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켓! 그리고 친구가 되다!
2010. 1. 6. 10:40ㆍAkaunr Story/2009 Akaunr
Bhaut Bhaut dhanibad 인디아! (20)
크리킷 방망이를 들고 가는 아이를 따라 간 곳은 한적한 숲속이었다. 그 숲속이 그들의 운동장이었던 것이다. 제법 구실을 갖춰놓고 크리킷을 즐기고 있었다. 역시 이방인이 오니 경기는 중단 되었고, 모두들 나를 향해 시선이 쏠렸다. 내가 크리킷을 해볼 수 있느냐는 제안을 했고, 그들은 흔쾌히 수락해주었다. 소시적 대학에서 축구와 야구 동아리까지 했는데, 크리킷을 못할까?란 생각으로 그들과 똑같이 신발을 벗어 놓고 맨발로 시작하였다.
카메라를 잠시 내려놓고, 열심히 던지고, 배트를 휘둘렀다. 아이들은 식스런 식스런!!을 외쳤고, 3번째 공을 멋지게 6런을 날렸다. 물론 투수가 나를 배려해 느린 공을 던졌으나, 공이 느리니 반발력이 없어 6런은 나오지 않았고, 빠른 공을 던졌을때야 비로소 6런을 날려버린 것이다. 크리킷 경기 규칙을 잘 모르지만, 6런은 야구의 홈런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신나게 크리킷을 즐기고, 또 축구공으로 아이들과 일명 군대축구로 나는 이미 그들 속에 있었다.
내게 크리킷을 설명해주던, 산토스! 그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내가 이 마을에서 친구가 되는 것을 환영해 주었고, 아이들 주름 잡고 있는 골목대장 처럼 보였다. 나이는 19!! 나보다 한참 어린, 조카벌이지만 그래도 우린 누구보다 친한 친구가 되어버렸다.
한 2시간을 열심히 땀을 흘리고, 아이들은 카메라에 다시 관심을 쏟게 되었다. 신기하게 렌즈를 속을 빨려들듯 쳐다보고, 후드도 만져보고 카메라의 고무그립 부분도 신기한 듯 계속 만져보며 내게 다가왔다. 그러다가 카메라의 셔터소리에 놀라 웃으며 멀리 도망가는 애들도 있었고, 그들겐 이제 경계의 대상이 아닌 모든 것이 호기심에 찬 나로 변해가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다같이 사진 찍자고 해도 이젠 자연스럽게 모이기도 하고, 하나 둘씩 변해가는 모습에서 나도 모르는 감동이 밀려왔다.
형들이 하는 크리킷 경기에는 이제 관심이 없고 완전 내가 관심이 대상이 된 것이다! 렌즈만 보고 있으면 늘 자신이 들어갈 수 있다고 믿는 아이들! 비디오카메라가 아니라고... 태어나서 스틸카메라가 이렇게 큰 것이 있다는 걸 모르는 아이들이기에 당연 비디오 카메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몸짓 발짓 다해도 이해 불가였지만, 단 한장의 사진의 사진을 보여주었더니, 알아듣는 눈치였다. 그래서 이제는 카메라만 들어올리면 포즈를 잡는다. 경직될때도, 자연스러울때도...
크리킷 경기를 모두 마치고 아이들과 마을을 둘러보았다. 키쇼르의 아들과 막내동생격인 비샬과 라빈(축구공을 들고 있는 녀석이 라빈이고 그옆 푸른 셔츠가 키쇼르의 아들 비샬)과 함께 마을을 둘러보니 아이들이 또 따라왔다. 그중 키가 큰 진뚜는 학교에서 영어를 배워서인지... 내게 늘 똑같은 말만 한다.
"Hello, What's your name?, Where are you from?, I'm Jinddu!"
웃으면서 교과서적으로 또박또박 대답을 해주었다. 그러니 진뚜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옆을 따라다녔다. 많은 아이들이 왔으니, 같이 손을 잡고 이리저리 시골 논둑길을 걸어다녔다.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이렇게 세상의 각박함을 벗어던지고, 순수한 동심의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은 나의 행복이었다. 그냥 그 아이들과 눈빛만 교환해도 마음이 편하고 행복해지는 마음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들은 알까? 내가 그들을 만나 얼마나 행복했는지... 얼마나 기뻐했는지...
여행이 끝난 지금 나도, 그들도 서로가 같이 느끼고 있는 그 감정이 아닐까...
나는 그들을 사랑했나보다...아니 사랑하고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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