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짜파티!!

2010. 1. 11. 00:28Akaunr Story/2009 Akaunr





Bhaut Bhaut dhanibad 인디아! (25)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여행지나 관광지를 가더라도 배고픔을 우선할 수 없다는 농담 같은 말이 있다.  키쇼르가 나를 자신의 마을로 초청하면서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 바로 먹거리였다고 한다.  바라나시에서는 원한다면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도 있기에 큰 걱정이 되지 않지만, 비하르주의 아코르는 관광객이 전혀 없기 때문에 외국 식당은 찾을 수 없다.  그래서 나의 식생활에 가장 큰 걱정을 했었다.  인도인들은 쌀도 물론 먹지만 짜파티라는 밀가루 전병같은 것으로 야채나 고기등을 싸먹는게 주식이다.  나는 여행을 떠날때마다 절대 한국음식을 먹지 않는다.  사실 많이 그리울때도 있지만, 철저한 현지식만 고집한다.  그것이 조금이라도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는 사람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키쇼르에게 말했더니 그래도 걱정 어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마지막 한마디를 그에게 던졌다.

  "No, Problem!"

  그는 박장대소를 했고, 한시름 걱정은 드는 편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고 있었다.  무엇을 알고 있었을까?  사실 한국의 실상은 하나도 모르고, 오직 중국 옆에 조그마한 나라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  그러디니 한국인들은 무엇을 주식을 먹는지 물었다.  쌀밥을 먹고, 밥에는 늘 김치라는 한국식 샐러드를 먹는다고 했더니,  따끈하게 지은 쌀밥과 짜파티, 달, 야채볶음, 그리고 생무를 내주었다.  식당에서 파는 탈리라는 이름을 가진 음식과 비슷하다.  물론 고기는 없지만, 야채스프인 달과 야채볶음은 아주 내 입맛에 딱이었다.  거기다 나를 배려한 야채볶음밥은 김치만 없었지 한국음식과 매우 흡사해서 감동의 물결이 요동쳤다.  우연치 않게 키쇼르의 집 쌀포대를 보고 쌀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안 나는 주로 짜파티만을 먹었다.  먹으면서 짜파티! 짜파티! 라고 외치며 먹었더니, 주위 사람들은 나를 짜! 파! 티!라고 부르는 것이 아닌가?  졸지에 나의 이름은 짜파티가 되어버렸다.


 


  하루는 아침 일찍 옛집으로 향해 조리과정을 구경했다.  산토스의 누이는 어머니와 함께 늘 식구의 식사를 만들어낸다.  믹서기가 없을때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서 봤더니 빨래판 같은 넓은 돌에 물을 부어가며, 음식에 첨가할 각종 향신료를 갈아내고 있었다.  옆에 앉아 구경을 하고 있으니 쑥쓰러운 듯 일에만 집중한 산토스의 누이, 그때는 몰랐지만 이 누이에게 놀라운 일이 일어날 줄이야!!





  내가 아마 이 마을에선 늘 처음으로 밥을 먹었다.  손님을 대접하는 그들의 정성이라고 알려주었다.  그런데 식사때는 늘 나와 키쇼르 그리고 비샬만 먹고,  나머지 여자아이들이나 그 일가 친척들은 구경만 하고 있었다.  내가 키쇼르에게 왜 다 같이 먹지 않냐고 물으니, 그들의 전통이란다.  옛날 한국과 똑같구나!라는 생각을 떨칠 수 가 없었다.  아코르는 남아 선호 사상도 강하다.  딸은 시집보내면 그만인데, 아들은 남아 부모님을 모시고 계속해서 산다고 한다.  역시 한국의 전통문화와 똑같았다.


 



  그렇다면 콩등 마른 작물들은 어떻게 갈까? 궁금했다.  우연히 본 장면이었지만, 역시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이런 한국의 맷돌과 똑같은 것이 아닌가?  물을 부어 달이나 야채볶음에 넣을 향신료는 빨래판 같은 돌판에 갈지만, 콩등 마른 것들은 이 맷돌에 넣어 갈아낸다고 했다.  한국과 똑같다며 호들갑을 떨고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누르니 왜 저렇게 놀라 싶어 물어본다.  한국에도 이 기계가 전통적으로 내려온다고 하니 그들도 놀라는 눈치다.  역사적으로 봤을때 가야의 김수로왕과 아유타국의 허황옥과 교류가 있었다고 전해지는 이야기 있으니 인도와 한국의 관계는 뭐 짧은 역사를 가진것이 아니라고 해도 과언인데, 이 맷돌이 똑같을 줄이야.  물론 역사적으로 맷돌은 중앙아시아를 거쳐 한국으로 즉, 고구려로  전해진 것이 맷돌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우연이 겹칠줄은 정말 몰랐다. 





  얼굴도 마음도 이름도 모두가 예뻤던 로쉬니 다비(Roshni Davi).  DAVI는 결혼한 여자에게 붙여지는 힌두교식 이름이고, 결혼을 하지 않은 안수나 코스보(밀리)는 끝이름이 Kumari(쿠마리)라는 형식의 이름이 붙여진다.  로쉬니 다비는 내가 있던 약 10일간 매끼니 아주 맛있는 음식을 내게 해주었다.  늘 쑥스러운 듯 내가 근처가서 말을 좀 걸어볼 요량이면 도망가기 일수였다.  로쉬니는 키쇼르의 부인이다.  늘 고마운 마음에 뭘 하나 선물하고 싶었는데, 우연치 않게 본 손톱 발톱의 매니큐어가 거의 지워져 있었다.  매니큐어 현지 시장에서 사면 10루피도 하지 않는 작은 돈이지만, 그 돈을 아껴 아이들 학교 보내고 먹을거리를 사니,  꾸밀 형편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몰래 로쉬니에게 분홍색 매니큐어를 가져다 주니 혼자 계속 웃었다.  그녀가 웃으니 나도 기분 좋았고, 키쇼르도 좋아해주었다.  지금 그녀의 얼굴을 사진으로 보면서도 고마운 마음만 한 없이 든다.

  밥은 보약이라 했던가, 늘 너무 맛있게 먹었고, 감기에 걸려 괴로웠을땐 따뜻한 국물의 달과 생강을 듬뿍 넣은 짜이로 내 건강까지 신경 써주던 로쉬니에 한없는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