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시골 여인들의 삶 <소는 누가 키워요?> (Akaunr Story #.3)
2010. 10. 11. 18:28ㆍAkaunr Story/2010 Akaunr
전 1,2편 아코르의 이야기에서 언급했듯이, 아코르는 카스트의 그늘과 남녀의 일은 엄격히 구분되어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여인들의 삶을 조명해보면, 카스트에 따라 크게 다르진 않지만, 대동소이한 일들을 하며 하루를 보낸다. 대도시의 여인들은 현대적 의상은 물론 남녀평등의 개념도 점차 확대되어가며, 달라진 문화를 볼 수 있지만, 아코르는 여전히 차별이 존재하고, 전통의 의상인 사리만을 고집하고 있는 곳이다.
보통 아코르의 하루는 아주 이른 시간부터 시작된다. 화장실이 없는 관계로 새벽 4, 5시즈음 해가 뜨기 시작할 즈음부터 아낙들은 광주리하나씩 이고 사람들의 눈을 피해 볼일을 본 후 풀을 베는 것으로 아침 일과가 시작되는 것이다. 약 한 시간을 버팔로, 소 풀을 베고 온 후 가족들의 아침식자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주식은 로티(짜파티)나 쌀밥이 주식이 되고, 가벼운 야채볶음 하나가 아침식사 메뉴가 된다.
아침식사가 끝난 후에는 다시 풀을 베기 시작한다. 오전내내 풀을 베어 놓으면 반나절 일과는 끝이 나는 것이다. 한 여름 40도가 넘어가는 더위도 그녀들은 늘 같은 일을 되풀이 하는 것이다.
베어온 풀은 또 버팔로나 소가 먹기 좋게 작두로 썰어내는 것이 오후 일과의 시작이다. 작두를 사용해보니 날이 무뎌 잘 썰리지도 않았지만, 숙련된 손으로는 그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빨리 썰어냈다. 그러면 하루종일 풀만 베고 풀만 써는 일이 그녀들의 삶의 전부인가? 당연히 아니다. 이제 본격적인 집안일이 시작된다. 다시 점심 준비를 해야하며 아이들이 벗어놓은 빨래로 해야하며, 소의 변을 모아 겨울철 풀이 없을때를 대비해 땔감으로 만들어 두어야 하기도 한다.
이렇게 하루 일과를 보내면 마지막일은 버팔로의 젖을 짜는 일이다. 집마다 다르지만, 출산한지 얼마 안된 버팔로는 버팔로 우유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아주 더운 날씨이지만 모기나 각종 해충들이 우유를 탐하지 못하도록 마른 잡풀이나 쓰레기를 태워 연기로 그 녀석들을 쫓아내며 축유작업을 한다. 이 축유작업은 가계 경제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하루도 거를수가 없다.(버팔로 우유는 아주 진한 것이 너무나 고소합니다.) 판매를 하기도 하고, 아이들의 성장에 도움되는 영양분을 제공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축유작업이 끝이나면, 마지막 저녁을 짓고, 그렇게 그녀들의 하루 일과가 끝이 나는 것이다.
카스트마다, 가계 경제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의 가정에는 한마리 이상의 버팔로는 키우고 있다. 아코르에서 거래되는 버팔로 암컷 한마리의 가격은 약 5000루피(한화 13만원)밖에 하지 않기 때문에 돈을 모으면 버팔로부터 구입한다. 그러니 대부분의 마을 아낙들은 이런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내가 본 광경은 너무나 고달픈 하루 하루를 보내지만, 아코르 마을의 여인들은 그것을 당연시 여기며 오히려 집이 없고 버팔로 없는 최하 카스트 수드라는 이런 삶을 살고 싶어도 살지 못하는 현실이 존재하는 아코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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