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라플란드] 라플란드의 관문, 로바니에미

2011. 4. 12. 08:57여행/낯선, Lapland























낯선, 라플란드의 관문. "로바니에미(Rovaniemi)"









  핀란드 헬싱키에서 북쪽으로 1000여km 떨어진 곳, 라플란드의 주도, 산타할아버지가 살아가는 곳, 북극권의 경계등이 로바니에미를 대표하는 수식어들이다.  기차로 헬싱키에서 12여시간 처음 로바니에미를 밟았을때 감회는 새로웠다. 이제 본격적으로 북극권으로 들어가기 전의 설레임이라고 할까? 이제 현실은 잠시 잊어버리고 나만의 동심으로 나만의 감성으로 라플란드를 걸어볼 생각에 가슴이 뛰었다.

  몸시 추웠던, 모든 것이 얼어붙은 듯 겨울, 새근 새근 잠들어 있던 내게 살며시 선물을 놓고 갔던 산타 할아버지. 어린시절, 그 산타 할아버지를 얼마나 손꼽아 기다렸던지...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산타할아버지는 부모님이었다는 것을 알게되고, 우리의 마음속 산타할아버지도 차츰차츰 살아져 갔을 것이다.   그렇게 지나오며 어른이 된다는 명목으로 무참하게 무너지고 잊혀졌던 우리의 동심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 잊혀진 중심에 있던 산타할아버지를 만나러 산타마을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산타할아버지?”
“환영합니다. 어디서 오셨나요?”
“한국에서 왔습니다.”
“오! 한국 어디 살아요? 서울 아니면 부산?”
“서울에 살아요. 우와 대단하시네요.  도시까지 알고 계시고!”
“하하하,  산타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답니다. 그나저나 강남 살아요? 강북 살아요?”
“하하하, 코엑스 아세요? 그것이 제 건물입니다!”
“하하하, 농담이죠? 코엑스 알지요. 삼성동에 있지요?”
“헐....”

산타와의 짧은 만남은 이렇게 끝이 났다.  짧은 대담 후 오묘한 것을 느꼈다. 아 산타가 어떻게 강남과 코엑스, 삼성동을 알지? 그렇게 속물이었던가? 그리고 무슨 얘기를 했는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조금 냉정을 되찾고 꼭 묻고 싶었던 질문은

“행복은 어디에 있습니까?” 

조그마한 찰나도 고민도 없이 돌아오는 대답은

“In your mind”

  네 마음 속, 단 한마디였다. 립서비스였을까? 하지만, 의심을 버려두고 곰곰히 걸으며 생각을 해보았다.

  우리는 행복에 대해 고민하고 추구하려고 노력하지만,  좀처럼 쉽지 않다고 한다.  자신이 가지지 못하거나 누리지 못하는 사람은 가진자와 누리는 자를 동경하며 행복의 모습을 발견하려 하며, 또 반대로인 경우도 존재한다.  결국 늘 자신의 행복은 타인과 비교하게 되고 불안하며 자신 속에 있는 행복의 원천을 철저히 무시한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행복의 조건을 획일화 하고 싶어하는 만큼 어리석은 생각은 없다.  그렇게 우리는 오늘의 내 마음 속을 들어다 봐야 하는 것이다.  오늘이 아니면 내일도 없는 것이기에 바로 오늘 바로 지금 내 안의 소소한 행복을 찾는 것이 큰 행복으로 가는 길이 아닐런지...

  그래, 라플란드에서 만난 산타할아버지가 비록 허상일지라도 그를 만나고 질문의 답을 들은 것은 유쾌하고 행복한 일이었다.










  맑은 하늘이지만 금새 눈이 펑펑 내리고, 구름이 깔린 듯 흐린 날씨이지만 파스텔톤의 하늘 빛이 보이기도 했다.  마치 우리가 늘 혼돈속에 살아가는 듯, 라플란드의 하늘 빛도 그렇게 보인다.  그리고 드넓게 우거진 숲위로 내려 앉은 하얀 눈들,  역시나 현실과 꿈의 경계가 허물어진 듯한 풍경들을 보여준다.   언제나 상상했던 그 모습이 이런 모습이었을까?  흐드러지게 내리는 눈 사이로 나는 그렇게 라플란드를 걷고 있었다.














  낯선 라플란드의 추운 날씨덕에 온기가 느끼고 싶었다.  본능적으로 따뜻한 불을 발견하고 그리로 발걸음이 향했다.  서먹서먹 걸음으로 사미족 복장을 입고 있는 두 사람에게 향했다.  그들은 바로 순록썰매체험을 영업을 하고 있었다.  꼭 썰매를 타지 않아도 수많은 관광객에게 웃음으로 맞이 하며, 같이 사진도 찍혀주는 두 사람, 아주 추운 라플란드에서 잠시 온기를 느끼는 순간이었다. 

(로바니에미는 라플란드의 관광도시답게 겨울 관광상품이 존재하고 있다.  순록썰매, 스노우모바일,  설피 트레킹, 스키투어 등등을 이용할 수 있다. )

















  라플란드
에 어둠이 내린다.  분주했던 낮동안의 온기들이 하나둘씩 각자의 보금자리로 향한다. 여행자에겐 늘 정해진 거처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것은 다시 떠남에 대한 홀가분함이 주는 소소한 행복일지도 모른다.  번민과 외로움은 늘 해질녘의 쓸쓸함으로 돌아오는 것, 그것은 어쩌면 주어진 운명과 같은 길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깊고 깊은 라플란드의 속으로 들어가 봐야겠다. 그곳에 그토록 행복을 찾아 해메는 자아와 닮은 혹독하게 시리고 외로운 눈의 여왕을 만날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