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Archives
Today
6
Total
710,170
관리 메뉴

소란한 일상들

화장실이란 세글자에 내포된 많은 의미 본문

사소함으로부터의 행복/1. 나도 당신도 모르던 인도 시골, 아코르

화장실이란 세글자에 내포된 많은 의미

비케이 소울 2012.06.27 07:39

 어때요? 비록 인분이 좀 보이지만 자연화장실 치고 아주 멋지죠? @2010 아코르의 여름날



I. 나도 당신도 모르던 인도 시골, 아코르

5. 화장실이란 세글자에 내포된 많은 의미

아이가 두발로 딛고 일어선다는 의미는 세상을 향해 바로 서기 시작함을 의미한다. 
아코르에서 아이가 두발로 혼자 일어 설 수 있는 일처럼 화장실을 혼자 다녀올 수 있다는 것은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 할 수 있다는 것과 같았다. 
그만큼 화장실 문제를 해결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유는 화장실이 없기 때문이다. 
들어왔으면 나가야 하는 당연한 생리적 현상이 며칠 째 정채되고 말았다. 그것은 고통이었다. 

“화장실 어떡하지?” 

돌아온 대답은 

“노 프라블럼” 하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아이들처럼 마을 신작로 앞에서 쪼그려 앉아 볼 일을 볼 수도 없었고, 묵었던 친구 K의 집은 재래식 화장실도 존재하지 않았다. 
안절부절 못하는 나의 모습을 보다 못한 그가 나의 손을 이끌고 간 곳은 화장실이 있다는 어느 브라만의 집이었다. 
꽤 오랜시간 걸어야 도착 할 수 있었던 그 집은 겉으로만 봐도 엄청난 저택이었고 화장실이 있을 법하게 보였다. 
그는 집 주인과 짧은 대화를 나눈 후 나에게 들어오라는 손짓을 보냈다. 
집 한 귀둥이에 잘 지어진 화장실을 이용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나보다. 
정채된 것들을 해결하고 나오니 친구K가 머리를 조아리듯 여전히 부탁에 대한 사과를 하고 있는 듯 보였다. 

그 순간 기차에서 일어난 일이 스쳐지나갔다. 기차 객실 내부가 거의 비어있었고, 몇몇은 각자의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었다. 
인도의 슬리퍼 클래스(sleeper class) 기차는 예약제이며 각자의 자리가 정해져 있다. 
우리가 기차를 탓었던 날은 사람이 없는 관계로 나는 창밖을 보며 다른 자리에 앉아 있었고, K만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한 여자가 우리의 옆자리에 앉고 다리를 펴 다른 좌석까지 차지 하고 있었다. 
한 눈에 봐도 부자인 것 처럼 으리으리해 보이는 장식들로 치장되어있던 그 여자. 
맞은 편 친구K에게 다른 자리로 가라는 듯 두 발을 뻗어 또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 넓은 자리가 K에게는 가시방석처럼 보였다. 같은 값을 지불하고도 자신의 자리라고 떳떳하게 말하지 못하는 K. 
카스트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이 안쓰러워보였다. 결국 외국인인 내가 나설 수 밖에 없었다. 

“치워라. 이 자리는 내 자리다. 왜 내 자리에 더러운 당신 발을 올렸나?” 

눈치를 보던 그녀가 한마디 말도 없이 슬금슬금 자리를 피했다. 

내가 내 뱉은 말을 알아 들었는지, 그제서야 자신의 자리만 차지하고 다소곳해진 그녀. 
그리고 다행스러운 한 숨을 내뱉던 K .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 조차 힘들었나보다. 
그가 화장실을 사용하기 위한 나를 위해 조아리던 머리를 보고, 그때의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고 
나 하나로 인해 그가 머리를 숙이는 모습이 너무 싫었다. 어떻게든 다른 방법으로 화장실을 이용해야만 했다. 
친구K가 새롭게 나의 손을 이끌고 간 곳은 화장실로 사용하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넓은 공터였다. 
절박함이 없었을까? 본능보단 이성이 계속해서 나를 억눌렀다. 그렇게 태어나서 화장실때문에 고민해본 것이 처음이었다. 
결국 그곳도 마음 속에 X표를 치고 화장실을 고민 했고 며칠을 더 고생한 후 새로운 곳을 찾았다. 망고나무 숲이었다. 
하지만 이 곳에는 밤12시가 넘으면 귀신이 많이나온다고 마을 사람들이 전했다.

“둘이 가면 절대 안나오는데, 혼자가면 꼭 나타나!!! 참 이상하지??” 

귀신이 나왔다는 이유로 현지인들도 거의 가지 않는 그곳은 망고나무와 대나무가 우거진 으슥한 숲속이었다. 
결국 나는 귀신의 공포를 마음속에 덮어두고 우거진 망고나무 숲을 선택했다. 
사방이 나뭇잎으로 둘러싸여 시야 확보가 힘든 것을 보니 이보다 완벽한 화장실은 없었다. 
달빛만이 존재하던 밤. 너무 더워 잠을 이룰수가 없었었고 내 속에 어떤 것들이 밖으로 보내달라고 몸서리치게 시위를 하고 있던 밤이었다. 
집 앞에서 어슬렁 거리며 안절 부절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곤 모두가 잠든 지금 혼자가기로 결정했었다. 
보기와는 다르게 꽤 멀었던 거리였지만, 마음적으로 평온하기 그지 없을 듯한 화장실이 너무도 그리웠고, 본능을 잠재울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 다음날 동네에 소문이 퍼졌다. 한 친구가 

“어제 새벽즈음 이었을꺼에요. 나도 모르게 잠시 잠이 깼는데, 귀신이 방앞을 어슬렁거리고 있더라고요. 그리곤 망고나무 숲으로 다시 들어갔어요.”

그 얘기를 듣고 배꼽이 빠져라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날 나는 흰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고, 가로등도 없던 아코르에서 멀리서 보이는 건 흰색 상의만 보였을 이유였을 것이다. 
흰색의 어떤 물체가 왔다갔다 움직임을 봤으니 그 광경을 목격한 그 친구은 얼마나 놀랐까? 
충분히 귀신으로 오해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었을 것이다. 진실을 알게된 사람들은 그저 웃음을 터트렸지만, 
그 날밤 나를 본 그 친구는 여전히 믿을 수 없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 후 나는 흰색 옷을 절대 입지 않았고, 마을 친구들이 돌아가며 나를 자연이 우거진 화장실로 안내해주었다. 숲으로 들어가면 혹시나 길을 잃을 수도 있다는 이유와 웃지 못할 상황이지만 귀신이 나타날까봐 걱정스러운 마음이었던 것이다. 며칠을 그렇게 보낸 후 나는 아코르의 자연 화장실에 완벽히 적응하여 친구들의 도움이 필요 없었다. 

그리고 처음 화장실을 혼자 갔다가 돌아왔을때 많은 이들의 격려(?)가 쏟아졌다. 그것은 마치 어린아이가 혼자 두발로 처음 섰을때 박수를 받은 것 처럼 같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이렇게 화장실을 독립한 것은 아코르에서 혼자 완벽하게 적응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비가 오면 빗소리를 음악 삼기도 하였으며, 바람이 불면 공포스런 분위기 조차 즐기며 배설의 쾌락을 느끼던 아코르의 망고 숲. 내게 조금 특별한 독립을 선사해준 그곳이 문득 그리웁다.



 비살은 아직 어리니 용변을 보면서 아빠가 찍는 카메라에도 집중을 합니다. @2010, 아코르



 노상방뇨라고 신고하면 안되요! @2010년 아코르



 낮이 아무리 밝아도 저 뒷편의 망고나무 숲은 언제나 어둠을 간직하고 있거든요. 화장실로 적격입니다. @2010 아코르







13 Comments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