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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한 일상들
[낯선, 라플란드] Story 3. 어제 같은 오늘, 오늘 같은 어제 본문
Story 3.
다시 해가 뜨지 않은 설전을 걸었다. 어제와 똑같은 풍경 그리고 공기를 가진 것 같은 오늘이지만, 지금 숨 쉬고 있는 시간은 어제가 아닌 오늘이다. 혹시나 기대했다. 어제 본 순록을 다시 볼 수 있을까 하고... 역시 어제가 아니었다. 오늘은 어제와 다르게 이어폰을 귀에 넣었다. 이어폰을 타고 흐르는 흘러간 가요. 그렇게 지금을 살아가지만, 어제를 기억하고 또 흘러나오는 음악으로 그 시절을 추억하며 나는 과거로의 길을 걷고 있었다. 결국 늘 과거만을 그리워하고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 시간안에서 행복했던 날들, 잊기 싫은 그 시간들만 늘 그리워 시간을 그렇게 속이고 싶었나 보다.
단순해야 하는데, 다시 복잡해진다. 여전히 시간은 흐르고 있지만, 해가 언제 인사를 건네 올지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외부온도는 영하 32도, 내 머릿속은 영상 36.5도 가 넘어가고 있는 듯 여겨진다. 아무도 없는 곳, 온통 나무와 눈만 존재하는 곳, 그곳에 잠시 내 몸을 맡겨본다. 차갑다. 얼음장처럼 차갑다고 표현하는 것이 이 상황에 맞는 표현인지 모르겠다. 발끝에서부터 머리까지 얼어버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내 안의 무언가는 너무나 개운해지는 느낌이다. 몇 분을 그렇게 누워 숨을 내뱉어 본다. 입김이 허공으로 올라가 사라지고, 다시 나는 입김을 내뱉는다. 몇 번의 숨결은 하늘을 붉게 만들었다. 눈밭에 누워 어둑한 하늘에다 깊은 날숨으로 하늘의 해를 불러오는 것 같은 생각이 저절로 든다. 여명이 차오를 즈음 나는 다시 일어서 눈밭을 헤친다.
똑같은 곳을 몇 시간 헤맸다. 다시 보는 풍경, 하지만 같지 않은 시간 속에 머물러 있는 자아, 그리고 풍경. 나는 별 의미 없이 셔터를 누른 건 사실이다. 아름다움을 찾아가기 위한 셔터도 아니고 내가 맞닥뜨린 현실에 대한 기록일 뿐이라고 여길지 모른다. 하지만, 뜬 어제의 해와 오늘 뜨는 해가 같던가? 본질은 같으나 그것을 받아들이는 처지에선 늘 다른 모습인 것이다. 아팠다. 왜 아팠을까? 내일의 해는 내일 뜬다고 치부해버린 그 시간을 나는 다시 과거로 회기 시키려고 했기때문이다. 사진이 가지고 있는 특성일지도 모르겠다. 그 시간 그 찰나만을 기억하고 있는 특성 말이다. 일 년 뒤에 다시 여기 이 자리에서 똑같은 사진, 똑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을 수 있을까? 나는 시간을 속인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속인 것이다. 머무르고 싶은 욕심, 그 시간 속에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려고 했고, 사진 속에 담아 두려 했을 뿐, 나만 모르는 시간은 또 1초, 1분, 1시간, 1년, 10년... 그렇게 흘러갔던 것이다.
이렇게 어리석을 수 있었던가? 아무것도 어찌 못하는 그 시간을 나만의 생각으로 멈춰두려고 했던 어리석음. 오직, 불어오는 바람에 쓸려가는 눈송이가 어쩌면 바로 나였던 것인데 말이다.
시간은 또 흘렀다. 잊을 수 없는 또 하루가 흘렀다,
또 새로운 밤이 찾아왔다. 그리고 새로운,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기뻤다. 그리고 눈물이 흘렀다. 강한 추위는 뜨거운 감동의 눈물로 잊게 하였다.
그 장면은 어떤 표현수단으로 표현할 수 없었던, 황홀했던 순간이다. 순간은 또 흘렀고, 늘 다른 장면으로 다가온다. 마치 어제 같았던 오늘이, 오늘 같았던 어제가 머무르지 않고 사소하게 다르다는 것을 알려줬다.
살아가며 수많은 광경을 보고 느끼고 또 감동 하며 살아왔으며 또한 갈 것이다. 작은 것에서 시작해 아주 큰 그 무엇까지... 그 안에는 기쁨, 행복, 슬픔, 좌절, 분노 등 모두 함께 어울려 있다. 시간 안에 함께인 것을 거부하려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이기적이게도 기쁜 생각만 행복했던 시간만 붙잡고 놓아주지 않으려 했던 것이다. 그래서 채워지지 않았던 행복의 그릇을 보며 늘 좌절하며 분노했던 시간이었겠지. 아주 밋밋한 시간에도 소소한 행복은 존재했을 테고, 또 그것을 보지 못하고 흘려버린 많은 것들이 아쉬움과 반성. 또 어제와 오늘 사이에서 방황하는 오늘의 내 모습에서 나는 또 어디로 향해야만 하는지를 찾는 발걸음은 계속될 것이다.
내게 맞닥뜨린 그 시간, 그곳을 기억하려 한다. 어제 같은 오늘, 오늘 같은 어제. 시간의 미궁 속에서 우리는 매 순간 순간을 다른 호흡, 다른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채워가는 것이다. 또 뜨거운 내일을 기다리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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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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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우스 2011.05.11 06:44 신고 멋진 사진과 글 잘 보고 갑니다. 행복한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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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y 2011.05.11 06:53 비오는 새벽 출근길 마음 차분케하는 사진 잘보고갑니다 비오는 지난밤 하얗게 보내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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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사용자 2011.05.11 08:57 영하 32도면 엄청난 곳입니다. 고생하셨지만, 멋진 사진과 감성을 담아오셨네요.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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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다리™ 2011.05.11 08:59 신고 와~
완전 다른세계를 탐험하는 기분이내요..^^ -
더공 2011.05.11 09:19 신고 오오.... 오로라..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네요.
다시 봐도 진짜... 우와.. -
와이군 2011.05.11 09:54 신고 마음이 정화되는듯합니다.
깨끗한 세상 잘 봤습니다 ^^ -
skypark박상순 2011.05.11 11:20 신고 햐~~ 최고예요. 오로라 영상은 다시봐도 감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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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작가 2011.05.11 12:05 신고 와~ 오로라!! 대단한 사진입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
MindEater™ 2011.05.11 15:43 신고 한참을 보고 동영상도 돌려봅니다. 너무 멋져요..^^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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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쟁이 2011.05.11 16:43 신고 이런 곳이 실존한다는 것이 두 눈으로 보고 있음에도 믿어지지 않아요.
꿈에서나 상상했던 그런 곳에 다녀오시고 이토록 멋진 사진을 담아오신 병곤님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와우!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05.11 17:04 언젠가 자네가 담아온 이곳 사진을 보며 따뜻해보인다고 했던 말 기억할려나?
이곳에 자네의 체온이 녹아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네...
댓글 보니 오로라 보고 싶은 사람이 많구만.
이제 오로라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인 듯~ㅎㅎ -
Happiness™ 2011.05.12 15:24 신고 한장, 한장 모두 너무나 감동적인 작품들입니다.
영하 32도라.. 정말 대단하네요.
제가 경험한 최저 온도는 영하 20도인데,
비교도 안되겠습니다. -
달이 2011.05.12 18:27 신고 오옷. 장엄하다....
너무 멋진데.... 오로라공주가 이쁘긴 해!!!
내 생애에 직접 볼 수 있을까? -
공군 공감 2011.05.13 14:34 신고 영화 스틸컷 같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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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공감 2011.05.13 14:34 신고 영화 스틸컷 같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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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유 2011.05.15 20:28 신고 와우.......할 말을 잊게 만드는 사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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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씨 2011.05.16 18:58 신고 전 언제 제 눈으로 보고 사진도 찍게될런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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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uke 2011.05.23 20:08 신고 이건뭐.. 신세계입니다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