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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한 일상들

짜파티와 짜이 본문


 먹고 있던 짜파티가 부러웠는지 달라고 손을 내밀던 씨야.





I. 나도 당신도 모르던 인도 시골, 아코르


3. 짜파티와 짜이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으나, 여행을 떠날 때 한국 음식을 바리바리 싸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언제나 현지식으로 적응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맛기행을 위해 떠나는 여행도 아니지만, 

그 고집은 언제나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늘 한 달이 넘어가는 그 시기가 고비였다. 시큼한 김치, 구수한 된장 그리고 무엇보다 

지글지글 판 위에 구워진 삼겹살과 소주 한 잔. 어찌 흐르는 피는 속일 수 없나 보다. 

하지만 이 곳에선 모든 것이 불가능하기에 빠르게 단념하는 편이 정신건강에 이로웠다.  

 아코르 사람들은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고 있었다. 중국 옆 조그마한 나라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아주 모르는 것보다 더 반가웠다. 꼬리아 꼬리아를 연신 외치던 어느 아주머니가 느닷없이 내게 물었다.


 “한국인은 뭘 주식으로 먹어? 밥? 빵? 고기?” 


두번 생각하지 않고 바로 내 입에서 바로 말이 나왔다.  


“한국인의 힘은 밥심이죠! 그리고 김치를 매일 먹어요. 김치는 한국식 샐러드 정도로 이해 하면 될꺼에요.” 


크게 틀리지 않았던 이유였을까? 밥을 주식으로 먹는다는 말에 그녀는 크게 놀라지 않았다. 

물론 다시 돌아온 대답은 한국식 샐러드인 김치는 없다는 말과 함께 의문점이 풀리는 눈치였다. 

대부분 마을 사람들이 걱정해주던 부분이 바로 내가 먹을 먹거리였다. 


아코르는 관광객이나 외국인이 전혀 없기 때문에 어디에도 볼 수 있는 식당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심지어 흔한 탄산음료 조차 허락되지 않는 곳이다.  끼니 해결은 친구 K의 집에서 해결했다. 

인도인들은 쌀도 물론 주식으로 이용하지만 짜파티라는 밀빵을 주식으로 더 선호한다. 

짜파티는 밀로 구운 인도 전통 빵으로 야채나 고기등을 싸서 먹는 음식이다.  

밥을 주식으로 한다는 말에 언제나 내게 백설같은 쌀밥을 내게 내 주었다. 하지만 나 또한 밥 보다 짜파티를 선호했다. 

머스터드 오일을 두르고 커리가루와 감자를 넣고 볶아 낸 알루 부지아, 이 둘의 조합은 한끼 식사로 손색이 없는 조합이었다. 

생각보다 괜찮은 맛이었고, 적응 되지 않던 인도쌀보다 훨씬 한 끼 식사로 든든했다.  

그리고 그들은 식사때마다 늘 내게 숟가락을 건냈다. 인도인들은 신의 은총에서 나온 신성한 음식은 신성한 손으로 먹어야 한다는 문화가 있다. 

그래서 그들은 숟가락이나 포크등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음식을 먹는 것이다. 

작은 로타에 늘 손 씻을 물을 옆에 두고 식사전 손을 씻는 것으로 식사를 시작한다. 

숟가락을 몇 번 사용하지 않고 내려 놓았다. 

그들이 먹는 모습 그대로 따라해보고 싶은 이유도 있었지만, 우리나라 쌀밥과 달리 찰기가 없어 오히려 먹기가 힘들었고, 

밥보다는 짜파티를 선호했기 때문에 숟가락을 사용하는 것보다 손이 훨씬 편했다.  

내가 손으로 짜파티를 집는 찰나 수 십명의 동네 아이들이 내가 짝파티를 먹는 장면을 옆에서 뚫어지게 쳐다봤다.  

낯선 외국인의 손으로 그들의 방식으로 먹는 그들의 음식들을 손으로 집어 먹는 것이 신기했나보다. 

처음 접해 보는 인도의 커리가 그렇게 맛있을 수 없었다. 말랑말랑 갓구워낸 짜파티를 호호 불며 찟어 먹는 맛도 일품이었다.  

그렇게 식사를 하며 맛이 좋아 짜파티! 짜파티! 라는 감탄사를 외쳤더니, 주위 사람들은 나를 짜! 파! 티!라고 부르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졸지에 나의 이름은 짜파티가 되어버렸다. 평소 부르기 편하게 나의 성을 따 모두가 LEE라고 불렀는데, 

외국인에게 이름 인도이름을 부치는 것이 재미있었나보다.  그 소리가 썩 나쁘지 않았다.  


“그래, 좋아! 오늘부터 짜파티로 부르도록 해!” 크지 않은 동네에 소문은 일판만파로 퍼져나갔다. 

말도 제대로 못하는 꼬마까지 내게 ’짜파티 짜파티!’ 부르는 것을 보니 아이들에게도 역시 나쁘지 않은 이름이었나보다.  


 식사가 끝나면 늘 “짜이 한 잔 할래?”라고 물어 왔다.  요즘 한국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는 건 어색한 풍경이 아니다. 

신조어로 커피공화국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한국에는 수 많은 카페가 생겨났다. 

하지만 한국과 다르게 인도 사람들은 커피보다 짜이라는 밀크티를 즐겨 마신다. 

아침에 한 잔의 짜이로 시작해 식후에도 한 잔, 힘든 노동 후에도 한 잔. 인도인들에게 짜이는 늘 함께하는 대중차였다. 

짜이의 역사를 찾아보면 영국 식민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다르질링이나 아쌈등에서 생산된 고품질의 홍차들은 영국으로 가져갔고, 저품질의 홍차들은 인도인들이 사용했던 것이다. 

고품질의 홍차들은 우리가 녹차를 마시듯 마셔도 깔끔하고 홍차 특유의 좋은 향이 나지만,

저품질의 홍차는 우아한 런던식 홍차를 즐기기엔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우유를 타먹는 것이 아니라 부드러운 우유에 홍차를 넣고 끓이는 방법을 택했을지도 모르겠다. 

인도 어디를 가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짜이는 아코르 에서 마찬가지로 주요한 차였다. 

어느 집을 방문해도 꼭 한 잔씩 대접을 받았던 짜이. 40도가 넘어가는 여름철 뜨거운 짜이는 말할 수 없는 고통과 같았다. 

늘 짜이 한 잔을 내밀던 그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현 하고 싶었어다. 딱히 할 것도 없이 웃음을 선물하고 싶었던 것인지 모르겠다. 

문득 떠오른 건 기차에서 마시던 5루피 짜이 한 잔이었다. 인도의 기차에선 잡다한 스낵이나 차, 식사까지 해결 할 수 있었는데, 

거기서 배운 두 마디의 힌디어가 떠올랐다. 


“가람 짜이! 가람 짜이! 짜이!” 


따뜻한 짜이란 뜻으로 짜이를 팔기 위해 기차간에서 돌아다는 짜이 판매원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그 말을 나도 모르게 입밖으로 튀어나왔다. 성공적인 성대 모사는 사람들은 포복절도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내게 짜파티와 짜이는 그들과 함께 숨쉬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고 더욱 깊숙히 그들의 삶에 녹아들고 있었던 것이었다. 

짜이  한 잔에 담겨있는 의미는 컸다. 한 여름에도 뜨거웠던 짜이를 내밀던 그들은 따뜻했던 마음을 전해주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따끈하게 막 구워진 짜파티와 달달하고 고소하고 쌉쌀한 짜이의 맛도 그립지만 

무엇보다 그들의 따뜻한 마음이 더 그리운 것인지 모르겠다.





 아코르에서 먹었던 한 끼의 식사



 음식 적응이 힘들었던 나를 위해 부쳐준 계란 후라이. 사랑이 듬뿍 담긴 계란 후라이었다.



 무덥던 날도, 쌀쌀하던 날도 늘 함께 했던 짜이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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