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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한 일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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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보통여행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

비케이 소울 2012.10.09 19:06




"아무 때고 내게 전활해 나야하며 말을 꺼내도 누군지 한 번에 알아낼..." 


 동전을 넣어 노래 한곡을 부를 수 있는 작은 코인 노래방안에서 또 김경호의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이라는 노래가 흐른다. 
그는 늘 이 노래를 불렀었다. 
 HOT,젝키등의 노래들이 흔하게 들려오는 시기에도 그는 꼭 노래를 고집했다. 
그는 이 노래가 그냥 좋다고 했다. 
여자친구를 위해 연습했던 노래였기에 더 애착이 강했을지도 모른다고 치부하며, 지겨운 노래를 또 들어주고 있었다. 
그리곤 소주 몇 병과 새우깡을 허름한 슈퍼에서 사들고 늘 낙동강둑에 앉았다. 
흐르는 강물을 보며 시덥지 않은 그 또래 아이들이 나눈 대화를 이어가기도 했다. 
친구관계, 진로문제, 연애문제... 거의 듣는 쪽은 나였고, 그가 늘 말을 이어갔다. 
그는 취기가 올르면 늘 내게 한 잔을 권했다. 하지만 나는 늘 사양했었다. 
술을 마셔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집에 가면 혼날 것이다라는 각오를 하고 혼자 술마시는 친구를 위해 같이 털어넣었던 것이 술에 대한 첫경험이었다. 
그랬다. 돌이켜보니 그와 함께 처음으로 해보는 것이 많았다. 
또 삐삐가 울렸다. 그 속에는 이 메세지가 담겨있었다. 

'내 지금 집에서 나간다 준비하고 있어라. 오락실 갔다가 아(친구들)들하고 놀자. 안그럼 다시 강둑가든가' 

고3 수험 생활이 끝난 나와 그의 일상은 늘 그랬다. 이리 저리 추운 겨울, 그때 우리는 각자의 길로 헤어질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
.
.
시간이 아주 많이 흘렀다. 
분명 낯선 곳. 처음 와보는 타국의 땅도 바닷가에 오면 지워진다. 바다는 단 하나이기 때문이다. 
단 하나인 바다를 자기땅이네 여긴 태평양이네 대서양이네 사람들의 입맛에 이름을 붙였을 뿐, 
결국 바다는 그냥 하나의 바다였다. 
떠나온 바닷가에 한차례 비폭풍이 휩쓸고 지나갔다. 아무도 그 바다에는 없었다. 
오직 바다와 나 그리고 비바람에 쓸려온 잔재들 뿐이었다. 
그리고 문득 그때 그를 추억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한참 방황하던 시기가 지났다. 
나는 홀로 서울 생활에 적응하고 있었고 그는 여전히 재수학원에서 대학이라는 인생의 문턱을 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 시기까지 멀리 떨어진 탓에 우리는 자주 연락을 하지 못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1년 후 즈음. 고향에 내려가서 그 친구를 만나기 위해 연락했다. 
연락처가 바뀌었는지 연락이 되질 않았다. 그리고 엄마가 내게 건내는 말. 

"니 놀라지 말고 들으래이. 아부지 돌아가신지 충격에 겨우 빠진 니한테 차마 말 못했다. W군 얼마전에 사고로 죽었다. 
나머진 다치가 입원해있다카더라. 둘중에 하나 W군이지." 

두눈을 부릅뜨고 엄마한테 대들었다. 

"와 그걸 인자 말하는교! 어? 아무리 그케도 내가 모르면 되나 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처음으로 엄마한테 화를 냈다. 아니 어쩌면 내 자신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그때 당시 내 스피드 011이라고 찍힌 전화기엔 고향 친구들 전화가 하나도 없었다. 당황스러웠다. 
성격상 집에 막 찾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버지의 기일인 상황이었다고 자위했다. 
그렇게 시간을 그냥 흘러 보낸 것이다. 
.
.
.
나는 다시 흐트러진 바닷가를 거닐며 그를 추억했고, 비와 강풍이 어질러 놓은 잔재들은 사라질 것이다. 
그때 그 시간을 함께 나눈 사람들도 지금 모두 사라지고 말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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