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4. 16. 16:19ㆍ나를 위한 위로
바다를 좋아해.
모래바다인 사막을 좋아해.
바다를 좋아했던 이유로 모래 먼지만이 가득한 사막에 푹 빠졌어.
바다에서는 온 몸이 짠내로 젖어들지만, 사막에서는 땀과 모래로 젖어들어.
사막에는 길이 없어. 내가 가는 길이 곧 길이 되는 것이지.
신발 안으로 들어오는 모래 가득 차오르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고.
모래언덕은 언제나 바람에 의해 그 길을 지우기도 하고 또 수월한 길을 터주기도 했지.
해는 또 시시각각 사막의 얼굴색을 바꿔주기도 하지.
사막 위에 있으면 우리의 삶을 보여주는 것 같아.
누군가 걸었던 길의 흔적을 따라 걷기도 하고, 전혀 새로운 길을 스스로 개척해 가야만 하지.
가끔은 원하던 색을 볼 수 있지만, 또 원치는 않는 색들을 보이기도 하는 것이 우리의 인생일지도 몰라.
사막은 그랬어.
늘 한결같이 있고 싶지만 주위 환경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모습으로 다가오지.
하지만 모래 알갱이 하나가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와 그 사막을 이루듯
우리의 삶도 작은 무엇인가가 모여 또 거대한 산을 이루며 살아가는 것이야.
결국 결과보단 과정이 더 중요했던 거였지.
결과만 보고 단 하나의 최고를 추구했다면 좌절의 끝에는 낭떠러지만 존재했을 뿐.
하지만 결과가 중요한 만큼 과정을 충실히 즐긴 사람에게는 또 다른 길을 열어주게 되어있어.
과정을 즐길 줄 모르면 목표 근처에 가기도 전에 지쳐버리지.
그러면 또 실망하고 좌절하고 포기라는 단어만 가득차게 되는거야.
그래 사막은 그랬어.
사막에는 결과가 없었어. 늘 과정만 존재했지.
있는 길도 없는 길도, 모두 사막을 걷는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길이었어.
그렇게 사막은 정직하게 두발로 걷는 자에게 자신을 포장하지 않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순수한 모습으로
자신을 보여주고 있었어.
그래서 사막을 좋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