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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한 일상들

행복의 조건 본문

여행/보통여행

행복의 조건

비케이 소울 2012.11.20 08:53




그 날. 길을 떠나온지 며칠 째 비가내리지 않았지만 그 높은 호수에는 비가 내릴 조짐이 보였다. 

날렵하게 생긴 배를 통째 빌려 타고 해가 떠오르기 전에 출발했다. 어둑했던 그 호숫가 위의 하늘은 내 마음의 걱정을 만들어 두기에 충분했던 시간이었다.

멀리 구름 위로 보일랑 말랑 하던 해는 구름의 기운에 짓눌려 결국 그 모습을 내게 보여주지 못했고, 

비라는 슬픔의 대변자에게 오늘이라는 시간 앞에 드러내지 못하는 줄로 알았다. 

내가 탔던 배는 사람의 힘과 비견되지 않은 마력으로 환산 할 수 있는 강력한 일본산 엔진을 장착한 기계 그 자체였다. 

그 기계는 지름이 20여km나 되는 인레 호수 곳곳으로 나를 안내했지만, 내 마음은 편치 못했다. 날씨도 음산했고, 흩날리는 빗방울이 

마음 한 구석을 불행한 사람으로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많은 것을 보고 들었다. 왜 이곳으로 사람이 모여들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는 삶을 지탱하고 있는지를 말이다.

미소를 머금었다고 했던 그 사람은 여지 없이 이방인의 몸을 돈으로만 환산하는 어눌한 영어가 여행자의 마음 한 곳을 쓰라리게 했을지도 모른다.


오래전 일이지만 중학교때 일로 상기된다. many와 much의 차이는 셀수 있는 명사와 셀수 없는 명사에게 붙이는 것이라는 것을 외고, 또 아이들에게 가르쳐왔던 것.

'가산 명사 앞에는 many가 온단다.'

'그럼 money앞에는 many가 오겠네요?' 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사실 상당히 쉬운 문제이지만 설명하기엔 난감함을 느꼈다. 한 아이는 이렇게 물어온다. 

'아니 돈 하나 둘... 셀 수 있잖아요!' 라고 댓구하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말해야 했을까?

'단순하게 돈은 가치가 다 다르기 때문에 하나 둘씩 세어서 내는 문제가 아니라 그 가치를 보아야 한다단다. 1달러와 1원의 가치가 다르듯 말이야.'

이해가 선뜻 가지 않았는지 다시 물어온다.

'그럼 Love도 셀 수 있네요? 하나의 사랑 뭐.. 그런 말도 있잖아요. 제가 만났던 여자친구도 사랑이라고 본다면 하나 둘 이렇게 셀 수 있잖아요.'

아이들의 상상력은 생각보다 어른의 기존의 가치관과는 다르다는 것을 배우기도 했던 말이다.


그럴때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했을까?

'사랑을 눈으로 셀수 있어? 또 행복이란 개념을 생각해보렴. 행복은 말이야... 행복, 사랑, 돈, 기쁨, 슬픔... 이런 것들을 너는 세면서 살 수 있니? 

네가 세는 것은 그 단어를 세었던 것이고, 네가 그 개념들을 포함한 추억이나 기억을 센것이지, 그 가치를 센것은 아니란다. 

그러니 그건 셀 수 없는 명사로 넘겨두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생각해.'

이렇게 말했지만, 평범한 사람이 행복 하나, 사랑 하나, 기쁨 하나... 어찌보면 셀 수 있다는 말도 완전히 틀린말도 아닌 것 같은 스스로의 혼돈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세었다는 것은 우리의 관념. 즉 우리의 감정 틀, 기억, 추억이라는 하나는 틀을 세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비가 내리던 인레 호숫가의 오후는 언제 비가 내렸다는 듯 자연스러운 비가 갠 오후의 하늘을 보여주었다.

처음부터 신나게 달리던 그 기계도 이제 내가 만날 사람이 생기고 있다는 것에 안도했는지 요란하게 내던 소리도 차츰 조용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바다같았던 그 호숫가에 홀로 낚시를 하던 한 어부를 만났다. 


"밍글라바~"


환한 웃음이 그때의 날씨를 대변하듯 짧은 인사를 건내고 줄곧 그가 하던 일을 재촉했다.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 오늘 조업이 불가능 할 줄 알았는데, 부처님의 덕으로 오후에 조업을 할 수 있네요."


라는 말을 외치고 사내는 연신 그물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그리고 얼마 후 잡은 몇마리의 물고리를 내게 보여주며, 빠진 이를 보란듯이 웃어보였다. 

내가 생각하기에 취미 낚시꾼들이 잡는 물고기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크기도 작은 녀석들이었지만 

그는 찡그리는 표정이 아닌 감사함이 마음으로 부터 흘러나오는 기쁨의 표정이었다. 


뾰루뚱한 표정으로 보고 있던 나에게 운전사겸 통역하던 그 사람은 이윽고 내게 말을 건냈다.


"그들에겐 가족의 행복이 전부입니다. 부모를 봉양하고 아이들을 학교 보내고 하는 것이 행복의 전부이지요. 물론 그들도 더 나은 미래를 꿈꾸고 있답니다. 

하지만 욕심을 내지 않습니다. 필요한 만큼의 고기만 잡지요. 오늘 대여섯마리를 잡더라도 실망하지 않아요. 하루는 먹을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내일을 기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각자의 꿈과 희망 그리고 행복 속에서..."


행복은 셀 수 없는 어쩌면 단 하나만이 현재를 지키고 싶은 만족이라고 보는 것이 옳겠다. 

내가 가지는 욕심을 버리고 행복이라는 욕심을 하나둘씩 키우다보면 행복이라는 단어도 어쩌면 훗날 셀 수 있는 명사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누릴 수 있음에 감사함 그것은 현재의 만족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를 만족하는 행복이 더 커지진 못해도 현재를 지탱해주는 그 바람.

아래를 보고 만족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행복의 시작은 만족으로 부터 시작되는데, 위의 것만 보고 뜬구름처럼 기대하면 

절대 행복이라는 개념이 각자의 마음 속에 자리 잡기 힘들다. 우리는 오늘을 만족하고 내일을 위한 도약의 기대가 있기에

행복은 언제나 과거가 아니고 미래가 아니며, 늘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결국 행복의 조건은 흐르는 시간에 떠돌고 있는 현재 우리의 마음 가짐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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