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보통여행(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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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도 재방송이 있다면
미얀마 만달레이 근교 사가잉 힐 @2012 일년에 한 번 쯤 드라마에 빠져산다. 속칭 드라마 폐인이 된다는 것이다. 작년 이맘때였던가? 공주의 남자에 푹 빠져 살았다. 시간이라는 개념에 역사를 빼놓을 수 없다는 말이 절로 생각난다. 그 드라마는 퓨전 사극을 표방하며 조선조 세조와 김종서의 갈등에서 나오는 조선판 로미오와 줄리엣과 같은 이야기였다. 드라마라는 특수성으로 허구성이 개입되어 있지만, 내가 빠진건 그 둘 사이(승휴와 세령)의 지고지순한 사랑이야기에 빠졌을지도 모르겠다. 남자입장에서 보면 요즘 시대에 세령과 같은 여인이 아마 이상형이지 않았을까? 얼마나 사랑하면 저렇게 사랑할 수 있을까? 나는 왜 그런 사랑을 하지 못했는가! 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했던 드라마였다. 그런데 재미있은 건 내게도 그런..
2012.10.11 -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
"아무 때고 내게 전활해 나야하며 말을 꺼내도 누군지 한 번에 알아낼..." 동전을 넣어 노래 한곡을 부를 수 있는 작은 코인 노래방안에서 또 김경호의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이라는 노래가 흐른다. 그는 늘 이 노래를 불렀었다. HOT,젝키등의 노래들이 흔하게 들려오는 시기에도 그는 꼭 노래를 고집했다. 그는 이 노래가 그냥 좋다고 했다. 여자친구를 위해 연습했던 노래였기에 더 애착이 강했을지도 모른다고 치부하며, 지겨운 노래를 또 들어주고 있었다. 그리곤 소주 몇 병과 새우깡을 허름한 슈퍼에서 사들고 늘 낙동강둑에 앉았다. 흐르는 강물을 보며 시덥지 않은 그 또래 아이들이 나눈 대화를 이어가기도 했다. 친구관계, 진로문제, 연애문제... 거의 듣는 쪽은 나였고, 그가 늘 말을 이어갔다. 그는 취기가..
2012.10.09 -
연인
미얀마 인야호수의 어느 연인 @2012 "당신을 꽤 오래전 멀리서 지켜봐왔어요. 오늘에서야 이렇게 당신에게 말해요." "무슨 말이죠?" "나는 당신의 이름도 모르고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무얼 하는 사람인지 조차 모르죠. 그게. 그렇니까……. 지금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오직 제 마음이 시키는 대로……. 이렇게 안고 말았어요. 이 손을 놓고 난 후 당신이 어떤 말을 할지, 어떤 행동을 할지 두려워요" "괜찮아요. 결국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그냥 당신이니까. 나도 오래전부터 당신을 좋아하고 있었어요." - 해질녘의 미얀마 인야호수의 모습은 그 석양이 너무 아름다웠어. 아름다운 풍경 앞에는 언제나 연인들이 나의 산책을 방해하곤 했지. 하지만 말이야. 그 아름다운 풍경 속에 연인들이 있는 존재하는 ..
2012.10.05 -
여행의 시작
미얀마 차웅따 해변에서 어느 모녀 @2012 "엄마! 나 오늘 할말이 있어요." "뭔데?" "저는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보고 싶어요. 비록 지금의 현실이 싫다는 건 아니에요. 엄마가 늘 보호해주는 테두리도 좋지만, 더 큰 무언가를 만나보고 싶어요. 저 바다처럼..." "그래. 아가 더 넓고 큰 곳으로 가렴. 내가 살아온 시간 속의 모든 것들을 너에게 다 알려줄 수 없지만 너는 나보더 더 넓은 세상에서 살아가기 바란다. 그리고 나는 네가 지금의 남루한 현실을 모두 잊더라도 언제나 네 뒤에서 너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을테야. 더 넓고 좋은 세상을 향해 가다가 힘들고 지치면 언제라도 뒤를 돌아보렴. 엄만 널 위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테니까..." 아이는 그렇게 더 넓고 큰 곳으로 떠날테고 부모는 남겨지게 되었..
2012.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