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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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그 설렘과 두려움
⬆ 생각에 잠긴 2011년의 밀리. I. 나도 당신도 모르던 인도 시골, 아코르 1. 처음. 그 설렘과 두려움 인도를 여행하던 어느 날, 바라나시에서 한 인도인이 다가와 내게 얼굴이 슬퍼 보인다며 말을 건네왔다. 다른 인도인들과 다르지 않게 행색은 평범했지만, 그의 첫마디가 의미심장하게 말을 걸어온 것이었다. 빠르게 내 머릿속에는 ‘인도에도 사이비 종교가 있었나?’ 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사두를 사칭하고 다니는 사람이 많다고 알고 있었지만, 대부분은 구걸이나 관광객을 상대로 돈을 벌 목적으로 오렌지 빛깔의 사두의 복장을 하고 있어야 정상적이었다. 그러나 그는 사두의 복장과는 거리가 먼 청바지와 셔츠를 입고 있었다. 나는 그의 말을 무시한 채 나의 길을 걸었다. 걷다가 다시 그를 마주치게 되었다. 이..
2012.05.30 -
런던 커피
처음이었어. 나를 위해 비행기를 타고 먼 타국으로 떠나보는 여행이 말이야.근심과 고민을 가득 가둬둔 배낭을 메고 떠났지. 하지만 가고 싶었던 곳은 런던이 아니라 파리였어.그냥 환상이었던 거지. 지금도 파리에 대한 환상이 있어. 그냥 고풍스러운 도시의 풍경을 동경했고, 현실 불가능했던, 마치 드라마에서 나오는 듯한 일들이 일어나길 기다렸을지도 몰라. 하지만 처음 도착한 곳은 파리가 아닌 런던이었어.우여곡절을 겪고나서 10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고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어. 모든 것이 낯설었고, 어찌해야 할지 몰랐지.부랴부랴 지하철을 타고 시내로 들어왔어. 어디에서 자야 할지 무얼 먹어야 할지 같은 생존에 대한 걱정은 템즈 강 변의 흐르는 시간 속에서 조용히 식었어.유유히 흐르던 강물 그리고 100년이 지나도 ..
2012.05.18 -
오월
오월. 삼월은 마치 자동차의 엔진을 예열하듯 봄의 시작을 알리며 설익은 봄이고 사월은 화려한 꽃으로 장식되어 자신이 진짜 봄인양 '척'을 하는 봄이야.하지만 오월은 따스함과 치장하지 않은 순수의 모습으로 다가오는 진짜 봄이라고 생각해. 오월은 있는 그대로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야.겨우내 움추렸던 생명들이 시작 그리고 뽐내기가 아닌 진짜 자신의 모습인 신록으로... 숨기는 자에게 세상의 문은 열리지 않아.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야 세상이 다가옴을 느낄 수 있듯봄의 다른 달과 다르게 오월은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어. 비록 시간이 흘러 오월이 떠나가더라도 나는 또 다른 오월을 기다리며설레이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며 살아가야지. 너무 많은 생각과 뜻없는 고민들로 가두었던 시간..
2012.05.11 -
나무
나무. 미국 서부, 그랜드캐년을 둘러보던 날이었다. 반대편 장엄함을 감출 수 없던 그랜드캐년에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수 많은 사람들이 그 주인공에 경탄을 금하지 못하고 있던 시간이었다.바람이 세차게 불어왔고 맑던 하늘은 구름으로 뒤덮혀 왔다. 하늘은 언제나 그대로인데 자연의 힘이 모든 것을 바꾸고 있었다. 어떤 때는 푸른 빛, 어떤 때는 오렌지 빛깔, 또 어떤 날은 잿빛 하늘.즉 모든 것은 하나인데 보는 관점에 따라 너무 많은 것들이 달리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봄이 막 시작될 무렵 음산한 하늘의 잿빛구름 사이로 잎이 나오지 않은 나무에게 더욱 분위기를 쓸쓸하게 만들어주었다.어디에서부터 오는 생명의 시작이었을까? 어딘가에부터 시작된 생명의 씨앗은 그곳에 자리를 잡았을 것이다. 그리고 조심스레 키웠겠지. 결..
2012.05.07 -
여행자 설명서
두번째 여행이었어.그 후로 가이드북을 보지 않고 여행을 다녔던거지.늘 지도만 참고하기 위해 구입을 해왔던 가이드북이었지. 그 책에는 수 많은 정보들이 들어있었어.지도 뿐만아니라 관광지 안내, 식당, 숙박업소 더하여 역사적 이야기까지 포함하고 있었어.이보다 더 훌륭한 여행의 메뉴얼, 여행자의 사용 설명서는 없었지. 하지만 그것을 보지 않고 떠돌았던 거로 기억해.그저 그 책은 내 배낭 한 구석에 존재하고 있었어. 일종의 보험과 같은 존재였던 것이지. 절박한 상황과 위기가 도래했을대무언가 팁을 줄 수 있을거란 기대감이외에는 아무것도 활용하지 않았어.그래서 내 가이드북들은 늘 새것과 같은 상태로 여행이 끝나면 책창 한 켠에 장식되곤 했어. 두 발이 다다랐던 그 곳에서 물었고, 헤멨고, 같은 길을 수번 돌아다녀야..
2012.04.27 -
모래바다, 사막을 좋아해
바다를 좋아해.모래바다인 사막을 좋아해. 바다를 좋아했던 이유로 모래 먼지만이 가득한 사막에 푹 빠졌어.바다에서는 온 몸이 짠내로 젖어들지만, 사막에서는 땀과 모래로 젖어들어. 사막에는 길이 없어. 내가 가는 길이 곧 길이 되는 것이지. 신발 안으로 들어오는 모래 가득 차오르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고.모래언덕은 언제나 바람에 의해 그 길을 지우기도 하고 또 수월한 길을 터주기도 했지.해는 또 시시각각 사막의 얼굴색을 바꿔주기도 하지. 사막 위에 있으면 우리의 삶을 보여주는 것 같아.누군가 걸었던 길의 흔적을 따라 걷기도 하고, 전혀 새로운 길을 스스로 개척해 가야만 하지.가끔은 원하던 색을 볼 수 있지만, 또 원치는 않는 색들을 보이기도 하는 것이 우리의 인생일지도 몰라. 사막은 그랬어.늘 한결같이 있..
2012.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