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할까요?

2010. 1. 11. 19:36Akaunr Story/2009 Akaunr


 


Bhaut Bhaut dhanibad 인디아! (26)




 




  산토스의 누이에게 일어난 일은 바로 결혼 문제였다.   마침 내가 여행하던 날 우리의 상견례와 비슷한 의식이 진행되던 날이 었다.  아직 그녀에게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이 자리에서 결정이 나면, 신랑의 얼굴도 보지 못한 채 결혼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즉, 신부측에서는 아무 결정권이 없는 샘이다.  신랑측의 어른들은 신부측 집으로 왔을때 거의 최고의 대우를 받는다.  간이 좌식 의자, 짜이, 빤, 담배, 식사등의 환대를 받고,  신부가 나고 자라왔던 마을을 둘러보고 최종적으로 신부의 얼굴을 대면 후 결혼이 성사되는지 안되는지 결정한다.  사실 결정되기 전 분위기는 상당히 엄숙하다.  표정들이 모두 굳어있었고, 힌디어로만 대화하기 때문에 나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계속 한쪽에서 빼꼼히 구경을 하고 있으니, 산토스와 키쇼르가 신랑측 어른들께 나를 소개했다.  역시 인사는 먼저하는게 좋다는 걸 새삼 느꼈다.  "나마스떼"라고 합장을 하고 그들 앞에 인사를 하니, 어른들이 자리에 일어나 나에게 환영의 인사를 건내주었다.  하지만 셔터를 누를땐, 표정들이 굳어졌다.  키쇼르가 내게 말해주길, 저게 뭐하는 물건이냐고 물었단다.  상대적으로 젊었던 한 친구는 마냥 웃고 싶은데, 어른들이 앞에 계시니 함부로 웃을 수 없어 억지로 참는 모습도 유쾌했다.  여행자들이 찾지 않는 곳에서 나고 자랐으며, 도시로 나가본 적이 없는 어른들은 커다란 카메라를 본적이 없으니 신기하게 생각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한바탕 큰 카메라로 소동이 이어진 후 다시 긴장감은 찾아왔다. 




  사진 찍는 것이 가능하다는 허락을 받고, 집을 둘러다며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그런데 뒷편에서 셔터를 누르던 차! 한 분이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을 지켜보던 여자들과 아이들은 깜짝 놀라는 표정이었다.  대화를 알아들을 수 없었던 나는 눈치로 '아 이 혼사 반댈세!!'하고 일어나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예상했던 바는 다행이 빗나갔고, 자신의 며느리로 받아들이겠다는 뜻이란다.  이제 산토스의 누이는 시집을 가게 된 것이다.  젠장 내겐 기회가 없단말인가!!






  어른들이 떠나고 난 자리를 치우며, 키쇼르는 내게 살짝 귀뜸을 해줬다. 

  "사실 이 결혼은 좀 전 식사시간에 결정났었어!!"

  "그럼 나 혼자 모르고 있었단 말이야?"

  "아니, 너와 여자들과 아이들만...남자들은 다 알고 있었지!!"

  최종 선택을 앞두고, 한 쪽 방에선 어른들이 점심식사를 했었다.  음식솜씨도 결혼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평가중 하나라고 하니, 당연히 신부가 될 처자에게 점심을 대접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점심을 먹으며, 사실 그 분들은 이미 결정을 했다고 하니, 그 사실을 모르는 여자들과 아이들, 특히 신부 당사자가 얼마나 가슴을 조리고 있었을까... 

  짧은 시간, 한사람의 전부를 알기 위해, 그 사람이 나고 자라난 환경을 둘러보고, 그 사람이 만든 음식을 그 사람의 방에서 먹어보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신체조건을 본다는 것은 우리식 사고로 당연히 불합리하고 불평등하겠지만, 꼼꼼히 사람의 됨됨이를 알아보는 것은 배울점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요즘의 외모지상주의적 결혼도 한번 쯤 되돌아볼 필요도 있다는 생각도 함께 든다.

  이제, 아코르로 여행을 가더라도, 산토스의 누이는 절대 볼 수 없다.  그녀는 이제 바지를 벗고 항상 숄만을 입어야만 하고, 이름뒤엔 다비(Davi)라는 호칭이 붙을 것이다.  그리고 인도 어느 땅에서 남편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녀의 새로운 출발에 무한한 축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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