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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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버린 카메라.
온통 어둠으로 뒤덮혀 있었다. 8시 아침을 주섬주섬 주워먹고, 긴 부츠와 설피를 챙기고, 가방에 카메라와 삼각대를 넣고, 라플란드를 헤메는 것이 나의 일상이다. 라플란드. 라프족(Lapp people)이 거주하는 땅이라고 라플란드(Lapland)로 불리운다. 그 이름 또한 얼마나 고운가? 핀란드는 호수와 숲의 나라답게 여기저기 라플란드에도 호수와 숲이 보인다. 하지만, 호수는 동토의 땅 라플란드의 겨울은 결국 버텨내지 못했다. 새벽, 아니 아침 9시가 되면 여명이 떠오른다. 숲속에서 한마리의 순록(Reindeer)이 나를 발견한다. 내가 순록을 발견 한 것이 아니라, 순록이 나를 별견한 것이다. 눈이 마주치자 마자, 곧장 달아나 버린다. 허벅지까지 쌓여버린 눈 속에서 순록도 도망치기 여간 피곤한 것이 아..
2011.01.25 -
아주 먼 곳에서 온 편지
먼저 마들렌(마도) 그리고 안드레아스(앤디) 결혼 축하해! 설마 초청한다는 말이 그저 장난 정도로 생각했었던 나이기도 했는데, 정말 이렇게 보내줬구나. 마들렌은 특히 나를 특별히 생각했지, 여행지에서 한국인을 만났다는 것에 상당히 고무적이었어. 왜냐면 네 언니는 한국인이니까. 한국에서 입양된 언니라고 내게 말했지. 그래 페이스북에서 보구 깜짝? 놀랐어. 한국의 안타까운 한장면을 너는 언니로 받아들였고, 그렇게 정겨운 자매로 자라줬으니, 같은 한국인으로 참으로 고마웠어. 그런 인연이 시간이 흘러 결혼식 날짜가 정해졌다고 소식을 들었을때 난 참 기뻤었어. 하지만 정말 독일로, 스웨덴으로 갈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한건 사실이야. 오늘 우편함에 너희들이 보낸 그 편지를 받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어. 아주 멀..
2010.09.29 -
몽마르뜨 언덕의 노화가
몽마르뜨 언덕을 올라가면 사크뢰 쾨르 성당이 버티고 있고, 그 옆으로 많은 화가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다. 중세풍의 오밀조밀 모여있는 카페와 수많은 예술가들... 역시 낭만의 파리, 예술의 파리, 자유의 파리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 중 하나가 아닌가 한다. 자신의 길이 어디인지 안다는 것은 참 중요한 일이다. 내가 무엇을 하며 살고 싶은지, 무엇을 하면 잘 할 수 있는지... 머리에 흰눈이 앉은 노인은 평생을 그림만 그렸다고 한다. 그림 그리고 사람들과 그림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너무 좋다는 어느 노화가... 가끔, 다시 파리에 가면 저 할아버지를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날씨가 무더운 오늘 오후, 문득 파리가 또 너무 그리워진다.
2010.06.24 -
파리의 기다림
무엇을 기다렸을까? 누구를 기다렸을까? 바라는 것 없이 무덥던 파리의 한 기차역 앞 나는 텅빈 머리속으로 아무 생각 없이 그렇게 기다려보았다. 날씨는 더웠고, 아는 사람은 없었으며, 언어도 통하지 않은 뜨내기 여행자들만이 가득했던 곳었다. 1분, 10분, 1시간, 2시간 금쪽 같은 시간을 버려가며 기다렸던 나는... 그렇게 쉽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2010.02.27 -
하나 되는 삶
하나 되는 삶 무엇일까? 산은 늘 그자리에 있었고, 구름은 산에게 친구가 되주었다. 나는 아직 그들의 친구관계에 방관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들은 있는 그대로 서로가 서로에게 친구가 되어준다. 모가 나더라도, 더 높이 있을 수도 더 낮은 곳에 존재하더라도 그들은 어울린 삶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나는 어떤 삶으로서 하나된 삶을 살 수 있을까? 내가 그들에게 다가간다면 그들은 나를 친구로 받아줄까? 늘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자리에 있어 주기를... 우리 다시 만나는 그날엔 친구가 되자.
2010.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