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2

2010. 1. 10. 15:04Akaunr Story/2009 Akaunr





Bhaut Bhaut dhanibad 인디아! (24)








  아침은 어디서나 부산하다.  인도의 아침도 마찬가지였다.  인도인 처럼 살아가는게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화장실의 문제였다.  보이는 곳 모두가 화장실이라고 내게 가르쳐줬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그래서 아침 일찍 안개는 자연 시야막이가 되준다고 했다.  하지만 깊은 숲속으로 들어가 볼일을 봐야하는 현실에 조금 마음이 무거웠다.  

  아침은 특히 여인들에게 바쁜 시간이다.  화장실도 화장실이지만, 여인들에게 유일하게 이른 새벽 시간이 샤워시간이다.  남자들 보다 일찍 일어나 샤워부스없이 칸막이 없이 샤워를 해야하기 때문에 안개낀 아침이 샤워시간이 된다고 말해줬다.  혹 밤에 샤워를 하는 일도 있지만, 대부분의 여인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샤워하고 아침식사를 준비한 후 밭으로 일을 하러 간다. 

  이른 아침 잠이 들 깬 상태로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이방인을 보고도 도망가지 않은 착한 소녀에게 고마운 마음이 느껴진다.  알고보니 키쇼르의 사촌동생이었다.





  사람의 사고는 대부분 인식의 틀 안에서 생각한다.  내가 인도로 떠나기 전에 생각하고 있던, 내 머리속에서 인식하고 있던 인도인은 사기꾼도 많으며, 여행자들에게 어떻게든 이득을 취하려고 안달이 난 사람이니 늘 조심하고 긴장해야한다고 인식하고 왔다.  더군다나 델리에서 소매치기 당할 뻔 한 기억은 늘 선입견을 가지고 그들을 대했다.  하지만 아코르의 주민들은 달랐다.  외국인에 대한 생각이 평소에 전혀 없었으니, 즉 그들의 사고에는 외국인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으니 마치 백지장 같다고 할까? 그래서 깨끗한 마음과 머리로 순수하게 대해주던 그 태도는 마치 이웃 주민처럼 그냥 그들이 그들 친구를 만난 것 처럼 항상 웃고 미소지으며 항상 나를 배려해주었다.  그리고 신기한 외국인이 사진을 찍어 줄 땐 마치 큰 선물이라도 받은 것 처럼 고마워하는 그 마음이 나를 더 부끄럽게 했고, 오히려 내가 더 고마웠다.




  포장된 도로위엔 자동차보다 사람의 발걸음이 점령해있다.  공식적으로 이 마을에 들어오는 버스는 있다.  하루에 3대로 아침, 점심, 지녁타임에 맞춰 한대씩 들어왔다가 나간다.  그러니 대부분은 사람들의 발자국이나 자전거, 오토바이가 이 깨끗하게 포장된 도로를 점령한다.  아코르 마을에서 주일은 쌀농사이고, 텃밭을 일구어 채소를 기른다.  재산 목록 1호는 버팔로나 소다.  왜냐하면 농사를 지을때나 우유등을 얻을 수 있는 귀중한 자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곡식을 거두고 난 짚인데, 이 짚의 용도는 다양하다.  물론 소나 버팔로의 먹이도 되며, 집의 지붕을 만드는 자원이며, 추울땐 간이 난로의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아침이나 밤엔 늘 이렇게 짚을 조금씩 태워 불을 쬔다.  도란도란 모여 담소를 나누며 추위를 쫓는 정겨운 풍경이었다.   내가 어슬렁 어슬렁 마누즈의 옆을 보고 사진을 찍으니 날씨가 쌀쌀하니 어서와서 불을 쬐라는 그들이었다.  우린 대화가 통하지 않았지만, 눈빛으로도 충분이 마음은 주고 받았으리라 생각되었다.




  또 하루의 해가지면 언제나 풀어놨던 버팔로를 집으로 끌어오는 일은 아이들 몫이다.  몇몇의 버팔로는 난폭한 성격을 가져 어른들이 몰고가지만, 대부분의 버팔로는 순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끌기고 하고 타고 집으로 향한다.  그들의 버팔로 사랑은 말로 할 수 없다.  그리고 신기하건 이 마을의 버팔로는 모두 암놈이다.  숫놈을 들여놓지 않는 이유로 가장 큰 이유는 젖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란다.  짜이, 라씨, 커드... 모두 우유가 필요한 음료이고, 우유는 고기를 거의 먹지 못하는 이 주민들에게 소중한 영영 공급원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숫놈이 있으면 암놈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라던지, 성격이 난폭하기 때문에 주민들의 안전에도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아코르의 사람들을 만날때마다 나는 행복했다.  오염되지 않는 순수한 눈빛으로 서울에서도 느끼기 어려운 정을 먼거리가 떨어져 있는 낯선 시골 마을에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인도 관광지 여행은 조심해야할 점이 많다.  왜냐하면 외국여행자를 봉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전혀 알려지지 않는 곳을 여행할때는 더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이 아코르마을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은 잊을 수 없는 사랑과 정만을 내게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