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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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오월. 삼월은 마치 자동차의 엔진을 예열하듯 봄의 시작을 알리며 설익은 봄이고 사월은 화려한 꽃으로 장식되어 자신이 진짜 봄인양 '척'을 하는 봄이야.하지만 오월은 따스함과 치장하지 않은 순수의 모습으로 다가오는 진짜 봄이라고 생각해. 오월은 있는 그대로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야.겨우내 움추렸던 생명들이 시작 그리고 뽐내기가 아닌 진짜 자신의 모습인 신록으로... 숨기는 자에게 세상의 문은 열리지 않아.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야 세상이 다가옴을 느낄 수 있듯봄의 다른 달과 다르게 오월은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어. 비록 시간이 흘러 오월이 떠나가더라도 나는 또 다른 오월을 기다리며설레이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며 살아가야지. 너무 많은 생각과 뜻없는 고민들로 가두었던 시간..
2012.05.11 -
나무
나무. 미국 서부, 그랜드캐년을 둘러보던 날이었다. 반대편 장엄함을 감출 수 없던 그랜드캐년에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수 많은 사람들이 그 주인공에 경탄을 금하지 못하고 있던 시간이었다.바람이 세차게 불어왔고 맑던 하늘은 구름으로 뒤덮혀 왔다. 하늘은 언제나 그대로인데 자연의 힘이 모든 것을 바꾸고 있었다. 어떤 때는 푸른 빛, 어떤 때는 오렌지 빛깔, 또 어떤 날은 잿빛 하늘.즉 모든 것은 하나인데 보는 관점에 따라 너무 많은 것들이 달리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봄이 막 시작될 무렵 음산한 하늘의 잿빛구름 사이로 잎이 나오지 않은 나무에게 더욱 분위기를 쓸쓸하게 만들어주었다.어디에서부터 오는 생명의 시작이었을까? 어딘가에부터 시작된 생명의 씨앗은 그곳에 자리를 잡았을 것이다. 그리고 조심스레 키웠겠지. 결..
2012.05.07 -
노숙자
델리에서 기차표를 구하지 못해 무모한 모험을 감행했다. 중간 중간 로컬 기차와 로컬 버스를 타고 동쪽으로 향하기로 한 것이다.알라하바드를 지나칠때 즈음이었다. 인도의 날씨는 10월에도 여전히 더웠고, 로컬 버스에 내려 알라하바드에서는 야간 로컬 기차를 타고 바라나시로 일단 가기로 작정했다. 갠지스를 끼고 계속 동쪽으로 향하던 곳, 일라바드역. 역 내부에는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으로 가득차있었고, 더위와 사람들의 열기로 땀이 벌써 흐르고 있었다.그리고 더위와 인산인해를 피해 알라하바드 근교를 구경하기로 작정했다. 야간 기차시간은 새벽 3시 30분에 일라바드를 거쳐간다고 했으니 그야 말로 밤을 세어야 했던 날이었다.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던 곳에서 잊을 수 없는 냄새가 나의 코를 깊히 자극하고 있었다. 잠시 길..
2012.05.03 -
여행자 설명서
두번째 여행이었어.그 후로 가이드북을 보지 않고 여행을 다녔던거지.늘 지도만 참고하기 위해 구입을 해왔던 가이드북이었지. 그 책에는 수 많은 정보들이 들어있었어.지도 뿐만아니라 관광지 안내, 식당, 숙박업소 더하여 역사적 이야기까지 포함하고 있었어.이보다 더 훌륭한 여행의 메뉴얼, 여행자의 사용 설명서는 없었지. 하지만 그것을 보지 않고 떠돌았던 거로 기억해.그저 그 책은 내 배낭 한 구석에 존재하고 있었어. 일종의 보험과 같은 존재였던 것이지. 절박한 상황과 위기가 도래했을대무언가 팁을 줄 수 있을거란 기대감이외에는 아무것도 활용하지 않았어.그래서 내 가이드북들은 늘 새것과 같은 상태로 여행이 끝나면 책창 한 켠에 장식되곤 했어. 두 발이 다다랐던 그 곳에서 물었고, 헤멨고, 같은 길을 수번 돌아다녀야..
2012.04.27 -
시간의 숲
시간의 숲. 오늘 너를 만날 수 있었던 건 단순히 내가 그곳으로 갔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거야.수억 시간의 비밀을 간직한 채 너는 그대로 있었으니까. 나는 그렇게 그곳으로 가서 너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이지.얼마나 많은 비밀을 간직하고 있었을까? 네가 가진 시간의 숲을 보는 나는 모든 것이 감동으로 다가왔어.속속들이 네가 간직한 비밀. 시간의 숲을 다 둘러볼 순 없었어. 아주 일부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내가 너를 만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했을 뿐이었어.너는 고스란히 말하지 않아도 네 존재만으로 너는 솔직하게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지. '순간의 찰나들이 모여 영원을 이루어 간다.' 나는 이 말을 늘 생각하며 살아왔거든. 영원이라는 것은 어떤 순간도 어떤 찰나도 모이지 않으면 마치 잘 맞춰진 퍼즐이 되..
2012.04.24 -
밀리야?
밀리야? 그렇게 물으면 언제나 응? 하고 돌아보던 너였지.이제 삼촌이 너에게 약속했던 것들을 포기하려해.4년이란 시간동안 너에게 많은 말을 했고, 너를 꼭 내 집에 데려와서 저녁 7시가 넘어도 밝다는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었어.어떤 노력과 발버둥도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은 아무것도 허락되지 않았어.미안해 밀리야.삼촌? 꼬레아? 미? 고? 라고 하던 너의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되어버렸어. 이제 삼촌이 포기한거야. 지금이면 꿈나라에 허우적되고 있을 너에게 삼촌이 어떤 말을 할 수 있겠니?밀리야.미안하다. 삼촌이 많이 미안해. 지금이면 그곳은 많이 더울테고 또 모기와의 전쟁이 시작 되었겠지?이곳은 따스함이 내려 앉은 봄이야. 밀리야. 혼자 뒤에서 울지말고 ... 라는 말을 이제 못하겠다.얼마나 울어야 할까? 삼촌..
2012.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