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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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가지의 충고
1. 서두르다 잃어버린 인도의 동북부. 다르질링이란 도시는 차 생산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그리고 인도의 모습과는 조금 다른 면들을 볼 수 있었다. 해발고도가 높은 편이기 때문에 살인적인 인도의 여름 날씨 속에도 비교적 온화한 기후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새로운 인도를 만난다는 건 사실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고, 부랴부랴 짐을 챙겨 들고 그와 함께 길을 나섰다. 부산했던 다르질링 걷다가 그를 잃어버렸다. 아직 우리가 묵을 숙소도 정하지 못하고 인파가 북적거려 되는 그 다르질링의 거리에서. 그리고 택시 기사가 내게 흥정을 걸어온다. "네가 묵을 호텔로 데려다 주고, 내일 새벽 타이거 힐로 픽업서비스까지 할게요. 1000루피 주세요." 어처구니없는 가격을 부른 그와 나는 실랑이를 하고 있었고, 멀리서 내 친구..
2012.03.23 -
클레멘타인
"In a cavern, in a canyon Excavating for a mine Lived a miner forty-niner And his daughter, Clementine Oh, my darling, oh, my darling Oh, my darling Clementine You are lost and gone forever Dreadful sorry, Clementine 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한 채 고기 잡는 아버지와 철모르는 딸있네 내 사랑아 내 사랑아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 늙은애비 혼자두고 영영어디 갔느냐" 어린 시절이었다. 알파벳도 잘 기억을 못할 만큼 배움이 짧았던 어머니는 내 귓가에 대고 늘 이 노래를 불러주고 꼭 안아주셨다. 영어로 한 번, 한국어로 한 번. 그렇게 마치..
2012.03.21 -
바다는 나의 운명, 인도 피싱빌리지의 아침풍경
1. 해가 뜨지 않은 시각이었지만, 새벽녘 해변의 분주함은 낮의 그것과 달랐다. 게슴츠레 뜬 눈으로 부랴부랴 카메라를 어깨에 둘러메고 백사장을 향해 내달렸다. 더운 날씨였지만 푸르른 여명 속의 바닷바람이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줄 여유도 만끽할 수 없었다. '벌써 일을 시작하는 것인가?' 라는 생각은 잠시. 걸어야 하는 길은 해뜨지 않은 시각치곤 꽤 멀었기에 그들을 향해 달려야만 했다. 백사장에 널려진 인분을 피해서... 희끗하게 보이는 먼바다에는 여전히 조업 중이었고, 밤을 새워 조업을 마친 어부들은 이미 그물을 정리하고 있었다. 인도 동부 해안 피싱빌리지는 요상한 인도의 혼돈과 같이 걷잡을 수 없었다. 새벽에 조업을 마치는 팀과 곧 바다로 나가는 팀이 교대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부산한 새벽 속에 ..
2012.03.20 -
오래되던 날 #9
삭풍이 불어오던 혹독했던 겨울이 또 하나의 기억속으로 사라져 가는듯 했다. 하지만 봄이 오는 것을 시샘이라도 하듯 꽃샘추위는 다시 세상을 꽁꽁 얼리고 말았는지 모르겠다. 깊은 잠에서 일어난 것 같은 몽롱한 기분으로 편린되어버린 기억의 조각 하나가 떠올랐다. 캄캄한 어둠이 가시지도 않은 새벽, 검은색 자동차는 요란한 소리도 없이 어둠속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한 참의 시간이 지나자 빛이 어둠을 몰아내며, 세상에 모든 것들이 '나 여기 있어요!'라는 소리를 내지르듯 하나 둘 씩 모습을 띄기 시작했다. 역시나 아직 겨울은 내 발걸음을 반기고 있었고, 기억의 한 조각으로 선연하게 떠오르게 해주었다. 그곳에 서서 걷는다. 걷는다는 것은 여러가지 의미가 있지만, 추억의 한 조각으로 남는 곳에서의 그것은 추억속으로 ..
2012.03.13 -
노던 라이트
이나리에서부터 나는 철저히 혼자였다. 길은 모두 눈으로 뒤덮혀 있었고, 눈앞에 보이는 거라곤 나무와 눈 그리고 간간히 달려가는 자동차 뿐이었다. 적막감이 온몸을 감쌌고, 버스에 몸을 의지한 채 북쪽으로 올랐다. 북으로 북으로 올라 노르웨이로 넘어가는 단순한 루트가 그리 쉽지 않았다. 겨우내 내린 눈으로 국경은 폐쇄 되었고, 나의 여정은 여기서 끝이 나는 듯 했다. 어디로 가야 했을까? 결국 버스는 어느 한 적한 곳에 나를 내려주었고, 그리 북적이지 않는 허름한 식당으로 들어갔다. 그 식당은 라플란드의 분위기와는 다르지 않았다. 살점이 흘러 넘칠 듯 한 주인은 메뉴판을 들고 나와 너스레 웃으며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한국에서 왔다고 말을 했고, 가장 저렴한 햄버거와 콜라 그리고 감자튀김을 주문했다. 손님이..
2012.03.09 -
인도에서는 시간의 개념을 버려라.
I. 여트막한 기억을 되집어 본 적이 있는지? 나의 인도방랑은 언제나 그 기억에서 다시 시작 되었을지 모른다. 새벽의 싸늘한 바람을 맞으며 길을 걸었다. 흐믈흐믈해진 공기들이 나의 피부, 나의 눈으로 부딪히고. 그것은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었고, 또 시간이라는 한정된 공간속에 내가 존재함을 인식하게 해주었다. 왜 인도로 내 발길을 이끌게 하는지 명확하고 적확하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갠지스에서 숨을 쉬고 갠지스를 신성시 하는 그들 속에 있는 것만으로 나는 이미 갠지스인이 되었을지 모르겠다. 나는 그곳에서 아무 것도 아니었다. 마치 떠있는 수많은 공기입자 처럼. 늘 나는 강가에서 같은 일만 반복한다. 남들이 일어나는 시간, 해가 뜨기 전의 시간에 일어나 살아있는 몸뚱이를 이끌고 두발로..
2012.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