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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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확실해?
밤하늘의 별과 오로라가 춤을 추던 그 곳에서 더 북쪽으로 올라 가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사리셀카 국립공원에서 출발한 버스. 국립공원 안내원의 안내로 해가 뜨지 않은 아침에 부랴부랴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 내부는 텅비어 있었고 한 사내가 모자를 푹 눌러 쓴 채 잠들어 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버스는 더 탈 손님이 없음을 확인하고 눈길을 미끄러지듯 목적지로 향하기 시작했다. 길은 보일듯 말듯 한 눈보라 사이를 뚫고 지나갔고 수시간을 달린 후 이름도 모르는 어느 도시에서 무작정 서버렸다. 그리고 버스기사는 2시간 후에 다른 버스가 원하는 목적지로 데려다 줄 것이라고 하고는 사라졌다. 2시간 그 공터에서. 그때서야 꿈나라를 헤메던 그 사내와 말을 나누었다. 아무것도 모른채 그는 어리둥절 하게. "여기가 어디지?..
2012.03.05 -
한마디 위로가 필요했던 너에게
화창함이 지차다 싶을 정도의 지난 일요일. 오랜만에 서점을 들렀어. 인도를 다녀왔고, 그 후 나름 바쁜 일상들을 보내야만 했어. 이런 저런 핑계로 미뤄왔던 책들을 구입하기 위해 서점을 들렀던 것이지. 필요하고 읽고 싶었던 책을 두툼하게 구입하고 계산대로 발걸음을 옮기던 찰나. 부동의 베스트셀러로 각인 되던, 600쇄가 넘게 팔린 책의 내용이 궁금해서 그 한 권을 더 손에 넣었어. 집에 구입해 온 책들을 보다가 먼저 평소 읽던 책을 벌써 2권을 읽어내려 갔지. 그러다가 다음 책을 읽으려고 손에 잡았는데, 그 책이 바로 부동의 베스트셀러였던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었어. 내가 책을 한 번 손에 잡으면 만사를 제쳐두고 빠져 읽게 되는 탓에 그 책을 몇 시간 만에 읽어내려 갔지. 참 공감되고 아픈 청춘을 ..
2012.02.22 -
언젠가는 잊혀져.
손을 받쳐들고 먹어야 할 것 같은 아주 허름한 식당에서 곰치국 한 그릇을 비우고 나왔다. 습관처럼 주머니로 손을 가져가 담배를 찾는다. 그리고 딸깍 라이터로 불을 붙혔다. 나의 폣속 깊이 담배 연기는 다시 세상밖으로 토하듯 흘러나왔다. 끝없이 펼치진 바다는 시리듯한 하늘과 빛깔의 조화를 이루고 있던 오후. 특별할 것 없는 오후가 시작된 것이다. 걷는다.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이 이어진 길위에 나는 서 있었다. 마치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으로 태어난 것 처럼. 무심한 파도는 하얀 물거품으로 다시 되돌아가곤 했다. 하지만 평범하기 짝이 없을 듯한 파도는 가끔 성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마치 '나는 그리 호락호락한 놈이 아니다!'라고 시위라도 하듯. 얼마나 파도가 높았을까? 방파제 앞 ..
2012.02.19 -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길!
1월의 마지막 부터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던 고열과 감기는 일주일이 넘어서 겨우 진정되었습니다. 갈비뼈에 부상을 입고,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다가 겨우 지난주 몸을 일으켰습니다. 호랑이의 기운을 한 번 받아보겠다고 동물원에 들렀다가 호랑이도 기진맥진한 모습만 보고 왔네요. 이럴때 호랑이 연고라도 바르면 조금 빨리 회복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따사로운 햇살이 온몸을 감는 그 느낌만은 좋더군요. 이제 곧 환절기가 찾아 올 것이고 모두 건강 유의 하시길 바랍니다. 이상 생존 신고였습니다. ㅠ.ㅠ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길! 동물원을 가도 꼭 저와 같은 심리 상태를 대변하는 것 같습니다. 저 놈도 탈출 하고 싶은 걸까요?? 저를 좀 꺼내주세요!! ㅠ.ㅠ 언젠가 세계 여러나라의 동물원에서 봤..
2012.02.13 -
오래되던 날 #8
하늘에서 내리던 눈송이를 하염없이 세어 본 적이 있는지? 그건 아마도 수 없이 스쳐지나간 기억을 더듬는 것인지도 몰라. 기억과 추억은 비슷한 것 뿐이지 달라. 때론 스스로의 감정에 도취되어 그것들이 같아 보일때도 있지. 그때 다시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세고 있었어. 끝도 없이 세어보는 눈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찾아오는 서글픔. 시간의 개념이 무너진지 오래였지. 낮일 필요도 밤일 필요도 없었어. 단지 느껴지는 건 경계가 모호한 깊은 겨울. 그 속에서 한 없이 방황하던 스스로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 현실에서 보게 된 것일지도 모르지. 그래서 어디론가 달렸어. 그곳이 어딘지도 모른채 말이지... 그래, 너는 그렇게 너의 길로 잘 가고 있는거야. 오늘도 내릴 듯 내리지 않는 눈송이를 위한 기다림이 너무 오래되던..
2012.01.30 -
가와이젠의 노동자들
가와이젠의 노동자들 인도네시아 자바섬 동부, 외로운 화산 분화구가 존재한다. 많은 관광객이 브로모 화산을 둘러보고 발리로 가는 길 목에 가와이젠이 존재한다. 아침 9시면 그 많던 관광객은 사라지고 유황 광부들만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누구에게는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하는 곳이지만, 현지 노동자에게는 고통의 상징으로 불리는 가와이젠, 유일한 생계 수단을 제공하는 일터인 것이다. 화산으로 인해 나오는 유황은 이 곳 사람들의 절박한 생계를 해결 해주고 있다. 약 80-90kg의 유황 한 바구니의 가격은 한화로 3500원 내외. 하루 두 번 약 3000m 고지를 오르고 내리면 7000원 정도의 돈을 손에 쥘 수 있었다. 길게는 40년간 유황을 캐기 위해 유황 가스 속으로 들어가야 했고, 무거운 유황을 어께에 ..
2012.01.25