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2010. 1. 7. 07:18Akaunr Story/2009 Akaunr





Bhaut Bhaut dhanibad 인디아! (21)






  아이들과 길을 걷는 것은 내게 행복이었다.  아코르에 도착하기 전 마을 사람들이 어떻게 나를 대할까에 대한 두려움은 낮선 곳으로 간다는 설레임과 늘 함께 했었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을 만나고, 한없이 반겨주는 아코르 마을 어른들을 만나 두려움 눈 녹듯 사라져갔다.  아코르 마을은 도시에서 상당한 거리가 떨어져있다.  기차도 없고, 시내 장터로 가는 버스도 없다.  릭샤를 어렵게 타야만 들어올 수 있었던 오지와 같은 마을이다.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이 농사를 짓고, 야채를 키워 자급자족의 형태로 살아가며, 그 중 브라만 계급이나 돈이 있는 아이들만 사립학교를 다닌다.  사립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은 공립학교(Goverment School)를 다니고 있다.  그 중 또 돈이 없는 아이들은 학교를 다니지 못한다.  나처럼 여행을 다닌다는 것은 꿈도 못 꾸는 현실이고, 다른 도시로 나가보는 일도 거의 드물다고 했다.






  크라킷을 마친 후 아이들과 논둑길, 마을길, 그리고 사람이 다니지 않는 여러 마을의 길을 걸어보았다.  높은 건물은 당연히 없었으며, 사방 탁트인 시원한 풍경이 나를 반겨주었고, 자연의 소리와 아이들이 뛰어놀며 깔깔 거리는 웃음 소리만 들리는 곳. 그곳이 아코르이다.  비샬, 밀리 그리고 안수는 아빠가 온 것만으로도 반가워했으며, 더군다나 이상한 물건들이 많은 이방인을 데려오니 마을에서 영웅대접을 받았다.  세상 어디에 가도 권력욕은 있나보다.  비샬은 졸지 골목대장이 되어버린 것이다.  거기다, 내가 차고 다니던 시계에 탐이 났던지 내 손목 시계를 만지작 거렸다.  그래서 큰 마음 먹고 선물이라며 비샬에서 채워줬더니, 온통 아이들의 관심은 또 시계로 향해 있었다.






  동산이 없는 관계로 마을 주위만을 거닐다가 반가운 얼굴을 보았다.  키쇼르의 딸 밀리와 그의 부인 로쉬니, 그리고 키쇼르의 친척을 만난 것이다.  키쇼르의 와이프는 내 얼굴을 봤다고 했지만, 나는 전혀 보지 못했다.  처음 만나 인사를 나누고 첫마디를 나누었다.

  "나마스떼..."

  그녀는 사진 찍는 것이 쑥스러운가보다.  몰랐던 사실이었지만, 키쇼르와 이 마을에 오는 도중 기차에서 창가를 바라보는 여인을 본 적이 있다.  인도의 전통 복장으로 창가로 들오는 빛과 적절한 색의 대비가 너무 아름다워 사진을 찍고 싶다고 키쇼르에게 귓속말을 건냈다.  그러니 키쇼르가 물어보겠다고 하며, 그녀의 남편에게 가는 것이 아닌가? 돌아온 후 그는 안된다는 답을 받았다고 내게 전해줬다.  아니, 내가 찍고 싶은 대상은 그의 부인인데, 왜 그 남편에게 가서 묻느냐고 의아해 하며 되물었다.  인도의 전통이라고 해야할까? 결혼한 여성을 찍을 때는 남편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고 하는 것이다.  인도는 아직 가부장문화가 많이 남아있는 곳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아쉬운 마음을 억눌러야만 했었다.

  그래서 그녀가 쑥스러워 했는지, 처음에는 카메라를 피했다.  키쇼르에게 사진 찍으면 안되냐고 물었더니, 웃으며 내 부인이니 니가 찍어도 아무 문제없다는 답을 했다.  그녀는 이제야 카메라 앞에서 활짝 웃음을 띄었다.






  뒷밭을 지나, 마을의 주도로로 다시 걸었다.  식량을 이 마을에선 대부분 자급자족을 하다보니 쌀을 도정하는 과정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벼를 밴 나락에서 부터 쌀알만 골라내는 전과정을 우리의 전통과 거의 똑같아 보였다.  한국에서 전통적으로 도정하는 과정을 한번도 본적이 없어 한참을 지켜보고 있었다.  발로 치대고, 손으로 떨어트려 쌀알을 골라내고, 그 시절 그 옛날 TV에서만 보던 장면을 라이브로 보게 된 것이다.  마을 사람들의 일거리는 많다.  특히 아낙들은 텃밭도 일구고, 쌀알을 도정하기도 하고 아이들은 버팔로를 몰고 다니고, 남자들은 도끼며 여러 장구를 들고 농사일을 하는 그런 옛날 풍경들이었다.  이 마을에서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그냥 쉬는 사람이 없다.  어떤일이든 소일거리를 찾아 일하고 생존을 향한 끝없는 투쟁은 여기에서도 진행 되고 있었다.






  아코르에는 전기선이 들어온다.  하지만 사람들은 전기에 의존하지 않는다.  하루에 1-2시간 들어오는 전기에 의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었던 것이다.  이 마을 주도로에는 정부에서 설치해준 두개의 태양열 충전식 가로등이 있다.  하나는 마을입구 쪽에 그리고 하나는 운이 좋게도 키쇼르의 집 대문 바로 앞에 설치되어 있었다.  사람들이 전기에 의존하지 않으니 당연 초나 가스, 휘발류 랜턴등을 사용하며 TV는 멋 이웃나라 이야기다.  그래서 아이들은 음악을 듣기도 힘들고, 영화나 만화는 상상도 못해봤다고나 할까? 하루에 전기가 들어오는 시간이 언제고 그땐 뭘 하냐고? 대략 5-7시에 전기가 들어온다.  해질녘 즈음 랜턴을 찾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배려처럼 느껴졌지만, 대부분은 그때 모바일, 즉 핸드폰을 충전하는 시간으로 여기고 있었다.  나도 핸드폰을 충전했고, 딱 한번이었지만 카메라 배터리를 그 시간 즈음에 충전하였다.






  델리나 뭄바이등 크고 경제가 발전되어 있는 곳에 사람들은 항상 깔끔한 옷과 현대 문명의 이기를 누리며 살고 있다.  하지만 이 아코르 마을 사람들에겐 거리가 먼 이야기다.  화장실 하나 만드는 비용이 3-40만원 가량 든다고 한다.  그래서 대부분 화장실을 만들기 어렵고, 인도의 전통적인 모든 곳이 화장실이 된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아프리카의 우물을 파는 비용 보다는 훨씬 싼 가격이지만, 이 지역 가구당 월소득을 보면 엄청나게 비싼 돈이다.  우리는 인도를 생각할때 가난한 나라중 하나인 나라라고 생각하지만, 사람들은 그 사실을 잘 모른다.  G20에 속한 나라가 인도라는 사실을...

  인도는 G20 속할 만큼 영향력 있는 국가에 속해 있지만, 그 제정이 상위 레벨에게만 몰려있는 것이 문제다.  즉 빈부의 격차가 너무나 크다는 것이다.  인도여행을 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호텔 타즈를 가보았는가?  호텔 타즈의 하루 숙박료가 얼마하는지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면 바로 답은 나온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은 필수다.  하지만 경쟁이란건 출발선상이 같을때 공평한 것이지, 출발 선상이 다른 경쟁은 의미 없는 승자 독식 체제를 유발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성정 중심의 경제 개발은 마치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옛날식 사고 방식이다.  언제까지 소수만을 위한 성장 중심의 경제 개발을 하려고 하는지, 어려울때는 나눌 줄 아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이제는 아메리칸 드림이 아닌 유러피언 드림을 꿈꿀때이다. 정부가 규제를 적절히 조절하여, 사회복지와 안녕을 책임져야 할 그런 시대인데, 왜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지 인도정부나 한국정부나 답답한 마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