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아코르(마지막 이야기)

2010. 1. 13. 13:53Akaunr Story/2009 Akaunr





Bhaut Bhaut dhanibad 인디아! (28)






  짧은 아코르의 여행은 내게 축복이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삶도 둘러볼 수 있었고, 늘 행복한 마음으로 지낼 수 있었기에 뒤돌아 서는 순간은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곧 쏟아질 것 같은 눈물을 참기위해 마음은 담대하게 가졌어야 했으며, 차마 그들의 모습을 보기가 힘들어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열심히 마을을 도망치듯 나왔다.  참지 못해 뒤돌아 섰을때 그들은 여전히 나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마을 입구까지 따라왔다가 돌아가는 비샬의 뒷모습은 내 마음을 너무 아프게 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고, 헤어짐이 있으면 다시 만나리라.






  "밀리?" 라고 나즈막히 부르면, 살포시 미소만 늘 보이며 "응?"이라고 답하고 뒤돌아 뛰어가던 밀리를 어찌 잊을 수 있을까...

  내가 있었던 비하르의 아코르 마을에 대해 누군가 물으면, 자신있게 행복했었다고 말할 것이다.  문명의 혜택은 많이 못받고, 돈이 많지 않아 가난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이 세상에서 사람의 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행복하게 미소를 띄우며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여행이 한참 지난 이 시점에서도 밀리와 비샬의 손을 잡고 마을을 뛰어다니던 그 시간이 떠오른다.  혼자서라도 문득 미소를 띄울 수 있어, 참 다행이다.





  릭샤를 타고,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델리로 가야한다.  약 20시간 시간, 키쇼르는 같이 가주겠다고 한다.  비행기도 혼자타야하는데, 기차까지는 자신이 같이 가주겠다는 것이다.  쉽지 않은 여정으로 기차에 올라타고 우리는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미래에 대한 이야기, 키쇼르의 아이들 이야기, 그리고 살아온 이야기들... 

  다르방가역에서 출발하는 기차는 대부분 그 지역 주민들이다.  인도의 언어는 힌디어가 표준어이지만, 지역마다 말이 다 다르고 우리의 사투리격인 지역의 말을 델리에서 사용해도 못알아듣는 다고 이야기도 들었다.  오래 기차를 타니 배가 고파, 나도 모르게 힌디어로 "하무라 부크라할레~"라는 말을 키쇼르에게 했다.  기차에 타고 있던 모든 사람은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그말은 나 배고프다는 의미였는데, 외국인이 자신의 지역 사투리를 사용하니, 신기할 수 밖에...

  그들은 내가 어디서 왔냐든둥, 다른 힌디어를 알고 있냐는둥 말을 걸어온다.  하지만 내가 아는 말은 배고파요 밖에 할 수 없었다.  늘 재미있는 표정으로 기차에서 재미있게 델리까지 올 수 있었지만, 한 남자와 약간의 논쟁이 붙었다.






  내용을 요약해보면, "잘사는 나라에서 여행을 명목으로 와서 우리 인도인들을 거지로 묘사해서 니 나라로 돌아가 인도를 거지들의 나라로 알리는 놈 아니냐!!"라는 게 핵심이란다.  그리고 키쇼르를 내가 돈으로 고용한 가이드쯤이라고 생각하는 그 태도가 너무 화가나게 했다.

   우리는 SL클래스에서 밥을 정식으로 시켜먹었고, 늘 짜이를 마시고, 사모사등 주전부리를 사먹었더니, 그도 따라하는 게 아닌가?  그 정도 돈은 있다는 식으로 생각했나보다. 키쇼르는 옆에서 계속 웃고 있었다.  내가 슬슬 기분 나빠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키쇼르는 나를 진정시키고 내게 한번에 이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묘책이 있단다.  가지고 있는 달러나 외국돈을 보여주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돈을 쓸때 일부러 영국 파운드를 꺼내버렸다.  거금 10파운드!!  모든 사람들이 그 돈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런데 이것이 우리의 기싸움을 끝내게 했다고나 할까?  달러, 파운도, 유로, 원, 위안, 페소를 보여주니, 신기한 듯 구경하며, 그렇게 그와의 장난?은 끝이 났다.  아주 간단하게...

(여행자 여러분 절대 기차안에서 이런 행동하셔서는 안됩니다!! 저는 현지인 친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그리고 저도 반성합니다. 이런 유치한 장난은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   






  그런 에피소드를 가진 채 기차는 델리에 도착했고, 나의 여행은 끝이 났다.
  
  "언제든지 와도돼!, 여긴 너의 제2의 고향니까... 외롭다고 생각들때, 한국 생활이 힘이들때, 언제든지 우리마을에 와서 나의 대가족과 함께 지내다가 돌아가.  이제 너와 나는 가족같은 친구가 되어버렸잖아...  이번에 가지 못한 네팔트레킹은 니가 다음에 올때 나와 같이 가자.  인도인들은 네팔 비자도 필요없고, 아코르는 네팔에서 아주 가까워. 소나울리를 이용해서 갈 필요도 없어.  넌 네팔 비자를 준비해야겠지?  기회가 된다면 나도 한국 한번 가보고 싶어. 그리고 네가 꼭 마누즈(키쇼르의 동생) 결혼식에 왔으면 좋겠어.  그리고 나도 한국 사진 많이 보고 싶어보여. 보여줄 수 있지?"


  마지막 말을 남긴채 진한 포옹으로 우리는 우리의 길로 헤어지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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