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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한 일상들

너 확실해? 본문

여행/낯선, Lapland

너 확실해?

비케이 소울 2012.03.05 04:19





밤하늘의 별과 오로라가 춤을 추던 그 곳에서 더 북쪽으로 올라 가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사리셀카 국립공원에서 출발한 버스.
국립공원 안내원의 안내로 해가 뜨지 않은 아침에 부랴부랴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 내부는 텅비어 있었고 한 사내가 모자를 푹 눌러 쓴 채
잠들어 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버스는 더 탈 손님이 없음을 확인하고 눈길을 미끄러지듯 목적지로 향하기 시작했다. 
길은 보일듯 말듯 한 눈보라 사이를 뚫고 지나갔고 수시간을 달린 후 이름도 모르는 어느 도시에서 무작정 서버렸다.
그리고 버스기사는 2시간 후에 다른 버스가 원하는 목적지로 데려다 줄 것이라고 하고는 사라졌다. 2시간 그 공터에서.
그때서야 꿈나라를 헤메던 그 사내와 말을 나누었다. 아무것도 모른채 그는 어리둥절 하게.
"여기가 어디지? 혹시 넌 어디로 가는거야? 왜 버스는 더 운행하지 않는거지??"
"나도 여행자이고 북쪽 어느 도시로 가는 중이야. 버스 기사는 다른버스로 갈아탸야 한다고 했어. 우리는 여기서 2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지."
인상을 쓰며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그가 가진 두툼한 가방에서 지도를 펴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계속 갸우뚱
"너 확실해? 버스가 2시간 후에 출발하는 거 말야. 확신하냐고?"
괜시리 나를 의심하는 것이 기분 나쁘게 느껴졌다.
"나도 들었어. 난 기다릴꺼야. 만약 네가 의심한다면 너의 방식으로 여행해."
그리고 그를 등지고 말았다.

얼마 후 그는 다시 내 앞을 다가와 내게 한 개피의 담배를 건내며 
"미안, 나는 이탈리아에서 왔고 3개월째 유럽을 여행중이야. 그런데 내가 아는 정보가 달라 불안했어. 그런데 라이터 있냐?"
그리고 나의 손을 억지스레 이끌고 근처 카페로 들어갔다. 커피 한 잔을 시켜 놓고 이런 저런 이야기로 시간을 때웠다.
약속된 시간이 되었고, 우리는 다시 그 공터로 가니 버스기사가 "이나리! 이나리!"라고 외친다.
그리고 버스에 올라타 나는 그에게 말했다.
"거봐 확실하잖아!"







핀란드 이나리라는 도시에 도착해도 적막감만이 느껴졌고 간간히 지나는 자동차가 이 도시의 생명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듯 증명하고 있었다. 상점은 모두 문이 닫겨 있었고, 지도에 나와있던 가장 저렴?한 게스트하우스와 일부 호텔은 모두 Closed라는 단어로 나를 맞이했다. 대부분의 여행자가 스키를 위해 스키장 주변의 리조트에서 머물지 한 겨울의 이 곳은 쓸쓸한 분위기만 연출 할 뿐이었다. 호숫가에 있던 유일한 호텔로 향했다. 가격은 65유로. 배낭을 메고 떠도는 입장에서 65유로는 꽤 큰 돈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하루를 묵기로 결정했고, 이탈리아 친구 눈찌오는 내게 솔깃한 제안을 해왔다.
"이 곳에서 4킬로를 걸어가면 무료 코티지가 있어. 그곳에는 나무가 비치되어 있어 우리가 무료로 사용할 수 있어. 내게 지도가 있고 나침반도 있지. 같이 가지 않을래? 여긴 너무 비싸. 우리에겐 모험이 필요해! 여행은 모험이라구!"
그리고 그때 내가 다시 그가 내게 했던 말을 그대로 던졌다.
"너 확실해? 지금 시간은 이미 오후 3시가 넘었고, 해는 지고 있어."
"음... 확신할 수 없지. 하지만..."
"이봐. 너 내게 처음 한 말 기억해? 확실해?라는 말이야. 너 조차도 확실하지 못하는 결정을 내게 따르라구? 나는 백팩이 아닌 트렁크 그리고 카메라와 등등 현실적으로 눈을 해치며 들어 갈 수 없어. 미안하지만 너 혼자 가는 것이 좋겠어."

두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똑똑똑.
 








결국 그가 포기하고 호텔로 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그는 같이 저녁을 먹자고 제안을 했다. 
호텔 아래 펍으로 향했고, 맥주 하나와 지겹게 먹었던 파스타를 먹으며 우리의 저녁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눈찌오는 이탈리아 남자 특유의 수다스런 입으로 그 무료 오두막으로 가던 길을 설명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그에게 나온 말.

"눈찌오 네가 확신 할 수 없는 일을 남에게 강요해선 안돼. 만약 내가 널 믿고 따라갔다면 ... 나는 상상하기도 싫은 걸."

"미안해. 하지만 나는 꼭 그곳에 가고 싶었거든. 그리고 네게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 결국 결과는 이렇게 끝났지만..."

"괜찮아. 눈찌오. 하지만 기억해둬. 너에겐 쉬운 제안일지 몰라도 상대를 배려하지 않은 무모함은 좋지 않은 것임을 난 확신해. 확실하다구..."
 
사실 겨우 오후 5시밖에 되지 않았지만 한 밤중이었다. 눈찌오는 눈오던 밤 이탈라아 토스카에 계신 부모님과 친구에게 엽서를 쓰고 있었고, 나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호숫가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를 다시 만난건 유럽의 최북단 노드캅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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