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라플란드] Story 2. 라플란드의 숲 그리고 첫만남

2011. 4. 26. 11:10여행/낯선, Lapland































 시계는 10시를 가리킨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았다. 암흑과 같은 이른 새벽 시간과 같다. 아무도 없는, 인적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저 혹독한 찬공기만 나의 가슴속으로 들어온다. 적막감이 흐른다. 추위와 적막감은 내 가슴 속으로 엄습해 오며 이유없는 쓸쓸함이 찾아온다.  살아온 짧은 시간을 떠올려본다. 그리고 눈물 한방울이 내린다. 떨어졌던 눈물 한방울이 다시 하늘로 올라가길 소망해본다. 다시 기쁨과 축복의 일부가 되어 세상에 뿌려지길 소망해본다.

  걷는다. 여전히 나는 눈속을 거닐고 있는 것이다. 해는 아직 뜨지 않았다. 저 멀리서 나를 응시하는 시선을 느낀다. 낯선 시선이다. 순록이다. 놈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그것에 재빨리 대응이라도 하듯 나도 쳐다본다. 아주 멀리 있지만 생명체는 나와 순록 뿐임을 인지한다. 서둘러 가방에서 망원렌즈를 꺼낸다. 그리고 다시 뷰파인더로 놈을 응시한다.

‘철커덕’

  카메라의 셔터소리는 고요하고 적막했던 우리 둘 사이의 공기를 갈라 놓는다.  그렇다. 고요하고 적막했던 숲속의 분위기, 놈과 나 사이의 신경전은 그것으로 깨져버렸다.  놈은 달아나기 시작한다. 나도 반사적으로 뛴다. 하지만, 볼 수 없을 만큼 멀리 사라져 버렸다. 내 순간의 선택으로, 내가 깨어버렸다. 이제 놈과 무언의 대화도 교감도 시선의 나눔도 있을 수 없다. 그렇게 낯설게 우리는 만났고 헤어졌다. 낯설게 깨어져버린 후 우리는 다시 다가갈수도 머무를 수 도 없다. 결국 깨어져버린 관계처럼 흔들린 사진 한장, 흔적만으로 존재한다.  어쩌다 다시 만나겠지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것으로 우리의 관계는 깨진것이다. 집착을 버렸다. 다른 낯선 존재를 기다리는 생각으로 뒤덮히는 시점인 것이다. 그렇게 안타까움과 쓸쓸함은 다시 고요와 적막으로 가득 채워진 채 그 자리를 떠난다.






















  다시 걷는다. 숨이 차오른다. 무릎까지 차오르는 설전을 걷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혹독한 추위에서 처음으로 등줄기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걷는다는 육체적 운동량만으로 흐르는 일종의 배출이다.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인적이 드문 깊은 숲속과 호수 위를 걷는 긴장감과 공포감에서도 무언가를 배출해내고 있는 것이다.  쉬어가기로 한다. 셔터를 끊어 마음에 담는 일은 시작도 하지 못 한채 말이다. 하지만 마음으로부터 쉬고 있다. 헐떡되던 숨이 진정되었다. 주위를 둘러본다. 그리고 시간을 확인한다. 오전11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호숫가 한 가운데서 빛비가 내린다. 눈을 의심한다. 아침에 흘렀던 작은 눈물방울이 벌써 내리는지 착각을 한다. 눈을 닦아 본다. 연신 닦아본다. 하지만 빛비는 내리고 사방으로 흩어진다. 고개를 들고 나무숲뒤 하늘을 본다. 그리곤 해가 나를 보고 방긋 웃는다. 나도 눈물방울이 아닌 환희찬 웃음으로 맞이한다. 쓸쓸함이 묻어나는 이곳에서 두번째로 맞이하고 있다. 라플란드 빛이 내 심장, 머리 그리고 온 몸으로 스멀스멀 스며들고 있다. 뜨거워진다. 무엇보다 가슴이 뜨거워진다. 뜨거운 가슴으로 뜨거운 태양을 카메라에 담아 본다.


‘철커덕’

  내가 서 있는 얼어버린 호수위에 내리는 빛비, 라플란드의 태양 그리고 나의 뜨거운 가슴이 적막감만이 있던 이 곳에서 뜨거운 열정으로 담기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주위에는 동물적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첫번째 교감의 실패와는 다르다. 하나됨을 느낀다.

  꿈이 있었다고 말한다. 흘러간 시간 속에 늘 자신의 뜨거워진 열정으로 이끌어 본 경험이 있나고 스스로에게 반문한다.  지금도 꿈을 간직한 채 열정 하나로 살아가고 있노라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자그마한 생각들의 변화가 일어난다. 무언가와 교감을 하고 그 나눔의 존재에 따라 삶도 바뀔 수 있다고 말이다. 언제나 돌아오는 생각은 혼자만이 아닌 나눔으로서 함께 꿀수 있는 꿈을 다시 꿀 수 있다고 말이다.

  또 걷는다. 돌아가는 길이다. 라플란드에서 지금 허락된 낮시간은 단 4시간. 북극권의 일상이다. 어떤날은 낮이 없는 날도 존재한다. 해가 중천에 떠있는 것을 보지 못한다. 허기가 엄습해온다. 주위를 둘러봐도 식당은 없다. 깊은 숲속이나 드넓은 호수 한 가운데 식당이 있을리가 없다. 숙소에 도착할때 즈음 해가 뉘엿뉘엿 넘어간다. 뜨거운 라플란드의 태양이 오늘은 그렇게 쉬고 싶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