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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한 일상들

베니파티의 오아시스 본문

사소함으로부터의 행복/1. 나도 당신도 모르던 인도 시골, 아코르

베니파티의 오아시스

비케이 소울 2012.06.05 17:26

 2010 베니파티의 해질녘




I. 나도 당신도 모르던 인도 시골, 아코르


2. 베니파티의 오아시스


난잡하게 붙어 있는 상점들 그리고 요상한 인도만의 거리 냄새, 빵빵거리는 자동차와 오토바이들, 
한 꾸러미씩 머리에 이고 시장을 보는 사람 풍경이 어우러지는 모습들이다.  
아코르로 들어갈 때와 나갈 때 마치 여권검사를 하는 이민국처럼 거쳐야 하는 곳이 바로 베니파티였다. 
아코르에 머물 때면 언제나 일주일에 몇 번씩은 이곳을 와야만 한다.  하지만 그곳으로 향하는 길조차 쉽지 않았다. 
베니파티로 나가는 방법은 합승택시를 이용하거나 걸어서 나가야 한다. 
합승택시는 시간이 일정치 않아 언제 아코르에서 베니파티로 가는지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없었다. 
소소한 생필품들이 필요할 때, 아이들을 위한 작은 선물들을 준비할 때, 현금이 필요할 때, 
돌아갈 기차표를 예약할 때등의 많은 이유들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박하향 담배와 시원한 보리음료의 간절함이 나로 하여금 오토바이를 빌려달라고 너스레를 떨 수 있는 용기를 심어주었다. 
그 용기로 빌린 오토바이는 울툴불퉁한 비포장도로 위에서 춤을 추며, 끝없이 펼쳐진 전밭들을 시린 눈으로 느끼며 40여분을 꼬박 달렸다. 
비로소 아코르에서의 유쾌한 일탈이 시작된다. 단골 구멍가게에 오토바이를 맡겨둔 채 3km가 채 안되는 상점 및 시장의 거리를 걷는다. 
삼삼오오 모여 앉아 짜이를 마시는 사람들, 포커에 빠져 가게 손님을 신경도 쓰지 않는 주인, 
한 푼이라도 싸게 사려고 흥정에 목소리는 높이는 손님들, 어슬렁어슬렁 거리를 배회하는 수소, 낯선 이에게 쉼 없이 짖어대는 개까지…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인도의 모습 그대로지만 규모가 작은 이유로 아기자기한 미니 인도로 투영되는  느낌이다.

이런 평범한 인도의 장터 풍경에서 음식과 술 한잔을 빼놓을 수 없었다. 친구 키쇼르에게 물었다.

“여기 선술집은 없어? 그래도 베니파티까지 왔으니 맥주 한 잔 마셔야지!”

돌아오는 대답은 

“당연히 여기엔 술집이 없지. 하지만 방법은 있어! 자, 따라와!”

수소문해서 찾아간 곳은 철망으로 둘러쳐진 술만 파는 와인숍이었다.  
신문지에 돌돌 말려 나온 차가운 맥주병. 이 차가운 맥주는 전기 수급이 좋지 않은 아코르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지만 
베니파티에서는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단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지만, 가슴 속까지 짜릿함을 느끼기엔 충분했었다.  
싸여진 맥주병을 품에 안고 쓰러질 듯한 외벽, 어두침침한 실내를 가진 식당으로 들어가 구석자리로 조용히 착석했었다.  
요깃거리를 주문하고 드디어 샛노란색의 맥주는 목이 따가울 정도로 한번에 들이켜 마셨다. 
그때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보고 낄낄 웃었다. 
Kishor와 내가 나누는 반가움, 향수병을 달래주는 치료제 같은 알싸함 등이 맥주 한 모금으로 공통점을 찾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것은 아마도 오래된 애틋함의 감정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늘 만나지 못하는 것에 대한 그리움, 늘 함께 있다가 떨어져야 하는 아쉬움의 감정들이 차가운 맥주 한 잔의 꼭짓점에서 만났던 것이다. 

열심히 일탈을 즐기고는 다시 오토바이를 맡겨둔 곳으로 향한다. 
한 두 번 오는 곳이 아니니 구멍가게 주인도 나의 일탈 코스를 꿰고 있다. 
가게의 사내는 시니컬한 웃음으로 나를 위한 박하향 담배와 아이들을 위한 초콜릿를 건네준다. 

“어이 친구! 한잔했구먼! 그래 이번에는 얼마나 머무를 생각이야?”

“글쎄, 인도 정부가 나를 쫓아내면 집으로 돌아가야겠지? 그건 그렇고 그 동안 내가 구입할 상품들이 동나는 건 아니겠지?”

“걱정마라구! 자네가 원하면 언제든지 가져다 놓을테니까!”

그의 대답은 언제나 호탕했다. 단단한 체구에 걸맞지 않게 늘 즐거운 표정. 
온종일 1평 남짓 한 가게 앉아 빤(인도인들이 즐겨하는 씹는 담배)을 만들어 손이 붉게 물들어 버린 손마디. 
나의 오아시스를 만들어주던 그 가게의 주인의 모습이였다.   

마지막 코스인 주유소를 향한다. 역시 유가는 어디를 가도 매년 올랐다. 
1리터당 40루피 내외였던 기름값이 50루피를 넘어섰으며 2011년 기준으로 70루피까지 육박해버렸다.  
인도도 유전국이 아니라 우리와 같이 기름을 수입에 의존해서 사용할 수밖에 없다. 
유가가 저렴하지 않고, 대부분 서민들의 경제상황이 좋지 않기에 자동차보다는 오토바이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멀리서 온 친구를 위해 평생을 돈을 모아 구매한 오토바이를 빌려주는 일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마음에서 고마움을 느꼈다. 공짜로 빌려준 것에 대한 고마움의 답례는 기름통에 기름을 가득가득 채워 반납하는 것이었다. 
기름을 주유하는 도중 문득 치솟아 버린 기름값을 보면서 

‘아… 내가 여기 왔던 시간도 꽤 흘렀구나’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채웠다. 
이제 아코르로 돌아가야 할 시간. 
다시 아코르로 바람을 가르는 오토바이는 미지의 세계로 빨려가듯 현실의 아코르로 돌아가고 있었다.





 바나나를 팔던 아주머니. 바나나 팔기보다 신기하게 생긴 내 모습이 더 중요했나보다.



 깨어진 유리창. 덜컹거리는 소형버스를 타고 복잡한 도로를 가로지르다.




 오늘은 운이 좀 좋았으면...



 잘지내나요? 나의 오아시스 주인!




 화창하던 날. 베니파티에도 한산할 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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