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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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
조용히 파도만이 춤추는 바닷가에 단 하나의 희미한 그림자가 멀리서 눈에 들어왔어.가까이 다가가 본 모습은 조금 수척해보이는 한 남자였지.낯선 곳에서 누군가를 따른다는 것은 상당한 용기와 배짱이 필요해. 물론 상대인 그도 그럴지도 모르겠어.그는 이방인인 나에 대한 경계로 표정은 굳어있었어 하지만 이내 자신의 일에만 몰두하는 그였지. 나는 그런 그를 조용히 몇 시간을 따라다녔어.파도소리만 무섭게 들려왔고 그의 표정도 좀처럼 풀리지 않았어. 몇 번의 그물질을 하던 그가 결국 다시 그물을 주섬주섬 말아넣고 있었지. 그리고 알아들을 수 없는 현지어로 자신을 표현하고 있었어.'나 때문에 실패한것인가?' 라는 자책감도 있었지만, 물고기를 잡지 못한 아쉬움이었던 것 같아. 다시 혼자 '결국 포기 한 것인가?'라는 생각..
2012.10.22 -
바다를 여행하는 방법
혼자인 시간을 충분히 위로해주는 책, 노트와 펜, 카메라... 난 여행을 홀로 배낭을 지고 훌쩍 떠나는 것을 좋아해. 꼼꼼하게 짐을 챙길 필요도 없이 조금은 부족하거나 빠진 것도 있는 그런 허술함으로 여행을 시작하는 것이지. 그러나 빠지지 않고 꼭 챙겨야 할 품목은 있어. 누군가와 대화를 할 수 있는 책, 내 생각들을 순간 순간 메모할 수 있는 노트, 그리고 그것을 옮겨적기에 잉크가 충분한 펜, 그리고 눈으로 보는 일부를 담아낼 수 있는 카메라. 나는 떠났었어.우기가 찾아와 여행자들이 없어 적막감만 흐르는 바다. 그리고 혼자만의 시간.꼼꼼하게 챙겨온 세가지가 빛을 발휘할 시간이 마침 찾아왔어. 아침에 커피 한 잔을 주문하고 바닷가 앞 테이블 위에 세가지를 올려두지.읽고 싶을때 읽고, 쓰고 싶을 때 쓰고,..
2012.10.18 -
당신의 여행
낯선 도시에 첫발을 내딛고 지도 하나에 의지한 채 같은 길을 헤메어본 적이 있는지? 어색한 음식을 두고 며칠을 굶고 나서야 어렵게 밥 한끼를 먹었는데, 배탈이나 아무것도 하지 못한 적이 있는지? 하루 종일 커피 한 잔에 의지한 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테이블에 앉아 낯선 곳의 사람들을 관찰한 적있는지? 여권을 잃어버려 정신없이 낯선 도시를 떠돌아 본적이 있는지? 그렇다면, 당신의 여행은 아주 잘되고 있다는 것이다.우리는 내일을 볼 수 없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모든 내일은 늘 낯선 여행인 것이다. 낯선 미래, 낯선 환경. 그리고 여행. 서로 다른 환경과 언어 그리고 문화를 가진 곳을 떠나는 것을 일종의 여행이라는 단어로 함축하고 있다.그런 여행을 떠난 당신은 지금의 현실을 살아가는 현재의 모습이기도 한다..
2012.10.16 -
삶에도 재방송이 있다면
미얀마 만달레이 근교 사가잉 힐 @2012 일년에 한 번 쯤 드라마에 빠져산다. 속칭 드라마 폐인이 된다는 것이다. 작년 이맘때였던가? 공주의 남자에 푹 빠져 살았다. 시간이라는 개념에 역사를 빼놓을 수 없다는 말이 절로 생각난다. 그 드라마는 퓨전 사극을 표방하며 조선조 세조와 김종서의 갈등에서 나오는 조선판 로미오와 줄리엣과 같은 이야기였다. 드라마라는 특수성으로 허구성이 개입되어 있지만, 내가 빠진건 그 둘 사이(승휴와 세령)의 지고지순한 사랑이야기에 빠졌을지도 모르겠다. 남자입장에서 보면 요즘 시대에 세령과 같은 여인이 아마 이상형이지 않았을까? 얼마나 사랑하면 저렇게 사랑할 수 있을까? 나는 왜 그런 사랑을 하지 못했는가! 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했던 드라마였다. 그런데 재미있은 건 내게도 그런..
2012.10.11 -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
"아무 때고 내게 전활해 나야하며 말을 꺼내도 누군지 한 번에 알아낼..." 동전을 넣어 노래 한곡을 부를 수 있는 작은 코인 노래방안에서 또 김경호의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이라는 노래가 흐른다. 그는 늘 이 노래를 불렀었다. HOT,젝키등의 노래들이 흔하게 들려오는 시기에도 그는 꼭 노래를 고집했다. 그는 이 노래가 그냥 좋다고 했다. 여자친구를 위해 연습했던 노래였기에 더 애착이 강했을지도 모른다고 치부하며, 지겨운 노래를 또 들어주고 있었다. 그리곤 소주 몇 병과 새우깡을 허름한 슈퍼에서 사들고 늘 낙동강둑에 앉았다. 흐르는 강물을 보며 시덥지 않은 그 또래 아이들이 나눈 대화를 이어가기도 했다. 친구관계, 진로문제, 연애문제... 거의 듣는 쪽은 나였고, 그가 늘 말을 이어갔다. 그는 취기가..
2012.10.09 -
연인
미얀마 인야호수의 어느 연인 @2012 "당신을 꽤 오래전 멀리서 지켜봐왔어요. 오늘에서야 이렇게 당신에게 말해요." "무슨 말이죠?" "나는 당신의 이름도 모르고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무얼 하는 사람인지 조차 모르죠. 그게. 그렇니까……. 지금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오직 제 마음이 시키는 대로……. 이렇게 안고 말았어요. 이 손을 놓고 난 후 당신이 어떤 말을 할지, 어떤 행동을 할지 두려워요" "괜찮아요. 결국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그냥 당신이니까. 나도 오래전부터 당신을 좋아하고 있었어요." - 해질녘의 미얀마 인야호수의 모습은 그 석양이 너무 아름다웠어. 아름다운 풍경 앞에는 언제나 연인들이 나의 산책을 방해하곤 했지. 하지만 말이야. 그 아름다운 풍경 속에 연인들이 있는 존재하는 ..
2012.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