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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한 일상들
결혼 할까요? 본문
Bhaut Bhaut dhanibad 인디아! (26)
산토스의 누이에게 일어난 일은 바로 결혼 문제였다. 마침 내가 여행하던 날 우리의 상견례와 비슷한 의식이 진행되던 날이 었다. 아직 그녀에게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이 자리에서 결정이 나면, 신랑의 얼굴도 보지 못한 채 결혼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즉, 신부측에서는 아무 결정권이 없는 샘이다. 신랑측의 어른들은 신부측 집으로 왔을때 거의 최고의 대우를 받는다. 간이 좌식 의자, 짜이, 빤, 담배, 식사등의 환대를 받고, 신부가 나고 자라왔던 마을을 둘러보고 최종적으로 신부의 얼굴을 대면 후 결혼이 성사되는지 안되는지 결정한다. 사실 결정되기 전 분위기는 상당히 엄숙하다. 표정들이 모두 굳어있었고, 힌디어로만 대화하기 때문에 나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계속 한쪽에서 빼꼼히 구경을 하고 있으니, 산토스와 키쇼르가 신랑측 어른들께 나를 소개했다. 역시 인사는 먼저하는게 좋다는 걸 새삼 느꼈다. "나마스떼"라고 합장을 하고 그들 앞에 인사를 하니, 어른들이 자리에 일어나 나에게 환영의 인사를 건내주었다. 하지만 셔터를 누를땐, 표정들이 굳어졌다. 키쇼르가 내게 말해주길, 저게 뭐하는 물건이냐고 물었단다. 상대적으로 젊었던 한 친구는 마냥 웃고 싶은데, 어른들이 앞에 계시니 함부로 웃을 수 없어 억지로 참는 모습도 유쾌했다. 여행자들이 찾지 않는 곳에서 나고 자랐으며, 도시로 나가본 적이 없는 어른들은 커다란 카메라를 본적이 없으니 신기하게 생각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한바탕 큰 카메라로 소동이 이어진 후 다시 긴장감은 찾아왔다.
사진 찍는 것이 가능하다는 허락을 받고, 집을 둘러다며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그런데 뒷편에서 셔터를 누르던 차! 한 분이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을 지켜보던 여자들과 아이들은 깜짝 놀라는 표정이었다. 대화를 알아들을 수 없었던 나는 눈치로 '아 이 혼사 반댈세!!'하고 일어나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예상했던 바는 다행이 빗나갔고, 자신의 며느리로 받아들이겠다는 뜻이란다. 이제 산토스의 누이는 시집을 가게 된 것이다. 젠장 내겐 기회가 없단말인가!!
어른들이 떠나고 난 자리를 치우며, 키쇼르는 내게 살짝 귀뜸을 해줬다.
"사실 이 결혼은 좀 전 식사시간에 결정났었어!!"
"그럼 나 혼자 모르고 있었단 말이야?"
"아니, 너와 여자들과 아이들만...남자들은 다 알고 있었지!!"
최종 선택을 앞두고, 한 쪽 방에선 어른들이 점심식사를 했었다. 음식솜씨도 결혼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평가중 하나라고 하니, 당연히 신부가 될 처자에게 점심을 대접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점심을 먹으며, 사실 그 분들은 이미 결정을 했다고 하니, 그 사실을 모르는 여자들과 아이들, 특히 신부 당사자가 얼마나 가슴을 조리고 있었을까...
짧은 시간, 한사람의 전부를 알기 위해, 그 사람이 나고 자라난 환경을 둘러보고, 그 사람이 만든 음식을 그 사람의 방에서 먹어보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신체조건을 본다는 것은 우리식 사고로 당연히 불합리하고 불평등하겠지만, 꼼꼼히 사람의 됨됨이를 알아보는 것은 배울점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요즘의 외모지상주의적 결혼도 한번 쯤 되돌아볼 필요도 있다는 생각도 함께 든다.
이제, 아코르로 여행을 가더라도, 산토스의 누이는 절대 볼 수 없다. 그녀는 이제 바지를 벗고 항상 숄만을 입어야만 하고, 이름뒤엔 다비(Davi)라는 호칭이 붙을 것이다. 그리고 인도 어느 땅에서 남편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녀의 새로운 출발에 무한한 축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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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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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H.S 2010.01.11 19:46 신고 그냥 평범한 사진처럼 보이는데 어쩜 이렇게 느낌이 좋죠?
뭔지 모르겠어요.
이런 사진을 일컬어 '좋은 사진'이라고 하는 거죠??? -
비케이 소울 2010.01.11 23:25 신고 제 생각에는 좋은 마음으로 봐주셔서 그런거 아닌가 싶습니다.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으흐흐 ... 칭찬 들으니 기분이 좋습니다 ^^;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01.11 19:49 얼굴도 모르고 시집을 가다니, 슬프네요. ^^
예전에 모 다큐멘터리에서 이렇게 시집가서 정말 비참한 인생을 산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보았는데,
울화가 치밀어오르더라구요. 사랑하는 딸인데, 본인의 의사는 전혀 상관없군요. 에휴~~ -
비케이 소울 2010.01.11 23:26 신고 네 본인의 의사는 상관없더라구요...
키쇼르와 로쉬니도 얼굴 한번 보지 않고 결혼했다고 전했어요...
처음에 깜짝 놀랐죠... 점점 우리의 옛문화와 너무 닮아있어서요... -
유 레 카 2010.01.11 20:10 신고 오래전 우리네 조상님들이 그랬죠.
어른들 끼리 혼사 이루어지면
신부와 신랑은 첫날밤에 비로소 얼굴을 보았던..
불과 100년만해도..
우리의 과거를 떠 올리게 되는군요. -
비케이 소울 2010.01.11 23:27 신고 생활상이 너무 비슷합니다...
전혀 같을지 않은 모습도 예상치도 못했던 부분에서
같은 우리의 옛문화와 닮아 있다보니 더욱 정이 들었나봐요... -
raymundus 2010.01.11 21:52 이 이야기가 더 애닯고 안타까운이유는 어쩌면
우리 할머님들의 이야기였기 때문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묵묵히 살아지고,,아이를 키우게 되겠죠..
이제 곧 시집을 가게 될 산토스의 누이에게
먼 이국의 한 남자가 축하와 안부의 인사를 건네봅니다. -
비케이 소울 2010.01.11 23:29 신고 이젠 어떻게 전할 방법이 없네요...
마음으로 충분히 보내셨을거란, 생각을 해봅니다.
약 3달 후 마누즈의 결혼식에는 결혼식 잔치 모습도 볼수 있을 것 같네요...^^;
산토스 누이 뿐 아니라 이마을의 모든 남녀가 그런 결혼을 하니, 참 마음이 이상하면서도??
막상 행복한 모습을 보니, 잠시 잊게 되더라구요...
생활상이 우리의 옛날과 너무 비슷해요.. 정말루..ㅎ -
skypark박상순 2010.01.11 22:23 신고 마치 우리가 어렷을때 이야기로 들었던
할머니 할아버지 결혼할때 모습이랑 많이 닮았군요.^^ -
비케이 소울 2010.01.11 23:29 신고 네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들 생활상과 비슷한 점이 참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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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룡이네집 2010.01.11 23:35 신고 요즘엔 상상도 할 수 없고, 아마도 이렇게 결혼하는 것이 시대착오적이라고 할 수 있을 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우리의 조상들이나 저분들이 현명한 판단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보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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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케이 소울 2010.01.12 12:37 신고 얼굴을 보지 않고 결혼 한다는 거..
지금은 참 납득 할 수 없는 문화이지만,
그때는 또 그때의 방식이었고, 그곳은 그곳의 방식인거 같습니다.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01.12 01:08 ㅎㅎ 저도 덩달아 산토스 누이되시분에게 축하를 보냅니다.
얼굴도 모르고 결혼을 한다니 꼭 우리 조선시대상을 떠올리게 합니다.ㅎㅎ
집안이 결정해 놓으면 무조건 따르는 결혼제도...
언젠가 저 시골마을의 풍습도 조금은 변화가 오겠지요? ^^ -
비케이 소울 2010.01.12 12:38 신고 네, 술을 마시며 키쇼르에게 그런 말을 했습니다.
세상은 늘 변하는데 아직 이 마을만 느린거 같다구요...
너도 지금 바뀌어있지 않냐고...
자신도 알고 있더군요, 천천히 변화 할거란걸...
도시에는 자유연애라든지 뭐 변화하고 있거든요 ^^; -
또자쿨쿨 2010.01.12 10:08 신고 어머나! 아직도 저런 풍습이 이어지는 곳이 있다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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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케이 소울 2010.01.12 12:38 신고 저 마을에선 아직 전통방식을 고수하고 있더라구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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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사용자 2010.01.12 15:49 정말 옛날 우리나라 같군요...신랑 얼굴도 못보고 어른들끼리 정한 집안에 시집을 가야하다니...
다신 보기도 힘들고 말이죠...
그렇지만 그들의 전통이니 당장 잘못됐다고 할 순 없겠죠...시대에 따라 변화하길 기다려야 할뿐... -
비케이 소울 2010.01.12 20:40 신고 네.. 그냥 저는 그들의 문화를 최대한 존중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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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사용자 2010.01.12 17:25 흐.. 음식솜씨를 검증받아야 한다니.. 쉽지 않겠는데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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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케이 소울 2010.01.12 20:41 신고 그런데 생각보다 맛있습니다.. 커리는 환상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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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사용자 2010.01.12 22:25 항상 사진을 먼저 크게 보고 이야기를 읽었는데,
이번 편만큼은 이야기를 숨죽여 읽었드랬어요.
산토스의 누나에게 나쁜 일이 일어난 건 아니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핫^^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네요^^ -
비케이 소울 2010.01.13 13:56 신고 하하 네 결혼이야기였습니다.
사실 저도 깜놀? 했거든요 ㅎㅎ -
MindEater™ 2010.01.14 18:27 신고 음,,,카메라 얘기 나올때 조마조마 큰 소리가 들릴때 조마조마~~ ^^*
해피엔딩이네요~~ -
비케이 소울 2010.01.14 19:33 신고 네.. 부정적으로 보지 않더라구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