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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한 일상들

아코르(Akaunr)의 소녀, 안수(Ansu)를 떠올리며... 본문

Akaunr Story/2010 Akaunr

아코르(Akaunr)의 소녀, 안수(Ansu)를 떠올리며...

비케이 소울 2011.05.21 15:59

























처음 방문했을때 안수는 13살 지금은 15살이 되었을 안수를 떠올린다. 수줍음이 많아서였는지, 처음 아코르를 방문했을때부터 자주 마주칠 기회가 없었다. 언제나 숨어서 나를 보고 있었고, 흔하게 사진 한장 찍어주지 못했다. 다시 방문했을 때였다. 사진을 한 꾸러미 풀어놓고 각자의 사진을 찾아 나누어 주었는데, 안수 혼자 찍은 사진은 한 장도 없었다. 조금은 안타까워하는 얼굴을 느낄 수 있었다. 가족 사진은 줄을 만들어 사진을 다 걸어놓았었는데, 물끄러미 보다가 자신의 사진이 없었는지 실망했었나보다.  처음 이미지를 떠올려보면 이제 다 큰 처녀구나 이런 생각으로 아이들과 장난 칠때도 늘 뒷전이었고, 소소하게 과자를 나눠 먹을때도 늘 뒷전이었던 안수였다. 처음과는 다르게 아코르에 머무는 시간도 길어지고, 자연스레 안수와 친해질 기회가 많아졌다. 다시 자세히 관찰해본 결과 그녀는 아직 소녀, 아니 어린이였다. 활발하게 장난치고, 공부도 하고, 달콤한 것과 비스킷을 좋아했으며, 동생들과 장난도 치고 깔깔 잘 웃는 착한 소녀였다. 마음을 열었던 것인지, 원래 그랬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빠나 엄마가 보지 않을때는 늘 내게 말을 걸고 이것 저것 물어보려고 애쓰는 모습, 그리고 삼촌이 좋다고 볼에 뽀뽀까지 해주는 착하고 귀여운 소녀였다.





작년 여름이었다. 안수가 영어 공부를 하는데, Happy라는 단어가 나왔다. 그래서 물어보았다. 이 단어를 아느냐. 고개를 끄덕이며 안다고 했다. 무엇인지 설명해줄 수 있냐고 했더니, 역시 말을 못알아 들어 웃기만 했다. 쉬운 표현으로 나에게 가르쳐달라고 했더니, 음음음 우물쭈물 하며, good, like, love 이런 단어를 언급했다. 영영사전을 보면 행복은 멋진 일이 일어나 기쁨을 느끼는 상태나 삶에 대해 만족하고 있는 상태를 Happy라고 표현하고 있다. 아마 안수도 이 행복이라는 단어를 알고 있는 듯 했다. 

내가 아코르에서 잠시 살았다고 표현한다. 같이 먹고 같이 씻고 같이 잠들었고 모든 것을 아코르식대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심지어 취침시간 기상시간도 똑같이 맞추었기에 여행이 아니라 살았다고 스스로 표현한다. 나는 치킨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염소고기도 썩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아코르에서 먹었던 로티(힌디어로는 짜파티)와 커리양념을 넣어 볶은 감자, 양파등 식재료값이 비교적 저렴하고 밭에서 나온 음식으로 먹는 것에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아이들에겐 다른 무언가가 필요했을거 같은 생각이 강했기에 매주 치킨 먹는 날을 만들어보았다. 처음 치킨을 먹던 밤이었다. 밤이 되어도 35도가 육박하는 무더위에 나는 안수의 아버지, 키쇼르와 마당에 앉아 맥주를 마셨다. 맥주도 시원한 맥주가 아닌 조금 뜨거운 상태의 맥주였다. 맥주의 도수도 무려 8도, 맥주가 맥주로 느껴지지 않았다. 밤이 되어도 흐르는 땀을 주체 할 수 없었다.


술이 취하니, 조금은 전통을 파괴하는 부탁을 했다. 남자든 여자든 아이들도 여기 옆에 같이 앉아서 먹자고 말이다. 키쇼르는 언제나 나의 부탁은 두번 생각하지 않고 들어줬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것이 편하지 않았다. 물론 비살은 제외였다. 아들이었으니까. 안수와 밀리 그리고 키쇼르의 조카인 꿈꿈까지 같이 앉았다. 하지만 전혀 손도 대지 못했고, 아빠의 눈치만을 살피고 있었다. 먹으라고 종용을 했지만, 계속 눈치를 살피는 여자아이들이었다. 결국 키쇼르가 먹으라고 말을 하자, 보이지 않을때 한 입 삼킨 후 조용히 씹고 있었다.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쳤을땐 베시시 웃던 안수와 밀리였다. 

씹던 닭고기를 꿀꺽 넘기고 조용히 귓말로 안수가 내게 이게 행복이야.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랬다. 다른 어떤 것 보다 직접 느껴보는 행복, 사랑하는 가족이 함께였고, 평소 먹고 싶었던 치킨을 먹을 수 있었고... 그렇게 안수는 행복을 몸소 경험하고 느끼고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상대적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내가 생각하는 상대적이라는 것은 어떤 비교대상이 상대적이라는 것이지, 절대적으로 그 기준이 없거나, 자신만의 평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내가 낫다. 상대적으로 봤을때 나는 잘하는 것이야. 그 기준을 어디에다 두는가에 따라 그 평가는 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기준(Criterion), 표준(Standard)를 어디에 두는 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는 말이다.

정녕 행복의 기준이나 표준을 우리가 우리의 삶의 방식으로 선을 그을 수 있었을까?라는 회의가 들었다. 세상의 발전하는 속도에 스스로의 행복의 가치가 따라가지 못하는 요즘 우리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아코르에 있을때 나는 분명 행복했지만, 또 현실의 한국에서는 그리 행복하다고 생각치는 않기 때문이다.

하나 더 이야기하면, 키쇼르는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한다. 그것은 왜일까? 예를들어 전기가 없이 살았던 아코르에서는 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지만, 대도시에서 전기는 늘 사용하는 생활의 일부이니 전기가 없으면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다. 행복도 그런 것이 아닐까? 누리던 어떤 것이 점점 늘어나며 그 기준의 가치판단은 없어도 만족하던 그 때 혹은 그 곳이 아닌, 있으면 더욱 편리하고 만족스러웠던 그것을 동경하기 때문인 것은 아닐까?


지금 내가 행복한가? 아닌가?는 스스로의 기준에 의해 스스로가 판단해야 하는 몫인 거 같다.





 


이제 아코르의 키쇼르 집에선 안수의 결혼 문제가 서서히 대두되고 있을 듯 하다.  인도에서 17세 이상이면 보통 결혼을 시킨다. 물론 이 이야기는 대도시의 이야기가 아니라 깊은 시골에서 전통을 지키며 살아가는 그들의 관습이라고 할 수 있겠다. 17세이상의 여자, 그리고 계급이 같은 상대, 그리고 여자는 지참금 등등 우리가 보기엔 조금 다른 결혼 풍습이다.


카스트에 대해 집고 넘어가면, 인도의 계급제 카스트는 법적으로 폐지되었으나 깊숙한 그 의식과 관습은 이 아코르에서 전혀 폐지 되지 않았다. 물론 많이 부드럽게 적용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나 예를 들면, 하위 계층의 카스트가 상위 카스트의 집에서 물 한잔을 마시기 위해 컵을 사용하면, 상위 카스트 집에선 그 컵을 두번 쳐다도 보지 않고 버렸다고 한다. 지금은 분명히 그렇지 않다. 사실 하위 카스트가 상위 카스트의 집에서 물을 얻어마시는 일 자체가 수월하지 않다. 카스트에 대해 다시 한번 언급해보면, 브라만에서 딜리트로 형성되는 4등급의 카스트가 있다고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수천가지의 카스트가 있고, 그 직업에 따라 다 조금씩 등급이 다르다고 한다. 불가촉천민이라고 불리는 딜리트 계급에도 수가지의 카스트가 존재하며 직업별로도 나뉜다. 재미있는 것은 빨래만 평생하는 계급은 불가촉천민이지만, 소를 평생 키우는 계급은 불가촉천민이 아닌 계급으로 분류된다.


현실적인 아코르 여자들의 결혼의 가장 큰 걸림돌은 지참금이다. 보통은 오토바이 한 대를 사서 보내고, 수 많은 가족과 친척의 결혼식 초대로 인한 음식, 그리고 재미있는 건 여성 가족에겐 사리(인도 여성들이 입는 천)를 지급한다는 것이다. 사리의 가격은 천차만별, 대게 500-1000루피 정도 가격대를 선물한다고 한다. 물론 계급과 경제력에 따라 주는 선물은 달라진다. 그러니 결혼이라는 것이 전통을 지키며 하려는 그들에겐 너무나 힘든 큰 일인 것이다. 요즘 우리의 현실과도 사뭇다르지 않다. 개인적으론 아코르의 미혼 여자와 한국의 미혼 남자들이 비슷한 처지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보다 경제력이 그 사람을 판단하는 잣대가 되어버리고 있는 사회문화가 조금은 씁쓸함을 지울 수 없는 건 사실이다.














"네 어깨에 짊어진 짐이 너무 무거워 힘이 든다면, 잠시 내려 놓고 소리 없이 울어도 좋아. 그렇다고 포기한 것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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