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라플란드] 기다리면 기회는 온다.

2011. 6. 1. 07:54여행/낯선, Lapland


























사리셀카에 도착했던 날, 날씨는 눈보라가 휘몰아쳤다. 
다음 날 아침, 사리셀카 국립공원은 통제하고 있었고,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하늘만 바라보았다.
아침 7시 해가 뜨지 않은 시간이었다. 몇 번이고 물었다. 

"산 위에 올라갈 수 없나요? 정말 올라가고 싶어요."
"날씨가 좋지 않아요. 비록 눈은 그쳤지만, 산 위는 더 추울 거에요.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타는 건 어때요?"

무슨 이유였는지 올라야겠다는 집착은 지울 수 없었다.
기다려보기로 한다. 이러다 사리셀카 국립공원 정상에서 일출을 볼 수 없을 것만 같은 생각이 엄습해온다.
다시 물어본다. 결국, 그들도 포기했는지, 지도와 나침반을 빌려준다. 드디어 산을 향해 올라간다.
안개로 어둠이 가지 않은 시야 그리고 눈 쌓인 산길은 허리까지 내 몸이 빠진다.
살아가는 길이 이런 길이지 않을까? 앞을 볼 수 없어 두려웠던 적, 살아가며 좌절을 경험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극복하고 자는 마음과 끝까지 정상을 밟고 싶은 집착에 가까운 집념.
오른다. 내 몸은 가라앉았지만, 내 가슴은 떠올랐다.
정상이 눈앞에 보일 듯 말 듯하다. 바람 소리가 거세게 들려온다. 
내 눈 밑은 이미 동상에 걸렸다. 쓰라림을 넘어선 고통이다. 
카메라는 이미 얼었다. 렌즈의 앞은 눈꽃으로 뒤덮였다. 모든 것이 얼어붙어 있다.
눈이 없었다면 단 10분도 걸리지 않을 정상이 눈앞으로 다가온다. 30분이나 걸려 결국 정상에 올랐다.
정상을 밟았다. 역시 아무것도 없다. 영하 50도. 오직 눈과 바람만이 나를 기다렸다.

하지만, 저 멀리서 붉은 기운이 올라온다. 
깊은숨을 들이마시지도 내쉬지도 못한 상황, 그렇게 떠오르는 해를 보며 하염없는 눈물을 흘렸다.
집착의 승리여서도 아니었다. 그리 높지 않은 산을 힘들게 올라온 보상심리도 아니었다.
이유 없는 감동이 찾아왔다. 

삶은 살아가는 자의 몫이라지만, 노력 없는 대가는 없으며 기다릴 줄 모르는 영광은 없다.
그렇기에 사리셀카의 오랜 기다림은 뜨거운 눈물로 답할 수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