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도 재방송이 있다면

2012. 10. 11. 12:32여행/보통여행


미얀마 만달레이 근교 사가잉 힐 @2012





일년에 한 번 쯤 드라마에 빠져산다. 속칭 드라마 폐인이 된다는 것이다. 

작년 이맘때였던가? 공주의 남자에 푹 빠져 살았다. 시간이라는 개념에 역사를 빼놓을 수 없다는 말이 절로 생각난다. 
그 드라마는 퓨전 사극을 표방하며 조선조 세조와 김종서의 갈등에서 나오는 조선판 로미오와 줄리엣과 같은 이야기였다. 
드라마라는 특수성으로 허구성이 개입되어 있지만, 내가 빠진건 그 둘 사이(승휴와 세령)의 지고지순한 사랑이야기에 빠졌을지도 모르겠다. 
남자입장에서 보면 요즘 시대에 세령과 같은 여인이 아마 이상형이지 않았을까? 얼마나 사랑하면 저렇게 사랑할 수 있을까? 
나는 왜 그런 사랑을 하지 못했는가! 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했던 드라마였다. 
그런데 재미있은 건 내게도 그런 사랑이 있었는가가 아니라 그랬었지 하고 체념해버린 시간 후, 그것은 현재라는 것이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문득 그 드라마 생각나서 TV VOD 서비스로 마지막회를 다시 돌려봤다. 
그때의 감동이 고스란히 재현되진 못해도 그 이야기보다 그렇게 떨리며 TV속에 빠졌던 그 시간 조차도 이미 소중한 시간 속에 저장되어 있었던 것이다. 
흘러간 시간 속에 나는 무엇을 잊고 살았을까?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누군가에게 흔히 있을 수 있는 지난 이야기들이 상기되는 시점이 있다. 
글쎄, 시계를 꺼꾸로 돌이켜 볼 수 있다면, 우리의 삶도 재방송처럼 볼 수 있다면, 지난 시간 속에서 무엇을 볼 수 있었을까? 
그렇게 재방송처럼 각자의 삶을 돌렸을때, 지금 고쳐진 생각들로 돌이킬 수 있었을까? 
그러면 지금의 삶이 그때의 선택보다 조금은 덜 후회할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우리는 많은 순간을 모아 강물이 흐르듯 그렇게 시간의 흐름속에 우리를 맞겨두고 왔다. 
순간 순간 선택이 지금의 우리를 만들어 왔을 것이다. 
어떤 선택은 '아주 잘된거야!', 어떤 선택은 '이건 아닌데...'라고 순간의 선택으로 현재를 만들어왔고 
또 그 현재의 선택이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을 것이다. 
 그래 지나간 시간을 흔히 말하는 기억과 추억이라는 말로 포장한다. 
기억은 무엇이고 추억이란 무엇일까? 
시간의 기나긴 숲속에 우리는 자신의 존재가 혼란스러운 채 스스로 그 개념들을 포장하고 있는건 아닐까? 
추억이란 그런가보다. 많은 이야기를 생각하고 결심해도 돌이킬 수 없는 시간 속에 흐름으로 남아 있다는 것. 

만약 당신의 삶에 재방송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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