로 부터 지난 과거의 기억들이 떠올랐기 때문이었을까?
사랑했던 아니 사랑하는 김여사님과의 추억이 자식이 있을 법한 나이에 눈물을 보였으리라… 그런가보다.
어머니의 마음이라는 것이 자신보다 더 자식을 위한 마음. 당신 자식이 아닌 아들의 친구 고통마저도 자신의 고통인 것 처럼
같이 아파해주시고 계셨던 것이다. 사랑의 실천은 괭장히 거대한 것에서 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아주 사소하고 작은 것으로 부터 나오는 마음이라는 것,
그날 그것이 내가 세르반과 세르반의 어머니로 부터 받은 가장 큰 생일 선물이었다.
⬆ 요리는 세르반 담당
⬆ 지글지글 머리끝까지 매운 커리 닭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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